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든 나쁘든, 최근 2PM과 그들의 일부 팬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역사에 남을 일이다. 어느 아이돌도 팬들에게 직접 멤버의 탈퇴를 동의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어떤 팬들도 공개적으로 좋아하던 가수를 상대로 안티 팬이 되지는 않았다. 2PM의 재범 영구탈퇴 결정으로 시작된 현재의 상황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아이돌과 팬덤의 관계 변화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이 그들을 이런 상황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가 H.O.T.부터 2PM까지 이어진 아이돌과 아이돌의 팬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역사를 정리했다. 그리고 더 이상 ‘우상’으로만 머물 수 없는 아이돌의 현실과 갈수록 팬 활동에 지쳐가는 어느 팬의 고백도 준비했다.
아이돌의 시대는 끝났다. 물론 아이돌은 과거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던 그 아이돌과 다르다. 팬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해체를 반대하며 소속사 사장의 차를 부수려 하고, 소속사의 주식을 사서 지키자던 그 시대의 아이돌 말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2PM이 “사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재범의 영구 탈퇴로 2PM과 팬이 벌이는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2PM과 안티로 돌아선 팬들 간의 갈등이 유래 없는 일이긴 하다.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SM엔터테인먼트에 계약 무효 소송을 걸 때도, 윤계상이 god를 탈퇴할 때도 멤버들이 팬 앞에서 다른 멤버에 대해 비난을 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팬덤이 소속사가 아닌 가수들의 사생활에 관한 루머를 퍼뜨리고, 개인 정보를 폭로하지도 않았다.
가요 시장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아이돌
특히 2PM은 이런 일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 재범이 한국비하 논란으로 미국을 떠난 뒤 2PM을 보이콧까지 했던 팬들을 붙잡아 둔 건 2PM의 ‘의리’였다. 그들은 앨범 제목을 재범의 탈퇴를 암시하는 로 지었고, 방송에서 재범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2PM은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때론 의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멤버의 문제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2PM은 아이돌 업계, 특히 남자 아이돌 그룹에게 ‘의리’가 최고의 상품이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지금 그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물론 아이돌의 팬덤은 여전히 아이돌의 의리나 그들의 멋진 이미지에 열광한다. 그들은 지금도 멤버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팬픽을 쓰고,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의 작은 행동에도 ‘움짤’을 만들면서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나 지금이나 단지 팬이 아닌 팬덤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믿음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판타지를 동력삼아 움직인다. 2PM이 본격적으로 팬덤을 형성한 것도 MBC에브리원 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애 좋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이 팬덤은 더이상 시장을 지배하지 못한다. H.O.T.가 ‘H.O.T. 음료수’를 내놓고 g.o.d.의 3집 앨범이 200만장을 판매할 때 가장 큰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은 곧 최고의 인기가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방신기의 4집 이 50만장 팔린 것도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가요계에만 있었던 열광적인 팬덤은 드라마, 배우, 스포츠 스타까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퍼졌다.
아이돌 시장, 이제는 팬보다 대중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돌은 팬덤 안에서 ‘아이돌’이지만, 대중 앞에서는 잘 노는 ‘아이들’이 된다. 슈퍼주니어는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지만, 멤버 이특과 은혁은 SBS 신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팬덤 안에서는 숭배의 대상이지만, 대중 앞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팬덤도 그들이 아이돌 그룹의 새 싱글을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로 만들 수는 있어도 업계에서 가장 대접받는 톱스타로 만들 수 없다는 걸 안다. 2PM의 팬들은 닉쿤이 Mnet 에서 일반인 여성과 데이트를 하자 “내 남자의 비즈니스”라는 표현을 썼고, 슈퍼주니어의 어떤 팬들은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서방님의 바깥 활동”이라고 말한다. 팬덤의 상업적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이제 그들은 아이돌 그룹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 그들은 아이돌이 드라마와 예능의 문을 두드리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공연을 하는 ‘비즈니스’를 지켜봐야 한다.
2PM과 2PM의 안티로 돌아선 팬들의 입장이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2PM의 안티 팬들은 2PM이 팬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기 원한다. 2PM은 팬덤의 지지로 성장했고, 팬덤에게 아이돌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위기의 순간을 벗어났다. 지금 2PM의 안티 팬들에게 2PM이 멤버간의 의리를 지키고, 팬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앞서는 근본적인 룰이다. 반면 2PM과 JYP는 대중을 중심에 놓은 비즈니스 논리를 펼친다. 단어 선택의 문제를 빼면, 간담회에서 2PM의 찬성이 “도둑(탈퇴한 멤버)도 친구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건 2PM과 JYP의 방향을 함축한다. 의리는 중요하고, 팬덤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2PM의 지난 앨범은 10만장 내외의 판매고를 기록한 반면, 그들의 CF 매출은 수십 억대였다. 멤버들은 여러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재범의 사생활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는 JYP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JYP는 팬덤의 지지만을 믿고 대중의 강한 반감을 살 수 있는 멤버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JYP의 정욱 사장은 간담회에서 재범의 탈퇴 사유를 사생활 문제라고 밝힌 것에 대해 “JYP가 이런 문제를 속이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JYP와 2PM은 팬덤에게 믿음을 주는 것 보다 일반적인 대중에게 기업과 상품에 대한 어떤 의혹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팬덤은 지금까지 그들을 성장시킨 팬덤의 정서적 가치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소속사와 가수는 팬덤 바깥의 비즈니스에 대해 말한다. 팬덤이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좀 더 신경써야할 고객이 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이 다른 여자 아이돌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에, 팬덤과 아이돌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었다.
판타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
물론 2PM의 일은 극단적이다. JYP가 2PM이 재범의 탈퇴를 동의했다고 밝힌 것을 넘어 간담회에서 2PM이 직접 팬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도록 하고, 2PM이 팬들 앞에서 언성을 높인 것은 아이돌 산업 안에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행동이다. 다른 아이돌 가수가 2PM처럼 행동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이돌의 팬덤은 어느 정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가수는 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저버렸고, 일부 팬들은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는 방법으로 가수를 공격했다. 그나마 남은 판타지로 힘겹게 굴러가던 아이돌과 아이돌 팬덤은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그들의 실체를 드러냈다. 남은 건 점점 더 팬을 떠나는 가수와 환상을 잃어버린 채 지치고 각박해진 팬덤 뿐이다.
아이돌의 판타지가 무너질수록 팬덤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변했다. 요즘 팬덤은 좋아하는 그룹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홍보자료를 돌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이돌의 문제를 덮기 위해 다른 가수의 문제를 기자들에게 단체로 보내기까지 한다. 2PM의 일부 팬들이 2PM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것은 그런 팬덤 활동이 몸에 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일이었다. 판타지는 점점 사라지고, 열성적인 팬덤은 갈수록 더 극단적이고 정치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유지되던 팬덤을 지탱하던 마지막 판타지가 깨졌을 때, 팬은 안티가 됐다. 물론 그들은 또다시 다른 아이돌의 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던 아이돌의 시대는 보기 싫은 잔해들만 드러낸 채 끝나간다. H.O.T.부터 2PM까지 온갖 사고와 갈등과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가수에게 직접 이별의 메시지를 들었다. 이제 아이돌 팬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이돌의 시대는 끝났다. 물론 아이돌은 과거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알던 그 아이돌과 다르다. 팬들이 좋아하는 그룹의 해체를 반대하며 소속사 사장의 차를 부수려 하고, 소속사의 주식을 사서 지키자던 그 시대의 아이돌 말이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와 2PM이 “사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재범의 영구 탈퇴로 2PM과 팬이 벌이는 갈등 때문만은 아니다. 2PM과 안티로 돌아선 팬들 간의 갈등이 유래 없는 일이긴 하다. 동방신기의 세 멤버가 SM엔터테인먼트에 계약 무효 소송을 걸 때도, 윤계상이 god를 탈퇴할 때도 멤버들이 팬 앞에서 다른 멤버에 대해 비난을 하지는 않았다. 반대로 팬덤이 소속사가 아닌 가수들의 사생활에 관한 루머를 퍼뜨리고, 개인 정보를 폭로하지도 않았다.
가요 시장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아이돌
특히 2PM은 이런 일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 재범이 한국비하 논란으로 미국을 떠난 뒤 2PM을 보이콧까지 했던 팬들을 붙잡아 둔 건 2PM의 ‘의리’였다. 그들은 앨범 제목을 재범의 탈퇴를 암시하는 로 지었고, 방송에서 재범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2PM은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때론 의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멤버의 문제도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2PM은 아이돌 업계, 특히 남자 아이돌 그룹에게 ‘의리’가 최고의 상품이라는 것을 보여줬지만, 지금 그것이 모든 것에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줬다. 물론 아이돌의 팬덤은 여전히 아이돌의 의리나 그들의 멋진 이미지에 열광한다. 그들은 지금도 멤버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팬픽을 쓰고, 좋아하는 그룹 멤버들의 작은 행동에도 ‘움짤’을 만들면서 수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예나 지금이나 단지 팬이 아닌 팬덤은 아이돌 그룹에 대한 믿음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판타지를 동력삼아 움직인다. 2PM이 본격적으로 팬덤을 형성한 것도 MBC에브리원 에서 티격태격하면서도 우애 좋은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이 팬덤은 더이상 시장을 지배하지 못한다. H.O.T.가 ‘H.O.T. 음료수’를 내놓고 g.o.d.의 3집 앨범이 200만장을 판매할 때 가장 큰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은 곧 최고의 인기가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방신기의 4집 이 50만장 팔린 것도 ‘기적’으로 평가받는다. 가요계에만 있었던 열광적인 팬덤은 드라마, 배우, 스포츠 스타까지 모든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퍼졌다.
아이돌 시장, 이제는 팬보다 대중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돌은 팬덤 안에서 ‘아이돌’이지만, 대중 앞에서는 잘 노는 ‘아이들’이 된다. 슈퍼주니어는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지만, 멤버 이특과 은혁은 SBS 신인상을 받았다. 그들은 팬덤 안에서는 숭배의 대상이지만, 대중 앞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 팬덤도 그들이 아이돌 그룹의 새 싱글을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로 만들 수는 있어도 업계에서 가장 대접받는 톱스타로 만들 수 없다는 걸 안다. 2PM의 팬들은 닉쿤이 Mnet 에서 일반인 여성과 데이트를 하자 “내 남자의 비즈니스”라는 표현을 썼고, 슈퍼주니어의 어떤 팬들은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서방님의 바깥 활동”이라고 말한다. 팬덤의 상업적 영향력이 축소되면서 이제 그들은 아이돌 그룹을 완전히 가질 수 없다. 그들은 아이돌이 드라마와 예능의 문을 두드리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공연을 하는 ‘비즈니스’를 지켜봐야 한다.
2PM과 2PM의 안티로 돌아선 팬들의 입장이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2PM의 안티 팬들은 2PM이 팬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기 원한다. 2PM은 팬덤의 지지로 성장했고, 팬덤에게 아이돌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위기의 순간을 벗어났다. 지금 2PM의 안티 팬들에게 2PM이 멤버간의 의리를 지키고, 팬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앞서는 근본적인 룰이다. 반면 2PM과 JYP는 대중을 중심에 놓은 비즈니스 논리를 펼친다. 단어 선택의 문제를 빼면, 간담회에서 2PM의 찬성이 “도둑(탈퇴한 멤버)도 친구는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건 2PM과 JYP의 방향을 함축한다. 의리는 중요하고, 팬덤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2PM의 지난 앨범은 10만장 내외의 판매고를 기록한 반면, 그들의 CF 매출은 수십 억대였다. 멤버들은 여러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 있다. 재범의 사생활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는 JYP의 주장을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JYP는 팬덤의 지지만을 믿고 대중의 강한 반감을 살 수 있는 멤버를 안고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JYP의 정욱 사장은 간담회에서 재범의 탈퇴 사유를 사생활 문제라고 밝힌 것에 대해 “JYP가 이런 문제를 속이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JYP와 2PM은 팬덤에게 믿음을 주는 것 보다 일반적인 대중에게 기업과 상품에 대한 어떤 의혹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팬덤은 지금까지 그들을 성장시킨 팬덤의 정서적 가치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소속사와 가수는 팬덤 바깥의 비즈니스에 대해 말한다. 팬덤이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좀 더 신경써야할 고객이 되고, 좋아하는 남자 아이돌이 다른 여자 아이돌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이 ‘비즈니스’가 되는 시대에, 팬덤과 아이돌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걸었다.
판타지가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
물론 2PM의 일은 극단적이다. JYP가 2PM이 재범의 탈퇴를 동의했다고 밝힌 것을 넘어 간담회에서 2PM이 직접 팬들에게 그 사실을 말하도록 하고, 2PM이 팬들 앞에서 언성을 높인 것은 아이돌 산업 안에서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되기 어려운 행동이다. 다른 아이돌 가수가 2PM처럼 행동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아이돌의 팬덤은 어느 정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가수는 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저버렸고, 일부 팬들은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는 방법으로 가수를 공격했다. 그나마 남은 판타지로 힘겹게 굴러가던 아이돌과 아이돌 팬덤은 가장 안 좋은 방식으로 그들의 실체를 드러냈다. 남은 건 점점 더 팬을 떠나는 가수와 환상을 잃어버린 채 지치고 각박해진 팬덤 뿐이다.
아이돌의 판타지가 무너질수록 팬덤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변했다. 요즘 팬덤은 좋아하는 그룹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홍보자료를 돌리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이돌의 문제를 덮기 위해 다른 가수의 문제를 기자들에게 단체로 보내기까지 한다. 2PM의 일부 팬들이 2PM의 신상정보를 폭로하는 것은 그런 팬덤 활동이 몸에 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부정적인 일이었다. 판타지는 점점 사라지고, 열성적인 팬덤은 갈수록 더 극단적이고 정치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유지되던 팬덤을 지탱하던 마지막 판타지가 깨졌을 때, 팬은 안티가 됐다. 물론 그들은 또다시 다른 아이돌의 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발굴하고, 성장시키고, 그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던 아이돌의 시대는 보기 싫은 잔해들만 드러낸 채 끝나간다. H.O.T.부터 2PM까지 온갖 사고와 갈등과 상처를 받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가수에게 직접 이별의 메시지를 들었다. 이제 아이돌 팬으로 살았던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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