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이라는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분명 어마어마한 액수지만 서울의 남쪽에 근사한 아파트를 사기도, 평생 마음 놓고 놀고먹기에도 아쉬운 돈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공상에서 빠져나와 눈앞에 시퍼런 10억이 있다면, 그 순간 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인은 몇이나 될까? 지난 29일 용산 CGV에서 열린 영화 (이든픽쳐스 제작, 스폰지이엔티 공동제작)의 언론시사회에는 “배우들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다”는 정유미의 말처럼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인 박해일, 박희순, 정유미, 신민아, 이민기와 조민호 감독 등이 참석했다.은 안 팔리는 다큐멘터리 PD(박해일), 피자배달원(신민아), 고시생(정유미), 실적 떨어지는 증권사 직원(이천희), 백수(하승호), 유리창닦이(이민기) 등 우울한 청춘들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시작한다. 1등을 하면 10억을 차지할 수 있는 서바이벌 게임쇼의 초대. 그러나 구질구질한 일상에서 벗어날 구원의 초대장은 이들이 게임의 무대인 서호주 사막에 떨어지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상금을 따내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서 치르는 게임은 깃발 먼저 뽑기나 오래달리기 따위가 아니다. 철저하게 이들을 죽이기 위해 장PD(박희순)가 세팅해놓은 게임은 매순간 10명을 생과 사의 기로에 놓이게 한다. 살기 위해 아무리 발버둥쳐도 견고한 죽음의 덫은 그들을 한 명씩 옭아매고, 장PD는 끔찍할 만큼 치밀하다. 그렇게 끝을 알 수 없는 7일간의 사투는 누군가를 미치게 만들거나 “대단하게도” 급작스러운 로맨스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광활한 사막을 꽉 채우는 10명의 배우들 은 처음부터 최후의 생존자를 밝혀놓고 시작하는 영화인만큼 9명의 참가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영화의 스릴러적 재미가 달려있다. 그러나 서호주의 광활한 자연에 던져진 참가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예상가능하거나 정교함이 부족하다. 또 마지막의 충격파를 노린 “슬픈 스릴러”의 결말은 영화 속 인물의 말처럼 “매순간 겁에 질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관객에게 안타까움 이상의 울림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 내몰린 등장인물들의 절박함과 생과 돈을 향한 본능을 잘 살려낸 배우들로 인해 영화는 생명력을 얻는다. 9명의 사람들을 죽일 수 밖에 없는 “슬픈 악역” 장PD의 광기와 연민을 오가는 눈빛, 영화 에 이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민기와 흙 분장을 하고도 반짝거리는 신민아 등 젊은 배우들의 모습은 그들의 현재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다.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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