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아이돌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몇 가지 공식들이 있다. 인기 있는 버라이어티의 고정 패널이 되거나 짧은 가요 프로그램보다 매력 발산의 기회가 많은 드라마나 시트콤 출연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능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아이돌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일찍이 2PM과 2NE1이 MBC에브리원 와 Mnet 로 멤버들의 캐릭터를 확립하고 숨겨진 개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은 더 큰 성공으로 가는 탄탄한 발판이 되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아이돌 프로그램은 그들에게는 성공의 열쇠가, 시청자들에게는 완성도 높은 리얼리티 혹은 그것을 가장한 프로그램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걸그룹 티아라와 밴드 음악을 내세운 씨엔블루 또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온게임넷 과 Mnet 는 각기 콘셉트도 목적도 다르지만 아이돌을 위한 가장 능동적인 프로그램인 이 둘을 김교석, 윤이나 TV 평론가가 비교, 분석했다. /편집자주
2010년 1월 공식적인 한국 데뷔. 댄스 음악 일색의 아이돌 음악 시장에 밴드 음악으로 도전장을 던져 데뷔 2주 만에 가요 프로그램 1위의 기록을 세웠다.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씨엔블루의 이야기다. 하지만 씨엔블루에 대해 말하자면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데뷔 최단 기간 1위라는 기록을 세운 곡 ‘외톨이야’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표절논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며, 음악 외적으로도 반복되어온 사건들과 이들을 둘러싸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될 필요가 있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룹 씨엔블루의 리얼리티 스토리 Mnet 는 이 모든 문제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음악’을 내 놓는다.
가 재미없는 이유
“진짜 밴드가 어디 있고, 가짜 밴드가 어디 있나.”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논쟁에 대한 리더 정용화의 이 말은, 가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는 다른 아이돌 리얼리티 쇼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씨엔블루 멤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연주하는 게 좋아서, 합주하는 게 좋아서 밴드가 된 멤버들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합주 연습을 하고, 연습실에서도, 라이브 카페에서도, 대기실에서도 음악 이야기만을 한다. 지금 씨엔블루가 처한 상황 속에서 만들 수 있는 리얼리티 쇼의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이런 방식의 접근은 정석의 길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씨엔블루의 멤버들이 직접 표절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할 수 없고, 온갖 논쟁에 말을 보태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엔블루라는 밴드가 자신들의 유일한 무기인 음악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확실히 는 논쟁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멤버들은 논쟁에 대해 심경을 고백하지만, 그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 멤버들은 문제의 본질에 말하지 않고 그 문제가 자신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만 말한다. 이러한 화법은 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가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씨엔블루는 쉽게 풀어져서도 안 되고, 논란이 될 만한 여지를 주어서도 안 되며, 언제 어디서나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석의 길을 걷기 위해 다른 부분을 다 잘라낸 는 씨엔블루라는 밴드의 리얼리티 성장담이 아니라 “우리는 음악을 사랑해요”라는 캠페인 프로그램처럼 변한다. 무엇보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의 만듦새는 가뜩이나 보여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진 씨엔블루의 이야기를 한층 더 식상하게 만든다. 밴드가 음악적인 재능이나 관중과 호흡하는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쉽고 뻔한 방법이 길거리 콘서트인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장소를 막론하고 음악에 대해서‘만’ 말하는 진지한 멤버들의 일상과 거기에 같은 말을 한 번 더 반복하게 하는 인터뷰, 멤버들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어떻게 연출하고 참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간단한 길거리 공연의 반복이 가 보여주는 전부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이 말하는 연습과 노력, 꾸준한 준비마저도 흐지부지 묻혀버리고 만다.
음악을 하는 것과 음악을 말하는 것의 차이
씨엔블루 멤버들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멤버들은 진솔한 자세로 질문에 답한다. 이들은 가진 것 없이 음악에만 매달리고 적은 수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던 일본 인디 신 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하며,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자신들이 부르고픈 소망을 조심스럽지만 간절하게 말한다. 하지만 는 그 말을 제외한 씨엔블루의 어떤 모습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지쳐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멤버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게릴라 콘서트를 벌이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음악에 대해 말하는 것과, 음악을 하는 것은 다르다. 씨엔블루는 를 통해 음악을 향한 자신들의 열정을, 노력을, 고민을 말하지만 정작 그 열정이나 노력은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밴드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승부하고, 음악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의 전언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아니라, 씨엔블루에게 필요한 말이다. 누군가 “씨엔블루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만약 씨엔블루가 지금까지의 로 답한다면, 그것은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글 윤이나
온게임넷 을 보며 리얼리티를 논하는 것은 에서 리얼리티를 따지는 것과 비슷한 난센스다. 이 바이럴 애드 프로그램을 아무도 진지하게 쇼핑몰 창업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요정과 같은 신비주의로 승부하던 예전 아이돌과 달리 사장님, 소속사 심지어 매니저 홍보에까지 적극적이고 솔직한 요즘 아이돌에게 ‘리얼’은 조금 더 일상적이란 뜻일 뿐이다. 통통 튀는 상큼한 아이돌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그 어떤 사생팬도 난입할 수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비춰주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가진 궁극의 목적은 바로 친밀감 형성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에 답이 있다. 이 시작하기 전 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2주간 편성했다. 말 그대로 티아라의 세계로 초대하는 안내장이었던 셈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란 주제 하에 의 탄생 배경을 보여주고 멤버 한 명 한 명을 소개해주었다. 멤버 개개인과 할리우드 스타를 매치해서 캐릭터를 잡고, ‘마이홀릭’이라는 꼭지를 통해 건강식품 좋아하는 은정, 거울 앞에서 사는 소연, 블링블링한 악세사리를 사랑하는 큐리 등 멤버들이 각자의 취향을 알려주며 개성을 부각시켰다. 우리가 티아라 월드에 빠져드는 공식
친밀감 형성의 기본이자 프로그램의 성패가 멤버 각자의 확실한 캐릭터 설정에 있다는 방향은 잘 잡았다. 문제는 리얼과는 거리가 먼 의 탄생을 시청자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티아라가 사장인데, 사업이 잘 되면 6개월 뒤에 일본이나 홍콩으로 휴가 보내주는 것이 조건이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홍대 가서 가구도 사고 다른 쇼핑몰 탐방도 하고, 심지어 사주까지 보면서 사업을 꾸리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는 맥 빠진 줄거리만 남게 되었다. 이에 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미션이다. 플리마켓을 열고, 쇼핑몰 창업 퀴즈를 풀며, 사입한 옷들로 스타일링을 하는 등 매주 대결을 펼친다. 멘토인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는 실상 프로그램의 MC가 되어 진행을 맡고, 1등에게는 ‘사장’ 호칭과 쇼핑의 기회라는 상품이 주어진다. 역시나 여기서도 누가 가장 많이 팔았는지, 스타일링 배틀 1등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아니, 가장 재미없는 순간이 1위 결정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까르르 웃고, 음식을 조물조물 먹고, 쇼핑을 너무나 갈망하는 예쁜 소녀들을 보는 것이 더 큰 볼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카라나 원더걸스처럼 빵집이 아닌 여성이라면 좋아할 만한 패션, 쇼핑을 주제로 잡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쇼핑몰 오픈과 같은 어렵고 지긋지긋한 일들은 외부에서 다 해주니 또래 아이들처럼 옷에 열광하거나 쇼핑을 하며 통통 튀기만 하면 된다. 특히 데뷔 전부터 개인 활동을 병행해온 티아라인 만큼 멤버 간 캐릭터를 살리는 일도 매우 잘 진행되었다. 왕자처럼 씩씩한 소연은 플리마켓에서 외국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강매하는 모태 장사돌이고, 패션 테러리스트의 오명을 벗으려는 은정은 조금 나서기 좋아하는 천상 리더이며, 효민은 인쇼광(인터넷쇼핑몰광)에다 사진을 좋아한다. 지연은 딱 막내이고, 보람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던 큐리는 바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큐티+프리티의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이렇게 멤버 각자에 새로운 관심이 가게 되는 것. 이른바 티아라 월드에 빠져들게 하는 공식이다.
시청자가 에 원하는 것
작년 티아라가 MBC ‘라디오스타’에 등장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잊을 수 없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올랐고, ‘GOD의 육아일기’에서부터 내려온 스타 인증 코스를 밟고 있다. 티아라에 앞서 원더걸스와 카라는 빵을 만들었고, 소녀시대는 아기를 길렀으며, 2NE1과 빅뱅은 무한 셀카 영상을 제공했다. 프로그램 내에서 창업에 도전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체가 티아라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그녀들이 발전하는데 있어 은 멤버 각자의 매력을 뿜어내는 무대로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어학연수 수준의 스펙과도 같은 것이다. 에서 우리는 쇼핑몰의 수익이나 창업과정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멤버 개개인의 색깔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보여주느냐, 그런 그녀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 같은 친밀함을 주느냐, 그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티아라 닷컴’의 모습이다.
글 김교석
글. 김교석(TV평론가)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2010년 1월 공식적인 한국 데뷔. 댄스 음악 일색의 아이돌 음악 시장에 밴드 음악으로 도전장을 던져 데뷔 2주 만에 가요 프로그램 1위의 기록을 세웠다. 네 명의 멤버로 구성된 밴드 씨엔블루의 이야기다. 하지만 씨엔블루에 대해 말하자면 이 정도의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데뷔 최단 기간 1위라는 기록을 세운 곡 ‘외톨이야’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표절논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하며, 음악 외적으로도 반복되어온 사건들과 이들을 둘러싸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논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될 필요가 있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룹 씨엔블루의 리얼리티 스토리 Mnet 는 이 모든 문제들을 끌어안을 수 있는 방법으로 ‘음악’을 내 놓는다.
가 재미없는 이유
“진짜 밴드가 어디 있고, 가짜 밴드가 어디 있나.”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논쟁에 대한 리더 정용화의 이 말은, 가 보여주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는 다른 아이돌 리얼리티 쇼와는 다르게 시종일관 씨엔블루 멤버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연주하는 게 좋아서, 합주하는 게 좋아서 밴드가 된 멤버들은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합주 연습을 하고, 연습실에서도, 라이브 카페에서도, 대기실에서도 음악 이야기만을 한다. 지금 씨엔블루가 처한 상황 속에서 만들 수 있는 리얼리티 쇼의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이런 방식의 접근은 정석의 길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든 씨엔블루의 멤버들이 직접 표절 논란에 대해 정면 돌파를 할 수 없고, 온갖 논쟁에 말을 보태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엔블루라는 밴드가 자신들의 유일한 무기인 음악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다.확실히 는 논쟁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취한다. 멤버들은 논쟁에 대해 심경을 고백하지만, 그 내용은 구체적이지 않다. 멤버들은 문제의 본질에 말하지 않고 그 문제가 자신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만 말한다. 이러한 화법은 의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래서 가 보여줄 수 있는 ‘리얼리티’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씨엔블루는 쉽게 풀어져서도 안 되고, 논란이 될 만한 여지를 주어서도 안 되며, 언제 어디서나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석의 길을 걷기 위해 다른 부분을 다 잘라낸 는 씨엔블루라는 밴드의 리얼리티 성장담이 아니라 “우리는 음악을 사랑해요”라는 캠페인 프로그램처럼 변한다. 무엇보다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의 만듦새는 가뜩이나 보여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진 씨엔블루의 이야기를 한층 더 식상하게 만든다. 밴드가 음악적인 재능이나 관중과 호흡하는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쉽고 뻔한 방법이 길거리 콘서트인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장소를 막론하고 음악에 대해서‘만’ 말하는 진지한 멤버들의 일상과 거기에 같은 말을 한 번 더 반복하게 하는 인터뷰, 멤버들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어떻게 연출하고 참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간단한 길거리 공연의 반복이 가 보여주는 전부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이 말하는 연습과 노력, 꾸준한 준비마저도 흐지부지 묻혀버리고 만다.
음악을 하는 것과 음악을 말하는 것의 차이
씨엔블루 멤버들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멤버들은 진솔한 자세로 질문에 답한다. 이들은 가진 것 없이 음악에만 매달리고 적은 수의 관객들 앞에서 공연했던 일본 인디 신 시절을 행복하게 추억하며, 자신들이 만든 노래를 자신들이 부르고픈 소망을 조심스럽지만 간절하게 말한다. 하지만 는 그 말을 제외한 씨엔블루의 어떤 모습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스케줄에 지쳐 연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멤버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게릴라 콘서트를 벌이는 과정에만 집중하는 에는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음악에 대해 말하는 것과, 음악을 하는 것은 다르다. 씨엔블루는 를 통해 음악을 향한 자신들의 열정을, 노력을, 고민을 말하지만 정작 그 열정이나 노력은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밴드이기 때문에 음악으로 승부하고, 음악으로만 말해야 한다는 의 전언은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아니라, 씨엔블루에게 필요한 말이다. 누군가 “씨엔블루에게 음악이란?”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만약 씨엔블루가 지금까지의 로 답한다면, 그것은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
글 윤이나
온게임넷 을 보며 리얼리티를 논하는 것은 에서 리얼리티를 따지는 것과 비슷한 난센스다. 이 바이럴 애드 프로그램을 아무도 진지하게 쇼핑몰 창업기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요정과 같은 신비주의로 승부하던 예전 아이돌과 달리 사장님, 소속사 심지어 매니저 홍보에까지 적극적이고 솔직한 요즘 아이돌에게 ‘리얼’은 조금 더 일상적이란 뜻일 뿐이다. 통통 튀는 상큼한 아이돌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 그 어떤 사생팬도 난입할 수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비춰주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이 가진 궁극의 목적은 바로 친밀감 형성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에 답이 있다. 이 시작하기 전 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2주간 편성했다. 말 그대로 티아라의 세계로 초대하는 안내장이었던 셈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란 주제 하에 의 탄생 배경을 보여주고 멤버 한 명 한 명을 소개해주었다. 멤버 개개인과 할리우드 스타를 매치해서 캐릭터를 잡고, ‘마이홀릭’이라는 꼭지를 통해 건강식품 좋아하는 은정, 거울 앞에서 사는 소연, 블링블링한 악세사리를 사랑하는 큐리 등 멤버들이 각자의 취향을 알려주며 개성을 부각시켰다. 우리가 티아라 월드에 빠져드는 공식
친밀감 형성의 기본이자 프로그램의 성패가 멤버 각자의 확실한 캐릭터 설정에 있다는 방향은 잘 잡았다. 문제는 리얼과는 거리가 먼 의 탄생을 시청자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티아라가 사장인데, 사업이 잘 되면 6개월 뒤에 일본이나 홍콩으로 휴가 보내주는 것이 조건이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그러니 홍대 가서 가구도 사고 다른 쇼핑몰 탐방도 하고, 심지어 사주까지 보면서 사업을 꾸리지만 정작 알맹이가 없는 맥 빠진 줄거리만 남게 되었다. 이에 이 내놓은 해결책이 바로 미션이다. 플리마켓을 열고, 쇼핑몰 창업 퀴즈를 풀며, 사입한 옷들로 스타일링을 하는 등 매주 대결을 펼친다. 멘토인 스타일리스트 김우리는 실상 프로그램의 MC가 되어 진행을 맡고, 1등에게는 ‘사장’ 호칭과 쇼핑의 기회라는 상품이 주어진다. 역시나 여기서도 누가 가장 많이 팔았는지, 스타일링 배틀 1등은 중요한 게 아니다. 아니, 가장 재미없는 순간이 1위 결정 장면이다. 그 과정에서 까르르 웃고, 음식을 조물조물 먹고, 쇼핑을 너무나 갈망하는 예쁜 소녀들을 보는 것이 더 큰 볼거리이다.
그런 점에서 카라나 원더걸스처럼 빵집이 아닌 여성이라면 좋아할 만한 패션, 쇼핑을 주제로 잡은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쇼핑몰 오픈과 같은 어렵고 지긋지긋한 일들은 외부에서 다 해주니 또래 아이들처럼 옷에 열광하거나 쇼핑을 하며 통통 튀기만 하면 된다. 특히 데뷔 전부터 개인 활동을 병행해온 티아라인 만큼 멤버 간 캐릭터를 살리는 일도 매우 잘 진행되었다. 왕자처럼 씩씩한 소연은 플리마켓에서 외국인들에게도 스스럼없이 강매하는 모태 장사돌이고, 패션 테러리스트의 오명을 벗으려는 은정은 조금 나서기 좋아하는 천상 리더이며, 효민은 인쇼광(인터넷쇼핑몰광)에다 사진을 좋아한다. 지연은 딱 막내이고, 보람은 귀여운 외모와 달리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성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던 큐리는 바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큐티+프리티의 매력을 맘껏 발산한다. 이렇게 멤버 각자에 새로운 관심이 가게 되는 것. 이른바 티아라 월드에 빠져들게 하는 공식이다.
시청자가 에 원하는 것
작년 티아라가 MBC ‘라디오스타’에 등장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잊을 수 없다. 그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요프로그램 1위에 올랐고, ‘GOD의 육아일기’에서부터 내려온 스타 인증 코스를 밟고 있다. 티아라에 앞서 원더걸스와 카라는 빵을 만들었고, 소녀시대는 아기를 길렀으며, 2NE1과 빅뱅은 무한 셀카 영상을 제공했다. 프로그램 내에서 창업에 도전해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체가 티아라가 어느 정도 성장했다는 방증이다. 앞으로 그녀들이 발전하는데 있어 은 멤버 각자의 매력을 뿜어내는 무대로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어학연수 수준의 스펙과도 같은 것이다. 에서 우리는 쇼핑몰의 수익이나 창업과정이 궁금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멤버 개개인의 색깔 있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보여주느냐, 그런 그녀들이 내 주변에 있는 것 같은 친밀함을 주느냐, 그것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티아라 닷컴’의 모습이다.
글 김교석
글. 김교석(TV평론가)
글. 윤이나(TV평론가)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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