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김준현(金峻鉉).
태어난 날은 1980년 11월 16일. 올해 서른이다.
아버지가 KBS 교양국의 PD셨다. 처음에는 KBS 지방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하셨는데 나중에 서울에 올라오신 후 PD를 하셨다. 이나 처럼 약간 예능적인 요소가 있는 프로그램을 연출하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회사에선 많이 무서운 분이었다고 한다.
두 살 터울인 형이 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영어에 능통한, 나와는 많이 다른 형이었다. 중학교 때 AFKN 보면서 혼자 낄낄 웃고, 토익 같은 것도 두 세 개만 틀리고 그런다. 덕분에 LG 본사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갈 길은 역시 피아노였다면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좀 멋있지 않은가?
초등학교 때 검도를 시작했다. 그냥 취미로 한 게 아니라 교내 정식 검도부원이었다. 단이 있던 건 아니지만 실력도 좋아서 SBS 검도왕 대회 등 전국 대회에 나가면 꼬박꼬박 우승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 검도부 생활을 했는데 어른이 되면 도장이나 차리겠다는 말에 아버지께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보내셨다. 어린 녀석이 꿈이 없다고.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400점 만점에 180점을 맞을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직업반을 다닐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고2 겨울 때 긴 갈색 생머리에 워커를 신고 이스트팩을 맨 미모의 여대생을 보고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3 때 정말 공부만 해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술을 마시는 게 고2 때까지는 가능했다. 호프 빌려서 셔터 내리고 술 마실 때도 있었고, 그 때 유행하던 편의방에서 값싸게 술을 사서 먹기도 하고. 물론 등교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니까 토요일에 많이 마셨다. 부모님께서도 술에 대해선 많이 관대하셨다.
인문학부에 입학해서 철학과를 선택했다. 아버지께선 역사학과 같은 곳에 들어가길 바라셔서 조금 못마땅해 하셨다. 철학 자체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암기 위주의 고등학교와 다른, 대학생다운 사색과 낭만이 있는 학문일 거라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게 많더라.
록밴드에서 드럼도 쳐봤다.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친척 형네 집에 있던 드럼을 치며 혼자 익혔다가 대학에서 팀을 이뤄 활동했다. 그 시절 아마추어 밴드들이 카피한 곡들은 다들 비슷비슷할 거다.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같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신중현 선생님의 ‘미인’이나 ‘아름다운 강산’ 같은 옛날 우리 가요들도 곧잘 카피했다. 그 때의 경험으로 흔히 왕비호 밴드라 불리는 오버액션의 멤버가 됐다. 포지션은 기타로 바뀌었지만.
체중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술이다. 군대 전역하고서 과 학생회장이 됐는데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 심지어 어릴 적 운동을 한 탓에 먹기도 상당히 잘 먹는 편이었는데 먹고 마시고 운동은 안 하니 살이 찔 수밖에. 날씬할 땐 70㎏이였던 체중이 지금은 110㎏이다. 얼마 전 KBS 에서 진행한 ‘살과의 전쟁’에 참여했지만 먹는 걸 줄이지 못해 실패했다.
동기 중에 가장 열심히 하는 건 (정)범균이 같다. 같이 코너 하면서 알게 됐는데 코너 회의 때 아이디어도 가장 많이 내고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오늘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내일로 미루는 타입인데 범균이는 정말 나올 때까지 고민한다. ‘조선왕조부록’에서 좌의정 역할을 했던 (양)선일이 역시 외국 코미디 보면서 연구하는 굉장한 노력파다.
술은 마셨다 하면 동 틀 때까지 먹는다. 멤버가 있다. 박영진, 송준근 다들 술 좋아하니까. 허경환은 여자가 있어야 같이 먹고.(웃음) 동기들 중 가장 술이 센 건 이광섭이다. 주량 자체도 세고, 천천히 얘기하면서 마시니까 취하질 않는다. 나는 초반부터 냅다 들이붓다가 금방 취하는 타입이고.
박성호 선배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개그맨이라는 게 결국 한 ‘똘끼’하는 사람들이라 같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별의별 웃기는 상황이 다 벌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박성호 선배는 웃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거 같다. 동기 중에선 박영진이 제일 ‘또라이’ 기질이 있다.
‘DJ 변’에서의 광고 타임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원래 ‘개그전사 300’ 때 시도하려고 했다. 광섭이, 지호, 준근이와 같이 짰는데 그 땐 좀 포맷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말하자면 까였다. 또 대학로에서 라디오 극장 형식으로도 해봤는데 그 때도 반응이 영…(웃음) 그러다 ‘DJ 변’에 (최)효종이 대신 투입되면서 인기를 얻은 건데 변기수 선배랑 범균이는 내가 원래 이런 걸 시도한 걸 몰랐다고 하더라.
뚱뚱한 걸 소재로 하는 개그를 준비해본 적이 있다. 김지호, 김민경처럼 덩치 큰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리의 2층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콘셉트였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지 않고 오직 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어서 아무도 감히 가보지 못한 신비의 공간 2층에 대한. 예전 유민상 선배가 에서 했던 ‘마른 인간 연구’를 넘기 어려워서 진도가 멈췄다.
KBS 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어차피 편집을 다 할 테니 하고 싶은 말은 가리지 말고 막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도 입이 안 떨어지더라. 사실 그 전엔 버라이어티를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인기가 있는 노홍철 씨 같은 분들도 다 노력했으니까 그렇게 말을 잘할 수 있는 거겠지.
라디오 CM 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이 코너(‘DJ 변’) 하고 나서 잘 팔리는 거 같다. (웃음) 멤버들과 음식물 처리기 TV 광고도 찍었는데 나중에 내가 하는 걸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어쨌든 참 고마운 일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태어난 날은 1980년 11월 16일. 올해 서른이다.
아버지가 KBS 교양국의 PD셨다. 처음에는 KBS 지방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를 하셨는데 나중에 서울에 올라오신 후 PD를 하셨다. 이나 처럼 약간 예능적인 요소가 있는 프로그램을 연출하셨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회사에선 많이 무서운 분이었다고 한다.
두 살 터울인 형이 있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영어에 능통한, 나와는 많이 다른 형이었다. 중학교 때 AFKN 보면서 혼자 낄낄 웃고, 토익 같은 것도 두 세 개만 틀리고 그런다. 덕분에 LG 본사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갈 길은 역시 피아노였다면서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좀 멋있지 않은가?
초등학교 때 검도를 시작했다. 그냥 취미로 한 게 아니라 교내 정식 검도부원이었다. 단이 있던 건 아니지만 실력도 좋아서 SBS 검도왕 대회 등 전국 대회에 나가면 꼬박꼬박 우승을 했다. 중학교 때까지 검도부 생활을 했는데 어른이 되면 도장이나 차리겠다는 말에 아버지께서 인문계 고등학교로 보내셨다. 어린 녀석이 꿈이 없다고.
수능 모의고사를 보면 400점 만점에 180점을 맞을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직업반을 다닐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고2 겨울 때 긴 갈색 생머리에 워커를 신고 이스트팩을 맨 미모의 여대생을 보고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3 때 정말 공부만 해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교복을 입고 술을 마시는 게 고2 때까지는 가능했다. 호프 빌려서 셔터 내리고 술 마실 때도 있었고, 그 때 유행하던 편의방에서 값싸게 술을 사서 먹기도 하고. 물론 등교에 문제가 있으면 안 되니까 토요일에 많이 마셨다. 부모님께서도 술에 대해선 많이 관대하셨다.
인문학부에 입학해서 철학과를 선택했다. 아버지께선 역사학과 같은 곳에 들어가길 바라셔서 조금 못마땅해 하셨다. 철학 자체에 관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암기 위주의 고등학교와 다른, 대학생다운 사색과 낭만이 있는 학문일 거라는 지레짐작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말 공부하고 외워야 할 게 많더라.
록밴드에서 드럼도 쳐봤다. 따로 배운 적은 없고 친척 형네 집에 있던 드럼을 치며 혼자 익혔다가 대학에서 팀을 이뤄 활동했다. 그 시절 아마추어 밴드들이 카피한 곡들은 다들 비슷비슷할 거다.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같은.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신중현 선생님의 ‘미인’이나 ‘아름다운 강산’ 같은 옛날 우리 가요들도 곧잘 카피했다. 그 때의 경험으로 흔히 왕비호 밴드라 불리는 오버액션의 멤버가 됐다. 포지션은 기타로 바뀌었지만.
체중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술이다. 군대 전역하고서 과 학생회장이 됐는데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셨다. 심지어 어릴 적 운동을 한 탓에 먹기도 상당히 잘 먹는 편이었는데 먹고 마시고 운동은 안 하니 살이 찔 수밖에. 날씬할 땐 70㎏이였던 체중이 지금은 110㎏이다. 얼마 전 KBS 에서 진행한 ‘살과의 전쟁’에 참여했지만 먹는 걸 줄이지 못해 실패했다.
동기 중에 가장 열심히 하는 건 (정)범균이 같다. 같이 코너 하면서 알게 됐는데 코너 회의 때 아이디어도 가장 많이 내고 항상 새로운 걸 시도해보려고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오늘 아이디어가 안 나오면 내일로 미루는 타입인데 범균이는 정말 나올 때까지 고민한다. ‘조선왕조부록’에서 좌의정 역할을 했던 (양)선일이 역시 외국 코미디 보면서 연구하는 굉장한 노력파다.
술은 마셨다 하면 동 틀 때까지 먹는다. 멤버가 있다. 박영진, 송준근 다들 술 좋아하니까. 허경환은 여자가 있어야 같이 먹고.(웃음) 동기들 중 가장 술이 센 건 이광섭이다. 주량 자체도 세고, 천천히 얘기하면서 마시니까 취하질 않는다. 나는 초반부터 냅다 들이붓다가 금방 취하는 타입이고.
박성호 선배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개그맨이라는 게 결국 한 ‘똘끼’하는 사람들이라 같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별의별 웃기는 상황이 다 벌어지는데 그 중에서도 박성호 선배는 웃기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거 같다. 동기 중에선 박영진이 제일 ‘또라이’ 기질이 있다.
‘DJ 변’에서의 광고 타임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원래 ‘개그전사 300’ 때 시도하려고 했다. 광섭이, 지호, 준근이와 같이 짰는데 그 땐 좀 포맷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말하자면 까였다. 또 대학로에서 라디오 극장 형식으로도 해봤는데 그 때도 반응이 영…(웃음) 그러다 ‘DJ 변’에 (최)효종이 대신 투입되면서 인기를 얻은 건데 변기수 선배랑 범균이는 내가 원래 이런 걸 시도한 걸 몰랐다고 하더라.
뚱뚱한 걸 소재로 하는 개그를 준비해본 적이 있다. 김지호, 김민경처럼 덩치 큰 친구들과 함께 미스터리의 2층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런 콘셉트였다.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지 않고 오직 계단으로만 올라갈 수 있어서 아무도 감히 가보지 못한 신비의 공간 2층에 대한. 예전 유민상 선배가 에서 했던 ‘마른 인간 연구’를 넘기 어려워서 진도가 멈췄다.
KBS 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어차피 편집을 다 할 테니 하고 싶은 말은 가리지 말고 막 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그런데도 입이 안 떨어지더라. 사실 그 전엔 버라이어티를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인기가 있는 노홍철 씨 같은 분들도 다 노력했으니까 그렇게 말을 잘할 수 있는 거겠지.
라디오 CM 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이 코너(‘DJ 변’) 하고 나서 잘 팔리는 거 같다. (웃음) 멤버들과 음식물 처리기 TV 광고도 찍었는데 나중에 내가 하는 걸 보니까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어쨌든 참 고마운 일이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