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밤 10시 55분
이나 SBS 등 고대 사극들이 조선시대 사극들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상상력의 여지가 늘어남으로써 판타지적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진골 화랑이었으나 미실(고현정)의 명을 받은 이래 15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덕만(남지현)을 찾아다닌 자객 칠숙(안길강)이나 천방지축 궁녀였던 옛 모습과는 달리 덕만을 살리기 위해 서로의 몸을 묶은 밧줄을 끊고 유사(流砂) 속으로 사라져 가는 유모 소화(서영희) 등은 스케일이 큰 순정만화에서 운명의 수레바퀴에 치는 비애를 담은 조연처럼 보인다. 덕만이 불합리한 제후에게 맞서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으며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잡아가는 등 총명함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 역시 촘촘하게 직조되며 훗날 미실과 덕만이 맞대결할 때의 에너지를 비축해간다. 물론 여전히 의 무게 추는 미실에 있다. 천명공주(신세경)의 남편 용수(박정철)를 죽을 자리로 밀어 넣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던 그가 상복을 입고 천명을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모습은 어지간한 스릴러 못지않게 섬뜩하고, 심지어 현재의 어떤 순간과 묘하게 오버랩 되기도 한다. 그러나 드디어 계림(신라)으로 돌아온 덕만은 저도 모르게 미실과의 승부를 향한 토대를 차근히 쌓아나갈 것이다. 미실이 휘두르는 운명 앞에 살아남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천명이 아들에게 “가장 강한 것은 세월이다. 세월을 뜻하는 이름 ‘춘추’라 부르겠다”는 것 역시 복수를 위한 발판이다. 그리고 그 ‘세월’을 무엇보다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유승호가 김춘추의 ‘아역’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지금은 훗날 자라서 유승호가 되는 ‘아기 역’ 배우만이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최지은
‘LA레이커스 vs 올랜도매직’ MBC ESPN 오전 9시
어느 경기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90년대 조던이 구가한 황금시대 이후 가장 재미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도 시청률이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높아졌다고 한다. 시차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침 시간대에 방송되는데 그 어떤 아침드라마보다도 빠르고 극적이다. 가장 짜릿한 승부가 역전승이고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 이후 인류는 약자를 응원하지 않았는가. 팀 간의 상성과 경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팀인 올랜도는 개성 넘치는 멤버들이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보여줬다. 고졸 엘리트 라샤드 루이스와 유럽에서 날아온 두 명의 조던(팀의 에이스이자 터키 조던 히도 터틀구르와 에어프랑스 피에트러스)도 역시나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특유의 오복성 패스에 이은 삼점슛을 끊임없이 날렸고, 이에 레이커스는 클래식한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더블팀과 로테이션 수비로 이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괴물 하워드를 봉쇄했다. 심지어 골수팬들에게 마저 외면당하던 윌튼과 피셔가 제 몫의 몇 배 이상을 하며 코비와 가솔을 도와 팀 승리를 이끌었다.
보는 팬들로 하여금 침이 바짝바짝 마르게 쫀득한 경기를 펼친 두 팀은 시종 일관 엎치락뒤치락 했다. 88:88로 마친 4쿼터 마지막까지 명장면들을 쏟아냈다. 언터쳐블이라 불리던 코비의 점퍼를 깨끗하게 블로킹한 위기를 즐기는 사나이, 터키 조던 히도의 살인미소도 볼 수 있었고, 코비는 연장전에서 아크로바틱한 한 손 페이드어웨이 슛을 꽂아 넣으며 리그 넘버원의 진가를 보여줬다. 진땀나는 승부.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리즈 전적은 일방적인 2대 0이다. 3일 후 플로리다에서 역전의 드라마가 쓰일지 아니면 이대로 마무리될지 결과를 떠나 경기 자체만으로도 기대된다.
글 김교석
이나 SBS 등 고대 사극들이 조선시대 사극들과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상상력의 여지가 늘어남으로써 판타지적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진골 화랑이었으나 미실(고현정)의 명을 받은 이래 15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덕만(남지현)을 찾아다닌 자객 칠숙(안길강)이나 천방지축 궁녀였던 옛 모습과는 달리 덕만을 살리기 위해 서로의 몸을 묶은 밧줄을 끊고 유사(流砂) 속으로 사라져 가는 유모 소화(서영희) 등은 스케일이 큰 순정만화에서 운명의 수레바퀴에 치는 비애를 담은 조연처럼 보인다. 덕만이 불합리한 제후에게 맞서고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읽으며 자신의 삶의 목표를 잡아가는 등 총명함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 역시 촘촘하게 직조되며 훗날 미실과 덕만이 맞대결할 때의 에너지를 비축해간다. 물론 여전히 의 무게 추는 미실에 있다. 천명공주(신세경)의 남편 용수(박정철)를 죽을 자리로 밀어 넣은 것이나 매한가지였던 그가 상복을 입고 천명을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네는 모습은 어지간한 스릴러 못지않게 섬뜩하고, 심지어 현재의 어떤 순간과 묘하게 오버랩 되기도 한다. 그러나 드디어 계림(신라)으로 돌아온 덕만은 저도 모르게 미실과의 승부를 향한 토대를 차근히 쌓아나갈 것이다. 미실이 휘두르는 운명 앞에 살아남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천명이 아들에게 “가장 강한 것은 세월이다. 세월을 뜻하는 이름 ‘춘추’라 부르겠다”는 것 역시 복수를 위한 발판이다. 그리고 그 ‘세월’을 무엇보다 제대로 느끼게 해 주는 것은 유승호가 김춘추의 ‘아역’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지금은 훗날 자라서 유승호가 되는 ‘아기 역’ 배우만이 출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 최지은
‘LA레이커스 vs 올랜도매직’ MBC ESPN 오전 9시
어느 경기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90년대 조던이 구가한 황금시대 이후 가장 재미있다. 실제 미국 현지에서도 시청률이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높아졌다고 한다. 시차 때문에 국내에서는 아침 시간대에 방송되는데 그 어떤 아침드라마보다도 빠르고 극적이다. 가장 짜릿한 승부가 역전승이고 다윗과 골리앗의 결투 이후 인류는 약자를 응원하지 않았는가. 팀 간의 상성과 경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약팀인 올랜도는 개성 넘치는 멤버들이 끈끈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열정을 보여줬다. 고졸 엘리트 라샤드 루이스와 유럽에서 날아온 두 명의 조던(팀의 에이스이자 터키 조던 히도 터틀구르와 에어프랑스 피에트러스)도 역시나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특유의 오복성 패스에 이은 삼점슛을 끊임없이 날렸고, 이에 레이커스는 클래식한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수준 높은 더블팀과 로테이션 수비로 이를 견제하면서 동시에 괴물 하워드를 봉쇄했다. 심지어 골수팬들에게 마저 외면당하던 윌튼과 피셔가 제 몫의 몇 배 이상을 하며 코비와 가솔을 도와 팀 승리를 이끌었다.
보는 팬들로 하여금 침이 바짝바짝 마르게 쫀득한 경기를 펼친 두 팀은 시종 일관 엎치락뒤치락 했다. 88:88로 마친 4쿼터 마지막까지 명장면들을 쏟아냈다. 언터쳐블이라 불리던 코비의 점퍼를 깨끗하게 블로킹한 위기를 즐기는 사나이, 터키 조던 히도의 살인미소도 볼 수 있었고, 코비는 연장전에서 아크로바틱한 한 손 페이드어웨이 슛을 꽂아 넣으며 리그 넘버원의 진가를 보여줬다. 진땀나는 승부. 그러나 결과적으로 시리즈 전적은 일방적인 2대 0이다. 3일 후 플로리다에서 역전의 드라마가 쓰일지 아니면 이대로 마무리될지 결과를 떠나 경기 자체만으로도 기대된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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