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SBS 밤 9시 55분
조필연(정보석)의 이름은 한자로 ‘必然’ 아니었을까. 그가 국무총리가 되기 위한 청문회를 하던 날 만보 플라자가 무너진 건 우연이다. 그러나 부실의 집합체였던 만보 플라자가 언젠가 무너지고, 그의 오랜 부패의 역사가 담긴 비자금 장부가 밝혀지는 것은 필연이었다. 의 마지막 회는 삼풍백화점과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연상시키는 사건들을 보여주며 두 사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조필연 같은 인간들이 오랫동안 쌓은 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는 그렇게 현실을 연상시키는 사건들 사이로 그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보여주며 한국 현대사가 어떻게 권력과 폭력에 의해 뒤틀려졌는지 그려나갔다. 그 점에서 이 드라마의 목적은 권선징악이나 캐릭터의 승패가 아니라 ‘자이언트’, 또는 덩치 큰 죄인들이 역사를 뒤틀었던 과정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거인이 되는 사이 우리의 역사는 뒤틀렸고, 우리는 그 뒤틀린 역사 위에서 존재한다. 자신을 이겼다고 생각하냐는 조필연의 질문에 이강모(이범수)가 조필연 같은 사람이 잘 사는 이 세상이 자신의 적이었다고 답하는 건 가 그려낸 시대를 보여준다. 조필연이 사라져도 여전히 국회에 앉아 있던 또 다른 ‘조필연’들은 살아있다. 그들을 하나 하나 단죄하는 건 불가능할지 몰라도, 그들이 만든 시대가 무엇이었는지 보고, 잊지 않는 것은 가능하다. 그들이 황태섭(이덕화)처럼 속죄할 수 있는 시절이 돼야 우리는 그나마 지난 시대의 죄와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필연과 이성모(박상민)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가 행복한 미래를 약속받는 엔딩은 전형적이지만 납득할 수 있었다. 죄로 점철된 시대에 조금이라도 덜 죄를 짓겠다며 버둥거리던 그들은 지난 시대를 뒤로 하고 가족과 함께한다는 희망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건 시대의 폭력을 직시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았던 가 스스로에게 주고 싶은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미래가 해피엔딩일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처럼 그런 세상을 위해 과거를 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

글. 강명석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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