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시각은 이성을 지배한다. 아무리 단단히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뛰어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윤시윤은 만날 때마다 흠칫 놀라게 하는 사람이다. 이십대의 정 중간을 살고 있는 청년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의 몸짓, 인사를 나누며 이내 웃어버리는 눈빛은 아무래도 고등학생 정준혁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투 의자를 당겨 앉아도 수염자국이 보이지 않는 얼굴이라니! 게다가 인터뷰 중인 줄 모르고 불쑥 대기실로 들어와 “아까 내가 빌려 준 볼펜 다시 돌려줘”라며 야무지게 제 물건을 챙겨 나가는 해리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해 순순히 볼펜을 함께 찾아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 청년을 이라는 작품 밖으로 분리해 내는 일은 어려울 것만 같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윤시윤은 제 나이를 찾는다. 머쓱하게 인사만 덜렁 하고 마는 신인들과 달리 살뜰하게 안부를 챙기는 화술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좀 있다가 다시 슛 들어가야 해서 에너지를 좀 아끼려구요”라며 작은 목소리로 사분사분 이야기 하다가도 진심을 전해야 하는 중요한 대목에 이르자 저도 모르게 단어에 악센트가 주어지는 대화의 요령에도 어린 나이에는 쉽게 터득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온다. 마치 ‘인터뷰 잘 하는 법’을 배운 사람처럼 대부분의 대답에서 요점을 먼저 제시하는 두괄식의 말투 역시 어른스럽기 그지없다. 세경과의 멜로 라인에 대한 조금 짓궂은 질문에도 “실제 연애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며 아슬아슬할 정도로 솔직하게 대답을 하고, 그러면서도 “세경씨가 워낙 매력이 있다”며 다른 사람을 향한 칭찬으로 마무리를 한다. 숨기지 않고, 자만하지 않는 것은 거의 모든 대답에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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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희성 nine@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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