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 KBS2 목 밤 9시 55분
이제 뮤직비디오 엔딩은 한국 드라마 제작진이 가장 선호하는 결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듯 하다. 방영 내내 볼거리 위주의 화면과 배경음악의 과도한 사용으로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라는 비판을 받았던 는 마지막까지 시원한 풍광과 화보집 포즈의 여주인공을 배경으로 개연성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 주인공이라는 뮤직비디오 엔딩의 클리셰를 완벽하게 재연했다. 온갖 위기와 시련에도 불사조처럼 살아남았던 현준(이병헌)의 허무한 죽음에 여러 사건사고로 인해 급조된 결말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대한민국이 울음바다가 될 것’이라던 인터뷰로 미루어볼 때 제작진은 꽤나 인상적인 결말이라고 자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최종회는 제작진 의도대로 여운이나 후속편에 대한 기대를 남기기는커녕, 그간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채널을 고정해오던 시청자들에게 배신감만 안겨주었다. 정말 볼거리만 남은 드라마라는 의견에 스스로 힘을 실어준 셈이다. 스케일 큰 대작 드라마에는 분명히 경제 논리를 뛰어넘는 나름의 존재이유가 있다. 늘 일상 속에서 지지고 볶는 한정된 세계를 벗어난 화려한 볼거리는 브라운관에 그 자체로 큰 활력을 준다. 더욱이 는 부풀린 외형에도 불구하고 상상력은 일상적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기존의 실패한 대작 드라마들과 달리, 한국 고유의 지정학적 특성을 미국 드라마적 상상력에 결합시켜 여러 흥미로운 설정들을 이끌어낸 것이 사실이다. 허세집단 아이리스와 NSS의 엉성한 활약과 얄팍한 캐릭터들이 실소를 자아내곤 했어도 그 세계 안에는 분명히 현재의 보수화된 한국 대중들의 판타지에 부응하는 지점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욕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엔딩이야말로 최대의 아이러니다. 의도와는 사뭇 다른 반응에 제작진이 어떤 해명을 준비하고 있을지 시즌2보다 더 궁금해진다.
글 김선영
SBS 목 밤 11시 15분
3개월 전 (이하 )의 일대 쇄신을 예고하며 박승대가 총책임 작가 자리에 올랐다. 3달 안에 시청률을 두 자릿수로 만들지 못하면 떠나겠다고 호언장담했고 약속을 지켰다. 물론 떠나는 쪽으로 말이다. 는 여전히 재밌지 않다. 지난 여름 시작한 코너들이 큰 반향을 얻지 못함에도 아직까지 대부분 이어지고 있고 안팎으로 이야기가 없는 동어반복 개그와 억지 유행어의 남발이다. 미시적으로는 각 코너마다 스토리가 부재하며 전체적으로는 를 아우르는 이야기 즉 역사가 실종됐다. 꼭지들은 전체적으로 긴데, 스토리텔링이 만드는 상황이 없고 단지 우스꽝스런 포즈나 끼로 웃음을 나열하다보니 지루해진다. ‘마이파더’나 ‘말 달리자’ 같은 만담식 코너들은 길기만 길고 촌철살인의 대사는 없다. ‘야옹이’는 의 바로미터 같은 코너인데 앙드레 김, 조용필, 김종서 모창에다가 에로 사항이란 단어를 웃음 포인트로 삼는다. 여성 심리를 가르쳐준다는 ‘남자는 몰라’는 ‘여자친구가 네일아트를 해도 손이 안 예뻐진다고 투정부리는 것은 반지가 없다’는 뜻이다라고 해석을 내리는데 ‘여자가 밥값을 내는 그 날까지’라는 의 ‘남보원’에 비해 공감대를 마련하기가 훨씬 힘들다. TV를 통해 방영되는 공개코미디는 비교적 적극적인 관객들을 전염시키기 쉬운 대학로 소극장 공연과는 다르다. 소극장 관객들은 유행어와 동어반복형 몸짓에 쉽게 웃음을 내어주지만 그것이 TV 속으로 들어오면 일단 꼭지 내의 이야기 자체가 재밌어야 연기나 유행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해병대 캠프에 입소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부터 암울했던 것은 사실이다. 는 악으로 깡으로 그래서 끼와 외모로 웃기자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웃음과 코미디의 정의를 새로운 정서와 시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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