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하 )가 지난 1월 24일 400회 특집 방송을 했다. 2002년 4월 7일 첫 방송 이후, 미스터리라는 한정적 소재를 가지고서 거의 8년이라는 시간동안 일요일 오전의 강자로 지낼 수 있었던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과연 무엇일까. 아침에 눈을 비비고 TV를 켤 때마다 항상 같은 자리에 있어서 익숙하게만 여겨졌던 의 결코 익숙하지 않은 ‘서프라이즈’한 면모들을 가 파헤쳤다. 그 놀라운 생존력에 대한 분석과 믿기지 않는 스케줄을 소화하는 현장의 목소리, 무엇이 진실인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의 ‘진실 혹은 거짓’이 준비됐다. 8년 동안 반복되며 프로그램의 시그니처 마크가 된 클리셰에 대한 코너는 매주 일요일을 와 함께 시작한 이들의 소소한 공감을 위해 준비했다.

2002년 9월 4일, 인터넷에서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경기 독점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MBC의 고민을 담은 기사가 나왔다. 9월 8일 오전으로 예정된 박찬호의 선발 경기를 방영해야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유는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인기 프로그램 (이하 ) 때문이었다. 당시 MBC는 7월 28일에 대신 박찬호 경기를 중계했다가 시청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시청률 17%에 육박하며 국민 영웅 박찬호를 압도했던 초기 의 인기가 아니다. 그로부터 7년 반 정도가 지났다. 2002 월드컵과 함께 야구를 능가하는 인기를 끌었던 축구는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서도 과거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고, 선발 경기조차 중계되지 못하던 박찬호는 다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는 시간대 변경 없이 일요일 오전을 지키고 있다.

‘서프라이즈’한 생명력으로 일요일을 움켜쥔

오래 유지되는 프로그램이 받는 가장 큰 오해는 일종의 관성을 유지하며 버틴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요일 오전 11시 시간대를 에게 넘겨주며 9시로 좌천당한 장수 드라마 는 시청률 부진의 책임을 면치 못하고 그해 겨울 결국 폐지되고 만다. 일선 PD들과 네티즌들의 청원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부진하면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드라마도 폐지하는 것이 이 시대 방송의 논리다. 영화 중 필호(이범수)의 “강한 놈이 오래 가는 게 아니라 오래 가는 놈이 강한 거”라는 대사는 한국의 방송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진실이다. 가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사실 미스터리와 음모론이라는 소재 자체는 이제 그다지 ‘서프라이즈’하지 않다. 가령 ‘익스트림 서프라이즈’ 코너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소개된 투탕카멘의 저주와 그에 대한 반박 논리는 20여 년 전 초등학생용 만화 교양서적 시리즈에 꼭 하나씩 붙어 있던 ‘세계의 미스터리’에서 볼 수 있던 내용이다.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건 내용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재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다. 사실 초기 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건 미스터리보다는 외국인 배우를 이용한 재연 드라마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유지되는 ‘진실 혹은 거짓’ 코너에서 볼 수 있는 이런 드라마 타이즈 때문에 는 종종 인기 외화시리즈인 (Twilight Zone)과 종종 비교된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해 의 내용과 형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건 권해효가 해설을 맡은 MBC 이었다. 재밌는 우연은 미스터리와 호러가 혼재된 이 단막극 시리즈와 역시 MBC에서 만든 가 1996년 가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송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만약 프로그램의 친자 감식을 한다면 의 유전자는 보다는 신기한 실화를 바탕으로 재연과 다큐멘터리적 구성을 오가는 에 훨씬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의 드라마 타이즈만큼은 의 그것과 더 비슷하다. 감동, 공포, 황당, 반전으로 분류되는 ‘진실 혹은 거짓’은 픽션인 ‘거짓’뿐 아니라 몇 줄짜리 외신만으로도 10분을 훌쩍 넘기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진실’ 역시 재연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한다. 하지만 이것이 만의 참신함을 증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한정적인 소재 안에서 프로그램의 재미와 시청자의 호응을 위해 과거 프로그램의 어떤 요소든 끌어오는 하이브리드적 경향을 볼 수 있다.

주장과 반박으로 이루어진 의미심장한 가설

261회부터 등장해 현재 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너로 자리매김한 ‘익스트림 서프라이즈’가 시간이 지날수록 주장과 반박이 압축된 다큐멘터리 형태로 진화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앞서 나온 의 경우 시간이 갈수록 귀신 이야기를 비롯한 괴담의 비중을 늘리며 더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미신을 조장한다는 비난과 함께 3년 만에 폐지되었다. 하지만 충격적, 혹은 선정적인 것으로 따진다면 영화 개봉보다 먼저 2012년 지구 종말론을 소개한 ‘익스트림 서프라이즈’가 더 문제적일 수 있다. 실제로 이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과 이런 비난을 소개하는 인터넷 기사가 방영 당시에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익스트림 서프라이즈’를 실제로 조목조목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가설의 이론적 배경이 너무 탄탄해서가 아니라 정말 하나의 ‘가설’로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 SBS 같은 경우엔 제보자의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나의 사실로 간주해야 하지만 ‘익스트림 서프라이즈’의 경우에는 수많은 팩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초자연적인 가설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의 진실성을 주장하거나 증명할 이유가 없다. 이 코너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그러나’라는 내레이션이 거의 매주 등장하는 건 그래서다. 종말론 이상으로 충격적이었던 히틀러 여성설이 소개될 때 두개골의 형태, 호르몬 주사 등등의 정황 증거로 그가 여성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그러나’ 이러이러한 반박 자료가 있다는 식이다. 말하자면 ‘익스트림 서프라이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진실 혹은 거짓’인 것이고 진지하게 다뤄야 할 주장이라기보다는 월요일에 학교나 직장에서 ‘어제 그 얘기 봤느냐’며 가볍게 웃고 떠들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스터리와 음모론도 엔터테인먼트다

이것은 심의에 대한 알리바이이기도 하지만, 또한 미스터리와 음모론을 대하는 21세기의 한 경향이기도 하다. 과거의 음모론이 정보의 제한 때문에 생긴 의심에서 시작됐다면 현재의 음모론은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입맛에 맞는 몇 개 팩트를 취사선택해 일종의 ‘설’을 만들며 시작된다. 미국의 달 착륙이 조작이라는 이야기가 그 예다. 사람들은 그 상상력과 나름의 증거들에 대해 흥미를 갖지만 그걸 진짜로 믿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말하자면 텍사스에서 수십 마리의 닭이 도살되었다는 팩트에 대해 외계 괴물 추파카브라를 연결하는 건 진지한 음모론보다는 엔터테인먼트 가십의 발생과 소비에 더 가깝다. 이런 소재에 대해 SBS 처럼 MC가 정색하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운운하는 건 자칫 코미디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가 예능의 마스터피스는 아니더라도, 소재의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조절하며 하나의 브랜드로서 생존한 흥미로운 사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생존을 위한 변화 중에 제작비 절감을 위해 프로그램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MC 김용만을 비롯해 스튜디오 촬영 전체를 프로그램에서 빼는 아쉬움도 있었고, 때문에 ‘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포맷이 약간 어색하게 겉도는 단점도 생겼다. 하지만 401회부터 ‘익스트림 서프라이즈’ 분량을 늘리고, ‘진실 혹은 거짓’을 줄이며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400회까지 그 자리를 지켰기에 가능한 일이다. 혹시 라는 제목은 이 ‘서프라이즈’할 정도의 생명력에 대한 바람은 아니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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