강호동과 유재석은 여전히 최고의 1인자다. 하지만 그들이 KBS 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희열은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윤종신처럼 김구라와 호흡을 맞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윤종신이 가수라도 유세윤처럼 ‘쿨하지 못해 미안해’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누구도 KBS 의 송해의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예능에는 1인자와 2인자가 있지만, 그건 드라마의 주조연 같은 것이 아니다. 예능에서는 사람을 가장 즐겁게 만드는 사람이 최고다. 그리고, 그 방법은 제각각이다. 가 각자의 방식으로 올 한해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 ‘TOP 11’을 선정했다.


2010년 김구라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단발과 고정을 합해 10여개에 달한다. 그 중 대부분의 방송은 대중의 기억에 남지 못했고, 심지어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는 하차를 결정했다. 게다가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신정환이 퇴출되자 사람들은 그의 개그가 종자기를 잃은 백아의 거문고처럼 소리를 잃을 것이라 생각 했다. 그러나 김희철이 왔다. 이야기의 맥을 끊고, 성대모사를 하고, 때때로 스킨십을 하는 새 파트너는 다시 김구라의 턱을 들썩이게 만든다. ‘창이자 방ㅍㅞ’인 젊은 피를 만난 그는 아직 침묵할 때가 아니다.

올해 ‘달인’은 KBS 의 최장수 코너이자 정통 슬랩스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유일한 코너가 됐다. 지난 추석에 방영된 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개그맨 김병만이 존재했다. 그는 짧은 유행어로 ‘잽’을 날리는 것이 트렌드가 된 개그계에서 여전히 정통 슬랩스틱 코미디가 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김병만 없는 ‘달인’, 김병만 없는 는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김병만표 코미디는 뚜렷하게 완성됐다. 만약 그가 2010 KBS 연예대상을 수상한다면, 그것은 정직한 몸의 승리다.

남성우월적인 개그는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박영진이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분토론’ 코너에서 디테일한 관찰력으로 여성 시청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남자의 진심을 매도하지 말라”면서 종종 남성을 희화화하는 그의 개그는 그래서 밉지 않다. 과거 ‘박대박’이나 ‘쁘레땅 쁘루국’ 코너를 통해 쌓은 말재주를 살리는 동시에 남녀라는 민감한 소재를 불쾌하지 않은 개그로 승화시키는 새로운 능력까지 갖췄다. 개그맨들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요즘, 박영진은 안에서 꾸준한 자기개발을 통해 코미디의 계보를 잇고 있는 몇 안 되는 개그맨 중 한 명이다.

‘무한!’을 외치면 ‘도전!’이 나오고 ‘1박!’을 외치면 ‘2일!’이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전부터 ‘전국!’을 외치면 반사적으로 ‘노래자랑!’이 나왔다. 30주년을 맞은 지금도 전국 12퍼센트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KBS 은 원조 국민 쇼이고, 이 프로그램의 아이콘 송해는 원조 국민 MC다. 하여, 송해는 그 자체로 대단한 존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제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그의 내공과 그에 대한 존경심이 나 KBS 등을 통해 현재 진행형의 웃음과 감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10대부터 70대까지 웃음을 줄 수 있는 모든 세대의 국민 MC는 ‘현재’ 송해뿐이다.

UV의 활동을 가요 분야로 다뤄야 할까, 예능 분야로 다뤄야 할까.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를 올해 예능을 대표하는 인물로 뽑은 건, 단순히 UV 활동을 예능으로 포함해서가 아니다. 이러한 질문을 불러온다는 것, 진짜 가수와 가수 코스프레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유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것이 올해 유세윤의 업적이다. 그린 플러그드 페스티벌에서 진짜 공연을 벌였던 그들은 진짜 홈쇼핑에서 앨범을 판매했다. 대체 어디까지 농담이고 어디까지 진담이며, 어디까지 쇼이고 어디까지 리얼인가. 이런 활동이 예능인의 베스트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Only One이다.

윤종신이 예능과 음악의 영역이 섞이는 걸 경계, 분리하여 사유하고, MBC 가 ‘쎄시봉 친구들’을 초대하며 토크쇼의 영역에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이식한다면, 유희열은 예능의 언어를 통해 음악을 얘기한다. KBS 을 진행하는 유희열은 인디와 아이돌의 영역을 횡으로 넘나들고, 음악세계에서부터 사생활, 금전문제에 이르기까지 뮤지션들의 캐릭터를 종으로 훑어 내린다. 깨알 같은 개그와 음악에 대한 진지함이 공존하는 유희열의 언어는 음악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상품화해서 배급한다. 기존 예능판에 뛰어들지 않고 자기 호흡의 예능을 하는, 그러나 기어이 음악 이야기로 귀환하고야 마는 새로운 유형의 예능인. 혹은 예능으로 무장한 명민한 음악 큐레이터의 탄생.

에 출연한 윤종신은 스스로를 구민오빠라 칭했다. 그러나 그는 왕년의 국민오빠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전성기는 언제였나요. 전 지금입니다.” ‘라디오 스타’와 KBS , Mnet 의 얄궂은 입담꾼은 를 통해 신뢰할만한 프로듀서임을 입증했으며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통해 성실한 뮤지션의 위치를 다졌다. 와중에 화목한 가정의 힘을 발판으로 광고계까지 진출했으니 이렇게 다사다복(多事多福)하기도 힘든 일이다. 그의 계산법을 기억하자. 눈앞의 호랑이 한마리보다 손 안의 토끼 여러 마리가 값지다는 것을.

사실 여러 부침에도 불구하고 ‘몰래카메라’로 최전성기를 구사한 이후 이경규의 네임밸류가 TOP 5 밑으로 떨어진 적은 거의 없다. 하지만 KBS ‘남자의 자격’ 이후의 이경규는 단순히 상승과 하강의 곡선 어느 지점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는 이제 그 부침의 개인사를 자신을 캐릭터를 만드는데 사용한다. 아니, 이경규가 부침과 극복의 이야기 자체다. 그는 ‘이경규가 간다’의 이경규인 동시에 SBS 을 실패한 이경규고, 또한 스마트폰 사용을 배우느라 식은땀을 흘리고, tvN 에서 히키코모리 출연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이경규다. 좋은 브랜드가 명품이 되는 건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 때다. 지금, 이경규가 그렇다.

누군가는 자고나니 스타가 되어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슈퍼스타가 되는 길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134만분의 11로 걸러진 지원자들은 생방송으로 심사를 받으며 생애 최대의 스릴을 맛보았다. 그리고 4명이 살아남자 우승자는 더 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학교 졸업을 하지 못한 사내는 하늘을 달렸고, 아메리카의 아이돌이 되지 못한 청년은 광고계를 접수했으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던 소녀는 천군만마의 팬들을 얻었다. 게다가 곱등이라 불린 소년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능적으로 알 것 같다. 당분간은 4인방의 시대라는 것을.

말하자면 이런 거다. 현재 한국 예능에서의 ‘경쟁’은 프리메라리가에서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를 뺀 3위 경쟁과 마찬가지다. MBC 과 KBS ‘1박 2일’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양대 산맥을 비롯해 와 SBS , 와 MBC ‘무릎 팍 도사’ 등 상위권 예능 프로그램 대부분을 나눠가진 유재석과 강호동은 예능의 바르샤와 레알이다. 약 4년여 동안 지속된 이 양강 체제가 그저 관성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성이란 계속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고,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건, 여전히 초고속으로 달린다는 것의 다른 말이다.

글. 위근우 eight@
글. 윤희성 nine@
글. 이가온 thirteen@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