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TV를 바꿔놓았다. 스쳐지나가던 TV의 모든 순간들이 인터넷을 통해 다시보기가 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더욱 집요하게 평가받는다. 가 올 한 해 예능의 잊지 못할 순간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인터넷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 순간 지나가는 웃음으로만 남았던 예능은 그렇게 영속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 잊지 못할 순간들을 남겨준 그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실수라곤 안 할 것 같은 멀끔한 외모의 존 박이 2AM의 ‘죽어도 못 보내’의 “아무리 네가 날 밀쳐도” 부분을 “쳐밀도”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 네티즌들은 유행어의 향기를 감지했다. ‘마구, 천격스럽게’라는 의미의 접두사 ‘처-‘와, 무기로의 사용을 목적으로 한 칼 ‘도(刀)’의 어감을 담은 쳐밀도란 단어는 금세 도검류 대우를 받으며 인터넷을 휩쓸었다. 그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 소녀는 강철검을 만드는 모팔모가 된 심정으로 쳐밀도를 제작하는 정성을 과시했다. 그렇게 ‘쳐밀도’는 손에 쥐면 방송국 PD에게도 반말과 협박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떡검’과 ‘섹검’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검이 되었다.
SBS 에 출연한 황광희가 자신을 일 년 동안 누워있었던 ‘성형계의 블루칩’이라고 명하는 순간, 그는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방송에서 주목받고 싶다면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 굴욕적인 사건이나 유명인과의 연애담은 기본, 그룹이라면 멤버들의 잠버릇과 사생활까지도 모두 말해야 연예 뉴스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폭탄발언(혹은 포탄발언)이 대세라는 것은 이미 각계에서 입증되고 있는 일이다.싸이의 쌍둥이 딸은 국군의 날 태어났다. 그리고 싸이는 신병 훈련소에 두 번 입소했다. 토니안을 비롯한 예비역 남성들이 훈남으로 등극하는 시절에 두개의 군번을 독식하는 것은 군역 불평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1인 1군번의 만민 입대를 이룩하기 위해 싸이는 행방불명, 치아부족 등으로 고민하는 군 미필자들에게 군번을 기부하라. 하나의 생명체는 하나의 군번을 갖는 게 보기 좋은 법이다.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초등학교 교사 가상체험 미션을 받은 쌈디는 “엄마 아빠는 방문 잠그고 뭐 하는 거냐. 운동하는 거냐”는 학생의 질문에 “다이어트 같은 거”라고 화답하며 체중관리 업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첫 사랑과는 “키스도 했고 다이어트도 할 뻔 했”다는 쌈디, 과거사진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지금이 더 말랐다. 언제 한번 “힘이 아니라 기술이 중요하다. 나는 메시 스타일”이라며 축구 사랑을 불태운 선배 윤종신과 심도 깊은 스포츠 토크를 나눠도 좋겠다.
Mnet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도전은 아니었다. 윤태원은 하얀 T팬티 차림으로 노사연의 마음을 얻었고, “탈락시키면 동맥을 끊겠다”던 ‘에드워드’ 무속인 박선홍은 브라이언을 굴복시켰다. 아웃사이더의 속사포랩을 능가하던 ‘힙통령’ 장문복은 오늘도 어디선가 “어중간한 한국 힙합”을 스피디하게 ‘ㅊㅞㄱ’하고 있다. 노래실력은 불합격이었지만, 도전정신만큼은 ‘대통’이다.배우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이 유난히 잦았던 한 해다. 김성민은 KBS ‘남자의 자격’에서 유기견 제제에게 사랑을 쏟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고, 서지석 또한 ‘뜨거운 형제들’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연 신현준이다. 그는 ‘오늘을 즐겨라’에서 딸 ‘미밍’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며 아버지의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비록 기린이지만, 난 딸을 사랑한다”는 그의 고백을 원어로 감상해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지난 추석 연휴 방영된 MBC 는 특별한 포맷과 ‘귀척’ 없이도 아이돌 팬들의 꿈과 희망을 채워준 이벤트였다. 아이돌이 예능에 동원되는 게 대세인 시대라 해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땀 흘리는 그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싱그러웠다. 허나, 그냥 뛰기만 해도 예쁜 그들에게 굳이 ‘국격’을 위해 G20 캠페인 송을 부르게 하니 이것이야말로 군인도 싫어한다는 삽질 동원이 아닌가.
책이든 노래든 게임이든, 재밌고 좋은 것은 특별한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널리 퍼지는 법이다. 지난 5월 KBS 에 출연한 손병호가 ‘묻지마 사우나’ 코너 막바지에 ‘손가락 접기 게임’을 잠깐 선보인 것이 전부였다. 이후, ‘손병호 게임’으로 알려진 이 게임은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심지어 소녀시대마저 “숙소에서 밤마다 손병호 게임을 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영화배우 손병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종신의 뒤를 잇는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이 그냥 커피라면, 손병호 게임은 T.O.P다.
예능계의 이빨이 우수수 빠졌다. 는 ‘초딩’ 은지원의 이불을 덮어주던 엄마 김C, 유기견 ‘제제’를 입양한 아빠 김성민을 잃었다. 붐은 당분간 국군방송 위문열차에서만 싼티를 발산하고, 신정환은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 최소 규모로 최대 손실이 발생한 빈자리는 MC몽의 35번 치아다. 그동안 고기는 어떤 치아가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긴 걸까.
김영철이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를 할 때는 그러려니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동의 여장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하지만 의 박상혁 PD가 윤유선을 춤추게 하려고 직접 나서서 어색하지만 왠지 잘 추는 춤을 보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인간들은 웃기려고 모든 걸 다하는구나.”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글. 강명석 two@
글. 최지은 five@
글. 위근우 eight@
글. 윤희성 nine@
글. 이가온 thirteen@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실수라곤 안 할 것 같은 멀끔한 외모의 존 박이 2AM의 ‘죽어도 못 보내’의 “아무리 네가 날 밀쳐도” 부분을 “쳐밀도”라고 부르는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 네티즌들은 유행어의 향기를 감지했다. ‘마구, 천격스럽게’라는 의미의 접두사 ‘처-‘와, 무기로의 사용을 목적으로 한 칼 ‘도(刀)’의 어감을 담은 쳐밀도란 단어는 금세 도검류 대우를 받으며 인터넷을 휩쓸었다. 그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한 소녀는 강철검을 만드는 모팔모가 된 심정으로 쳐밀도를 제작하는 정성을 과시했다. 그렇게 ‘쳐밀도’는 손에 쥐면 방송국 PD에게도 반말과 협박을 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떡검’과 ‘섹검’을 제치고 올해 최고의 검이 되었다.
SBS 에 출연한 황광희가 자신을 일 년 동안 누워있었던 ‘성형계의 블루칩’이라고 명하는 순간, 그는 예능계의 블루칩이 되었다. 방송에서 주목받고 싶다면 숨김없이 말해야 한다. 굴욕적인 사건이나 유명인과의 연애담은 기본, 그룹이라면 멤버들의 잠버릇과 사생활까지도 모두 말해야 연예 뉴스의 주역이 될 수 있다. 폭탄발언(혹은 포탄발언)이 대세라는 것은 이미 각계에서 입증되고 있는 일이다.싸이의 쌍둥이 딸은 국군의 날 태어났다. 그리고 싸이는 신병 훈련소에 두 번 입소했다. 토니안을 비롯한 예비역 남성들이 훈남으로 등극하는 시절에 두개의 군번을 독식하는 것은 군역 불평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1인 1군번의 만민 입대를 이룩하기 위해 싸이는 행방불명, 치아부족 등으로 고민하는 군 미필자들에게 군번을 기부하라. 하나의 생명체는 하나의 군번을 갖는 게 보기 좋은 법이다.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초등학교 교사 가상체험 미션을 받은 쌈디는 “엄마 아빠는 방문 잠그고 뭐 하는 거냐. 운동하는 거냐”는 학생의 질문에 “다이어트 같은 거”라고 화답하며 체중관리 업계에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첫 사랑과는 “키스도 했고 다이어트도 할 뻔 했”다는 쌈디, 과거사진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지금이 더 말랐다. 언제 한번 “힘이 아니라 기술이 중요하다. 나는 메시 스타일”이라며 축구 사랑을 불태운 선배 윤종신과 심도 깊은 스포츠 토크를 나눠도 좋겠다.
Mnet 지역예선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도전은 아니었다. 윤태원은 하얀 T팬티 차림으로 노사연의 마음을 얻었고, “탈락시키면 동맥을 끊겠다”던 ‘에드워드’ 무속인 박선홍은 브라이언을 굴복시켰다. 아웃사이더의 속사포랩을 능가하던 ‘힙통령’ 장문복은 오늘도 어디선가 “어중간한 한국 힙합”을 스피디하게 ‘ㅊㅞㄱ’하고 있다. 노래실력은 불합격이었지만, 도전정신만큼은 ‘대통’이다.배우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도전이 유난히 잦았던 한 해다. 김성민은 KBS ‘남자의 자격’에서 유기견 제제에게 사랑을 쏟으며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었고, 서지석 또한 ‘뜨거운 형제들’로 생애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가장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단연 신현준이다. 그는 ‘오늘을 즐겨라’에서 딸 ‘미밍’에 대한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며 아버지의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비록 기린이지만, 난 딸을 사랑한다”는 그의 고백을 원어로 감상해보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지난 추석 연휴 방영된 MBC 는 특별한 포맷과 ‘귀척’ 없이도 아이돌 팬들의 꿈과 희망을 채워준 이벤트였다. 아이돌이 예능에 동원되는 게 대세인 시대라 해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땀 흘리는 그들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싱그러웠다. 허나, 그냥 뛰기만 해도 예쁜 그들에게 굳이 ‘국격’을 위해 G20 캠페인 송을 부르게 하니 이것이야말로 군인도 싫어한다는 삽질 동원이 아닌가.
책이든 노래든 게임이든, 재밌고 좋은 것은 특별한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널리 퍼지는 법이다. 지난 5월 KBS 에 출연한 손병호가 ‘묻지마 사우나’ 코너 막바지에 ‘손가락 접기 게임’을 잠깐 선보인 것이 전부였다. 이후, ‘손병호 게임’으로 알려진 이 게임은 남녀노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 심지어 소녀시대마저 “숙소에서 밤마다 손병호 게임을 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영화배우 손병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종신의 뒤를 잇는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이 그냥 커피라면, 손병호 게임은 T.O.P다.
예능계의 이빨이 우수수 빠졌다. 는 ‘초딩’ 은지원의 이불을 덮어주던 엄마 김C, 유기견 ‘제제’를 입양한 아빠 김성민을 잃었다. 붐은 당분간 국군방송 위문열차에서만 싼티를 발산하고, 신정환은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모른다. 하지만 올해 최소 규모로 최대 손실이 발생한 빈자리는 MC몽의 35번 치아다. 그동안 고기는 어떤 치아가 뜯고 씹고 맛보고 즐긴 걸까.
김영철이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를 할 때는 그러려니 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동의 여장은 그저 웃길 뿐이었다. 하지만 의 박상혁 PD가 윤유선을 춤추게 하려고 직접 나서서 어색하지만 왠지 잘 추는 춤을 보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인간들은 웃기려고 모든 걸 다하는구나.” 그들의 열정에 박수를.
글. 강명석 two@
글. 최지은 five@
글. 위근우 eight@
글. 윤희성 nine@
글. 이가온 thirteen@
글. 이승한 fou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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