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세상을 떠날 엄마와 어린 딸. 영화 (제작 로드픽쳐스, 감독 권형진)는 이 한 줄로 압축이 가능하다. 그러나 온기 한 줌 섞이지 않은 문장으로 이 영화를 말한다면 냉혈한이나 심장이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고운(송윤아)과 소라(김향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눈물샘을 증발시켜버릴 기세로 슬프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딸의 도시락 한 번 챙겨준 적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고운은 어느 날 위암선고를 받는다. 이미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고운은 혼자 남겨질 어린 딸에게 위안이 될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밤새 소풍 도시락을 싸고, 수업도 빼먹고 바다로 놀러간다. 그리고 소라가 언젠가 입게 될 웨딩드레스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암세포가 퍼진 육체의 고통은 더 이상 진통제로 다스릴 수 없게 되고, 결국 고운은 웨딩드레스를 완성하기도 전에 쓰러지고 만다.

착하지만 매력적이진 않은 남자를 마주한 기분


슬픈 영화를 본다는 것은 때론 공포영화를 즐기는 것과 비슷한 종류의 체험이다. 뻔하지 않게 잘 짜인 공포영화를 보고 나서 느끼는 즐거움만큼이나 의미 없이 피가 튀고 비명이 난무하는 와중에 죽어나가는 희생자들 덕에도 원초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그처럼 새로운 자극이나 의미보다는 후련하게 눈물을 쏟고 난 뒤의 카타르시스 또한 얼마든지 예측 가능한 이야기 안에서도 가능하다. 전작 에서 이미 아이와 어른이 만들어내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따뜻한 이야기에 일가견을 보인 권형진 감독은 에서도 아역배우 김향기와 송윤아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눈물을 자아낸다. 딸을 위해 너무나 살고 싶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딸이 입을 웨딩드레스를 만들어두는 것 밖에 없는 엄마나 이제 겨우 9살이지만 자신보다 더 가슴 아플 엄마를 위해 혼자 눈물을 삼키는 소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론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존재하는 수많은 설정들은 익숙하게 반복되어 온 클리셰이며, 감독이 “함께 작업한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밝힐 만큼 탁월한 아역배우 김향기의 연기조차 그 허물을 다 덮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착하고 슬픈 이야기를 영화에서 발견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를 있을 법하게 가공해 선보이는 것도 영화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미덕의 하나니까. 영화는 1월 14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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