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서부극 시리즈가 서서히 브라운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조기 종영을 당했지만, 이후 팬들의 호응을 받아 영화 로까지 제작됐던 폭스 채널의 를 비롯해, 시즌 3까지 인기리에 방영됐던 HBO의 등에 힘입어 케이블 채널 FX가 (Justified)를 선보인 것. 이 시리즈는 엘모어 레너드의 단편 과 장편 , 등에서 등장한 캐릭터 레일린 기븐스를 바탕으로 한다.
는 나 처럼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현재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연방보안관인 주인공 레일린 기븐스(티모시 올리펀트)는 마치 19세기에서 온 ‘정의의 총잡이’ 같다. 불의를 절대 참지 못하는 성격에 비해 항상 예의는 너무 바르다. 남의 집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모자까지 벗고 공손하게 물어보는 것은 물론, 악당들에게도 평화로운 해결방책이나 그러지 못할 경우 닥칠 ‘파급 효과’에 대해 차분한 목소리로 충분히 설명해준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경고 후 레일린이 벌이는 총격전이나 폭력적인 장면들은 더욱 이율배반적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카우보이 모자를 쓴 레일린이다. 흙먼지 날리는 황량한 사막을 잠시 상상해 보지만, 금세 와이드 앵글로 보여지는 배경은 또 다른 시리즈 에 자주 나올법한 마이애미의 해변 리조트다.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레일린은 범죄자와 서부극에서 볼 수 있는 ‘드로’(draw: 먼저 총을 뽑아 쏘는 자가 승리)를 벌이고, 승리한다. 하지만 이렇게 이목을 집중시키는 총격전을 벌인 대가로 그는 “죽어도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고향 켄터키로 발령을 받는다. 간신히 탈출했던 고향으로 귀향을 떠나는 레일린은 그동안 등졌던 가족과 친인척, 친구 등과 복잡하게 얽힌 ‘드라마’에 다시 휘말려 들어간다.각양각색의 컬러로 이루어진 캐릭터 군단
가 다른 시리즈에 비해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주인공의 카우보이 복장이나 느릿한 남부 사투리 때문이 아니다. 시리즈의 기초를 제공해준 엘모어 레너드가 만들어낸 입체적인 캐릭터들과 이를 TV 시리즈로 담아낸 그레이엄 요스트 덕분이다. 요스트는 HBO의 와 현재 방영 중인 등의 각본과 연출을 담당했던 베테랑 크리에이터로, 원작자인 레너드는 의 파일럿 에피소드를 보고 그와 함께 총제작자(Executive Producer)를 담당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가 싫어하는 악역을 쓰지 않았다”는 레너드의 말처럼, 에는 늘 고뇌하는 안티 히어로 레일린 외에도 하나님을 영접했다는 네오 나치, 마음은 비단결 같은 스트리퍼, 일편단심 민들레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은행강도,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들지만 켄터키로 온 후 연락 안 했다고 서운해 하는 레일린의 아버지, 마이에미로 함께 이주하자고 약속하고 부동산 중개사와 눈이 맞은 레일린의 전 부인 위노나 등 단순히 악역이나 조연으로 치부할 수 없는 컬러풀한 캐릭터로 가득하다.
21세기를 맞아 새롭게 탄생한 변종 서부극 는 의 공상과학과 서부극의 접목 못지않게 현대사회와 서부극의 교묘한 조화를 잘 표현하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티모스 올리펀트는 물론 그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네오 나치인 보이드 크로더 역을 맡은 월튼 고긴스의 연기를 주목하다. 근래 미드 시리즈에서 보기 드문 캐릭터 연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여기에 ‘OK 목장의 결투’가 부록으로 딸려 온다니 금상첨화 아닌가.
글. 뉴욕=양지현 (뉴욕 통신원)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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