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결혼했어요’ MBC 일 오후 5시 20분
가상과 현실의 경계 속에서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표류하는 것으로 보였던 ‘우리 결혼했어요’는 실제 연인인 김용준과 황정음으로 시즌2를 열었다. 이들의 ‘우리 결혼했어요’ 출연은 사실 “프로그램 출연 얘기를 듣고 사흘을 잠을 못잤다”는 황정음 아버지의 진실한 고백만큼이나 위험한 것으로 느껴진다. 가상의 연애, 결혼 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이들 커플이 헤어질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5회를 맞이한 지금까지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2는 실제 3년차 커플로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고민을 드러내며, 연애와 결혼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무조건 결혼부터 하고 시작했던 과거의 커플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프러포즈로 시작해, 친구들과의 상담, 결혼 전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 상견례에 이르기까지 결혼 전 겪어야 할 단계들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상견례에서 두 사람의 부모님은 옷차림에서부터 말투, 표정과 행동 등 수많은 부분에 대해서 고민한다. 예전 같았으면 부모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주인공들의 모습에 집중했을 카메라는 자녀의 결혼 앞에서 남자의 부모와 여자의 부모가 다른 입장에 서게 되는 불편한 상황들까지 보여준다. 실제 연애와 다툼의 긴장감을 보여주었던 이전 편들에 비해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의 다른 코너들이 다 막을 내리게 된 시점에서, ‘우리 결혼했어요’가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글 윤이나

SBS 토-일 오후 10시
지난 주 은 선우환(이승기)이 질투심에 못 이겨 박준세(배수빈)를 때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으며 본격적인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그러나 단순히 로맨틱 드라마를 표방한 것이 아니라 ‘인지상정’을 중요하게 다루고자 하는 드라마인 만큼, 얽히고설키는 주인공들의 감정 라인 이상으로 유승미(문채원)의 변해가는 모습 역시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에서 유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선우환만이 아니다. 오히려 딸에게 자신보다 풍족한 삶을 물려주고자 하는 백성희(김미숙)의 욕망이야말로 이 드라마를 뒤흔드는 가장 중요한 갈등이다. 성희의 비뚤어진 욕망이 이어질수록 그녀가 딸 승미에게 실제로 전하게 되는 유산의 정체는 점점 더 흉물스러운 것이 되고, 승미의 삶은 성희의 욕망과 달리 엄마의 삶을 닮아가고 만다. 고은성(한효주)과의 관계를 알고 캐어묻는 선우환에게, 책임의 다수를 은성에게 떠넘겨가면서까지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승미의 변한 모습은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사실 이런 장치들을 통해 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뻔하다. ‘돈보다 가족애’, ‘내 가족의 부른 배보다 타인의 주린 배’가 중요하단 것.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이 당연한 얘기를 하는 드라마를 우린 어느새 ‘착한 드라마’라고 부르고 있다. 머리와 가슴이 멀어진 탓이다. ‘착하니까 당연한 걸 지키며 사는 거’란 생각을 대다수가 은밀하게 공유하고 있는 사회라면, 우리가 아랫세대에게 남겨줄 유산의 모양도 그리 찬란하진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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