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의 작명법
임성한 작가의 작명법은 기억 우선이다. 김씨, 이씨, 박씨, 구씨, 월씨, 디씨, 아니 디씨는 없어도 세상의 수많은 성씨 중 그의 사랑을 받으려면 희귀함이 필수다. 의 궁상식, 피혜자, 결명자는 물론 전작에서의 부길라, 은아리영, 사비나, 판정수 등이 그렇다. 성이 평범하면 장시몽, 백미녀, 서마담, 마마린 등 이름에서 승부를 낸다. 이주왕, 구왕모, 성종 등 왕조에 대한 애착도 꾸준히 드러나고 서로마, 이태리, 서영국 등 글로벌 지향적 작명도 돋보이지만 영국의 동생이 미주(美洲)나 아라사(俄羅斯)가 아닌 것은 다소 의외다. 비취, 루비, 산호, 호박 등 궁씨네 4남매 이름도 원래는 네 가지 보석을 의미하는 아름다운 발상에서 나왔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결코 ‘Bitch’가 아니다.

문영남 작가의 작명법
문영남 작가의 작명법은 기능 제일이다. 경찰이면 김순경, 반찬가게 주인은 반찬순이고 기러기 아빠면 길억이다. 그래서 그의 드라마 주인공들은 출생 직후 얻은 이름의 운명적 굴레에 매여 살며, 연하남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 연하와 사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한심한, 이기적, 모지란 등 형용사가 성격을 결정짓고 도우미, 주범인 등 팔자 역시 이름에 달려 있다. 왕재수, 계솔이, 정나미 등 ‘선전포고형’이나 혼수-상태, 어영-부영 등 자식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둘이라서 완성되는 ‘가족계획형’ 이름도 있다. 이렇듯 이름이 인생을 결정한다면 김순경의 세 아들 건강, 현찰, 이상은 진지하게 개명을 고민해보는 것이 어떨까. 로또, 대박, 재벌 혹은 소박하게 재혼, 십억, 총경 등 개인적 바람을 담는 것도 좋겠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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