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의 최고 스타는 의 세 배우였다. 부산에 있는 모든 여성을 그들과 함께 어디라도 가고 싶게 만든 이병헌, 기무라 타쿠야, 조쉬 하트넷. 그중에서도 이 훈훈한 3인방의 막내를 맡고 있는 조쉬 하트넷을 만났다. 무릎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본 그는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지워내려 애쓰는 배우도, 파격적인 스캔들을 터뜨린 할리우드 스타도 아닌 그저 눈 깊은 31살 청년이었다. 브라이언 드 팔마, 마이클 베이, 트란 안홍 등 세계적인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배우가 되었지만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그 기질은 공개되자마자 논란을 불러 일으킨 영화 로 이끌었다. 친절한 해설자가 없으면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그의 신작에 대한 세심한 분석은 할리우드 스타로만 알았던 조쉬 하트넷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할 것이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PIFF에 참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
조쉬 하트넷: 부산에서 3일을 보냈는데, 사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기대감은 오기 전부터 컸다. 남동생이 한국어 전공이라 서울에 7-8개월 정도 살았고, 병헌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어서 기대감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팬들이 와서 호응해 줄은 몰랐다. 굉장히 감사하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영화제에 오게 되서 기쁘다. 개막식 때도 팬들이 너무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
“는 어둡고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 이병헌이 여는 파티에서 한국 감독들, 배우들과 러브샷도 많이 했다는데, 속은 괜찮은지? (웃음)
조쉬 하트넷: 병헌은 굉장히 훌륭한 호스트다. 한국을 둘러보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제는 기무라 타쿠야와 이병헌, 나 이렇게 셋이서 그동안 밀린 얘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달 전에 일본에서 뭉친 이후로 처음 보는 거니까. 그 이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무라의 경우는 아이가 두 명 있으니까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했고, 서핑을 좋아하니까 서핑 얘기도 꽤 했다. 병헌은 할리우드를 진출했는데, 그가 같이 일한 사람들 중에서 나랑 작업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분들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다.
이병헌이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하더라.
조쉬 하트넷: 영화는 3번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시나리오 쓸 때, 촬영할 때, 편집이 될 때. 이렇게 3단계를 거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촬영 전에도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촬영 중에 즉흥적인 시도들도 있었다. 편집 과정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다 열거할 순 없다. 그러나 핵심적인 주제는 계속 남아있는 거 같다. 아시아의 기독교, 육체와 정신,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 사이의 희미한 경계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어둡고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를 비롯해 , 등 형사 역을 자주 맡았는데 이번에도 전직 형사다. 전작의 형사들과 어떤 것이 달랐나?
조쉬 하트넷: 20대 때는 주로 뛰어난 감독들과 함께 작업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나의 취향이나 관심보다는 어떤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는 게 주요 동기였다. 그래서 우연히 형사 역할을 세 번이나 하게 됐는데, 어쨌든 함께 일했던 세 감독이 모두 뛰어나고, 영화에 대한 접근법도 다 달랐다. 는 코미디인데 그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서 LA 형사들을 따라 다니면서 그들의 삶이 어떤지 보기도 했다. 이번에 는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 사이의 희미한 경계선에 대한 영화다. 맡은 역할인 클라인은 타인의 트라우마에 공감하다 그 고통에 동화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전에 맡았던 형사들과는 다르다. 이 영화는 주로 그가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의 경계는 무엇인가?
조쉬 하트넷: 클라인은 심리적으로 낭떠러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 하나의 동기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다시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미친 것과 정상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트란 누엔케가 연기한 릴리가 헤로인 중독자인 것처럼. 어쩌면 영화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감독만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촬영할 때 구성된 장면이나 편집된 장면의 구조가 다 다르니까. 트란 안홍 감독도 사실 이 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웃음) 관객들이 보고 나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러브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사실 는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고 할리우드 출신의 배우가 선택하기에 주저될 수 있는 작품이다. 출연 결정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쉬 하트넷: 트란 안홍이 워낙 뛰어난 감독이었기에 그 점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완성본은 관객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겐 영화를 창조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어쩔 때는 완성된 영화는 보지도 않기도 한다. 를 택한 이유는 감독의 전작들을 다 보고 나니 그가 얼마나 훌륭한 감독인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 다루려는 주제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영화는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는 후자일 수 있다. 이 영화가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고통도 분명한 현실의 일부이고, 잘 다뤄지지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감독은 고통이란 주제에 천착했던 것 같다. 는 다국적 합작 영화이긴 하지만 상대배우들과 감독 등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동양인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익숙한 당신에겐 현장 분위기가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조쉬 하트넷: 더 많은 아시아 작품들이 미국에서 개봉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지역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이 영화의 경우 굉장히 글로벌한 프로젝트다. 조감독은 프랑스인, 감독은 프랑스계 베트남 출신이고, 촬영감독은 스페인, 그 외의 스태프들도 영국과 미국 출신 등 정말 다양하다. 그렇게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의사소통에 장벽은 있었지만 그만큼 도움이 된 것도 있다. 말하기 전에 어떤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것은 서로 분명히 파악하고 얘기해서 일하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촬영 현장 돌아가는 방식도 할리우드와 많이 달랐을 텐데.
조쉬 하트넷: 현장에선 다들 너무 잘해줘서 낯설진 않았다. 다만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한 게 있는데 필리핀에서 러브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웃음) 탄광촌 언덕 중턱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 마을이 워낙 외진 곳이라 숙소로 쓸 만한 곳이 거기밖에 없었다. 홍콩에서의 촬영도 특이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부시가 대통령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싫어했을 텐데도 다들 내게 너무 잘해줬다. (웃음)
“나는 여전히 실험과 모험을 즐긴다” 데뷔 초에는 , 등 가벼운 멜로물에도 꽤 출연했는데, 최근의 출연작들을 보면 , 등 굉장히 무겁다. 앞으로 멜로 영화를 할 계획은 전혀 없는 건가?
조쉬 하트넷: 이번 영화가 워낙 어두워서 또 무거운 영화는 당분간 하고 싶지 않다. (웃음) 사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인데,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아도 딱 맞는 감독 없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듯이 20대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내 한계를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게다가 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는데 (웃음) 그것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끼쳤다. 배우 생활 초기에 쌓였던 이미지를 깨나가려고 무거운 영화를 골라온 측면이 크다. 앞으로는 멜로 영화를 할 생각도 물론 있다.
를 마치고는 케이시 역이 자신의 당시 상황과 닮았다며 “지금은 내가 어디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30대가 되면 더 쉬워질까요”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제 삼십대가 되었는데 사는 게 어떤가?
조쉬 하트넷: 그땐 너무 순진하고 어려서 그랬다. (웃음) 사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 같다. 다 파악이 된 거 같다가도 한 순간 그게 아니었단 걸 깨달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이 들면서 취향이 좀 더 공고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신념이 강해지는 건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원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실험하는 걸 사랑하고, 아직은 모험하는 걸 즐긴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한국에 처음 방문했는데, PIFF에 참석한 소감을 말해 달라.
조쉬 하트넷: 부산에서 3일을 보냈는데, 사실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기대감은 오기 전부터 컸다. 남동생이 한국어 전공이라 서울에 7-8개월 정도 살았고, 병헌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어서 기대감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팬들이 와서 호응해 줄은 몰랐다. 굉장히 감사하고 아시아 최대 규모인 영화제에 오게 되서 기쁘다. 개막식 때도 팬들이 너무 많이 와서 깜짝 놀랐다.
“는 어둡고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 이병헌이 여는 파티에서 한국 감독들, 배우들과 러브샷도 많이 했다는데, 속은 괜찮은지? (웃음)
조쉬 하트넷: 병헌은 굉장히 훌륭한 호스트다. 한국을 둘러보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어제는 기무라 타쿠야와 이병헌, 나 이렇게 셋이서 그동안 밀린 얘기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몇 달 전에 일본에서 뭉친 이후로 처음 보는 거니까. 그 이후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기무라의 경우는 아이가 두 명 있으니까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했고, 서핑을 좋아하니까 서핑 얘기도 꽤 했다. 병헌은 할리우드를 진출했는데, 그가 같이 일한 사람들 중에서 나랑 작업한 사람들이 있어서 그분들에 대해서도 많이 이야기했다.
이병헌이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가 너무 달라서 놀랐다고 하더라.
조쉬 하트넷: 영화는 3번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시나리오 쓸 때, 촬영할 때, 편집이 될 때. 이렇게 3단계를 거치는데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감독이 촬영 전에도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촬영 중에 즉흥적인 시도들도 있었다. 편집 과정에서도 그렇고. 그래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다 열거할 순 없다. 그러나 핵심적인 주제는 계속 남아있는 거 같다. 아시아의 기독교, 육체와 정신,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 사이의 희미한 경계 말이다. 그래서 영화는 어둡고 낯설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를 비롯해 , 등 형사 역을 자주 맡았는데 이번에도 전직 형사다. 전작의 형사들과 어떤 것이 달랐나?
조쉬 하트넷: 20대 때는 주로 뛰어난 감독들과 함께 작업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영화를 선택했다. 나의 취향이나 관심보다는 어떤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는 게 주요 동기였다. 그래서 우연히 형사 역할을 세 번이나 하게 됐는데, 어쨌든 함께 일했던 세 감독이 모두 뛰어나고, 영화에 대한 접근법도 다 달랐다. 는 코미디인데 그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서 LA 형사들을 따라 다니면서 그들의 삶이 어떤지 보기도 했다. 이번에 는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 사이의 희미한 경계선에 대한 영화다. 맡은 역할인 클라인은 타인의 트라우마에 공감하다 그 고통에 동화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전에 맡았던 형사들과는 다르다. 이 영화는 주로 그가 트라우마를 겪은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속에서 미친 것과 미치지 않은 것의 경계는 무엇인가?
조쉬 하트넷: 클라인은 심리적으로 낭떠러지에 서 있는 인물이다. 어떤 하나의 사건, 하나의 동기만 있으면 금방이라도 다시 미칠 수 있다. 그래서 미친 것과 정상 사이에 위태롭게 놓여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트란 누엔케가 연기한 릴리가 헤로인 중독자인 것처럼. 어쩌면 영화에 대한 완전한 이해는 감독만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촬영할 때 구성된 장면이나 편집된 장면의 구조가 다 다르니까. 트란 안홍 감독도 사실 이 영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웃음) 관객들이 보고 나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러브호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굉장히 이색적이었다”
사실 는 친절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접근하기 어렵고 할리우드 출신의 배우가 선택하기에 주저될 수 있는 작품이다. 출연 결정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조쉬 하트넷: 트란 안홍이 워낙 뛰어난 감독이었기에 그 점을 믿고 작품에 임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완성본은 관객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에겐 영화를 창조해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어쩔 때는 완성된 영화는 보지도 않기도 한다. 를 택한 이유는 감독의 전작들을 다 보고 나니 그가 얼마나 훌륭한 감독인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의 경우 다루려는 주제가 뚜렷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영화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어떤 영화는 질문을 제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는 후자일 수 있다. 이 영화가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고통도 분명한 현실의 일부이고, 잘 다뤄지지 않는 주제이긴 하지만 감독은 고통이란 주제에 천착했던 것 같다. 는 다국적 합작 영화이긴 하지만 상대배우들과 감독 등 대다수의 스태프들이 동양인이다. 할리우드 시스템에 익숙한 당신에겐 현장 분위기가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조쉬 하트넷: 더 많은 아시아 작품들이 미국에서 개봉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지역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이 영화의 경우 굉장히 글로벌한 프로젝트다. 조감독은 프랑스인, 감독은 프랑스계 베트남 출신이고, 촬영감독은 스페인, 그 외의 스태프들도 영국과 미국 출신 등 정말 다양하다. 그렇게 다국적으로 이루어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기에 의사소통에 장벽은 있었지만 그만큼 도움이 된 것도 있다. 말하기 전에 어떤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것은 서로 분명히 파악하고 얘기해서 일하는 데는 더욱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촬영 현장 돌아가는 방식도 할리우드와 많이 달랐을 텐데.
조쉬 하트넷: 현장에선 다들 너무 잘해줘서 낯설진 않았다. 다만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한 게 있는데 필리핀에서 러브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웃음) 탄광촌 언덕 중턱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 마을이 워낙 외진 곳이라 숙소로 쓸 만한 곳이 거기밖에 없었다. 홍콩에서의 촬영도 특이했지만 그곳에서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 부시가 대통령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싫어했을 텐데도 다들 내게 너무 잘해줬다. (웃음)
“나는 여전히 실험과 모험을 즐긴다” 데뷔 초에는 , 등 가벼운 멜로물에도 꽤 출연했는데, 최근의 출연작들을 보면 , 등 굉장히 무겁다. 앞으로 멜로 영화를 할 계획은 전혀 없는 건가?
조쉬 하트넷: 이번 영화가 워낙 어두워서 또 무거운 영화는 당분간 하고 싶지 않다. (웃음) 사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인데,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아도 딱 맞는 감독 없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듯이 20대에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내 한계를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게다가 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서 왼쪽으로 가라고 하면 오른쪽으로 가는데 (웃음) 그것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끼쳤다. 배우 생활 초기에 쌓였던 이미지를 깨나가려고 무거운 영화를 골라온 측면이 크다. 앞으로는 멜로 영화를 할 생각도 물론 있다.
를 마치고는 케이시 역이 자신의 당시 상황과 닮았다며 “지금은 내가 어디로 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30대가 되면 더 쉬워질까요”라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제 삼십대가 되었는데 사는 게 어떤가?
조쉬 하트넷: 그땐 너무 순진하고 어려서 그랬다. (웃음) 사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누구도 모르는 것 같다. 다 파악이 된 거 같다가도 한 순간 그게 아니었단 걸 깨달을 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나이 들면서 취향이 좀 더 공고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신념이 강해지는 건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서 원숙해지는 과정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실험하는 걸 사랑하고, 아직은 모험하는 걸 즐긴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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