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 밤 12시 35분
좋은 프로그램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현실을 잊게 해주기보다 그 너머의 다른 공간을 상상하게 해준다. 가 그렇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느슨한 삶의 즐거움을 허밍하는 여행자의 기분이 든다. 딱 그 제목처럼. 는 음악에 가장 충실한 정통음악프로그램이지만, 크게 튀진 않아도 소소한 개성으로 꼽을만한 장점이 많은 예능프로다. ‘영화, 뮤지컬 속 숨은 노래 찾기’나 ‘금지곡 특집’처럼, 종종 참여하는 뮤지션보다 부제에 이끌려 시청하게 만드는 기획력도 그 중 하나다. ‘보헤미안 느낌처럼’이라는 어제의 부제도 바람 들기 좋은 가을의 초입에 잘 어울리는 기획이다. 여기에 중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듯한 노래 ‘집시걸’의 재즈밴드 윈터플레이가 서늘한 가을 바람 같은 연주로 가슴을 뛰게 하며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장식했다. 뒤이어 같은 플럭서스 소속 뮤지션 이승열이 깜짝 등장하여 선보인 듀엣무대는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장점이 드러난 무대다. 기존 곡을 그 뮤지션의 개성에 맞게 재해석해 부르는 리메이크곡 무대가 그것이다. 최근 이러한 곡들을 선별한 컴필레이션 음반이 발매될 만큼 인기가 높은 만의 매력 중 하나다. “라틴 리듬과 펑키한 느낌”으로 편곡된 이승열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화제가 된 그의 ‘노바디’만큼이나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의 가장 인상적인 리메이크곡의 영광은 복병 에보니힐의 연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남녀 보컬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 인디밴드는 박진영의 숨넘어갈 듯한 보컬이 기억에 남는 ‘난 여자가 있는데’를 소울풍 그윽한 가을 버전으로 멋지게 편곡해내 첫 공중파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글 김선영
Mnet 수 오후 6시
해적방송이라기에 혹시나 했다. 널브러져 있는 스타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고, 그들의 쌩얼과 잠자리를 구경함은 물론 더욱 가깝고 진솔하게 연예인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해적방송이란 포맷도 좋아서 글자 몇 자만 바꾸면 바로 ‘빅뱅 TV’ 혹은 ‘지디 TV’라는 타이틀로 변신한다. 최근 몇 주 동안은 지 드래곤이 솔로 음반준비 과정을 주로 보여줬고, 어제 드디어 그의 첫 무대 뒷모습을 공개했다. 그를 응원하러 온 YG크루와 엄정화도 보이고 생일파티도 펼쳤다. 그런데 무대 뒷모습을 포착하는 프로그램인데, 정작 앨범을 둘러싼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프로그램은 지 드래곤의 생일파티에서나 마시는 샴페인과 같았다. 그래서 좀 더 그들과 가까워졌다고 믿었던 환상이 무너져 내려 허무하다. 나이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털털한 아이돌은 이제 특별한 떡밥도 아니고, 이 프로그램에서 이 환상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물론 예쁘지만 정물을 동영상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스토리도 없고, 멤버 간 서열이나 구역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멤버들의 개성이 빚어내는 시너지나 사건도 없다. 이제 십대 중반에서 이십 대 중반의 멤버들이 자기의 시원을 찾아 떠난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 여행도 낯간지러운 이벤트라 몇 주 동안 보려니 지루하다. 그럼에도 가 샴페인을 계속 들 수밖에 없는 건, 심각한 음악이야기나 시시콜콜한 고민을 늘어놓는 것은 주 시청층인 10대 팬들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의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는 쌩얼을 보고 부러워하는 게 더 즉자적이고, 땀 흘리는 연습장면을 보는 것보단 스타일링을 한다며 쇼핑하는 순간에 더 아티스트다운 면모를 찾기 쉬운 요즘이니까.
글 김교석
좋은 프로그램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동안 현실을 잊게 해주기보다 그 너머의 다른 공간을 상상하게 해준다. 가 그렇다.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느슨한 삶의 즐거움을 허밍하는 여행자의 기분이 든다. 딱 그 제목처럼. 는 음악에 가장 충실한 정통음악프로그램이지만, 크게 튀진 않아도 소소한 개성으로 꼽을만한 장점이 많은 예능프로다. ‘영화, 뮤지컬 속 숨은 노래 찾기’나 ‘금지곡 특집’처럼, 종종 참여하는 뮤지션보다 부제에 이끌려 시청하게 만드는 기획력도 그 중 하나다. ‘보헤미안 느낌처럼’이라는 어제의 부제도 바람 들기 좋은 가을의 초입에 잘 어울리는 기획이다. 여기에 중심 아이디어를 제공한 듯한 노래 ‘집시걸’의 재즈밴드 윈터플레이가 서늘한 가을 바람 같은 연주로 가슴을 뛰게 하며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장식했다. 뒤이어 같은 플럭서스 소속 뮤지션 이승열이 깜짝 등장하여 선보인 듀엣무대는 이 프로그램의 또 하나의 장점이 드러난 무대다. 기존 곡을 그 뮤지션의 개성에 맞게 재해석해 부르는 리메이크곡 무대가 그것이다. 최근 이러한 곡들을 선별한 컴필레이션 음반이 발매될 만큼 인기가 높은 만의 매력 중 하나다. “라틴 리듬과 펑키한 느낌”으로 편곡된 이승열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화제가 된 그의 ‘노바디’만큼이나 좋았다. 하지만 이 날의 가장 인상적인 리메이크곡의 영광은 복병 에보니힐의 연주로 돌려야 할 것 같다. 남녀 보컬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 인디밴드는 박진영의 숨넘어갈 듯한 보컬이 기억에 남는 ‘난 여자가 있는데’를 소울풍 그윽한 가을 버전으로 멋지게 편곡해내 첫 공중파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했다.
글 김선영
Mnet 수 오후 6시
해적방송이라기에 혹시나 했다. 널브러져 있는 스타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주고, 그들의 쌩얼과 잠자리를 구경함은 물론 더욱 가깝고 진솔하게 연예인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다. 해적방송이란 포맷도 좋아서 글자 몇 자만 바꾸면 바로 ‘빅뱅 TV’ 혹은 ‘지디 TV’라는 타이틀로 변신한다. 최근 몇 주 동안은 지 드래곤이 솔로 음반준비 과정을 주로 보여줬고, 어제 드디어 그의 첫 무대 뒷모습을 공개했다. 그를 응원하러 온 YG크루와 엄정화도 보이고 생일파티도 펼쳤다. 그런데 무대 뒷모습을 포착하는 프로그램인데, 정작 앨범을 둘러싼 가장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 프로그램은 지 드래곤의 생일파티에서나 마시는 샴페인과 같았다. 그래서 좀 더 그들과 가까워졌다고 믿었던 환상이 무너져 내려 허무하다. 나이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털털한 아이돌은 이제 특별한 떡밥도 아니고, 이 프로그램에서 이 환상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물론 예쁘지만 정물을 동영상으로 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스토리도 없고, 멤버 간 서열이나 구역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멤버들의 개성이 빚어내는 시너지나 사건도 없다. 이제 십대 중반에서 이십 대 중반의 멤버들이 자기의 시원을 찾아 떠난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 여행도 낯간지러운 이벤트라 몇 주 동안 보려니 지루하다. 그럼에도 가 샴페인을 계속 들 수밖에 없는 건, 심각한 음악이야기나 시시콜콜한 고민을 늘어놓는 것은 주 시청층인 10대 팬들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의 진솔한 이야기에 공감하기보다는 쌩얼을 보고 부러워하는 게 더 즉자적이고, 땀 흘리는 연습장면을 보는 것보단 스타일링을 한다며 쇼핑하는 순간에 더 아티스트다운 면모를 찾기 쉬운 요즘이니까.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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