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목 저녁 8시 30분
학생들에게 3분 스피치가 있다면, KBS PD들에게는 가 있다. 한 회만 시청해도 제작비의 한계가 느껴지는 서글픔이 있지만 PD가 30분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름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형식도 내용도 그날따라 매번 달라진다. 어제의 주제는 ‘맛집’이었다. 신문, 잡지 가장 크게는 너무나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다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가장 유용하게 접하는 정보도 다름 아닌 맛집일 것이다. 어제 맛집 다큐는 TV비평 프로그램처럼 자신들이 양산한 맛집 소개의 허실을 파고들었다. 신선한 프로그램답게 PD가 전면에 등장해 맛집을 찾아다니고 맛을 보고, 맛집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위 과장된 입소문인지 진짜 불멸의 맛을 지녔는지 간단한 실험도 진행한다. 또, 맛의 성지로 불린다는 영등포의 한 초밥집을 ‘맛객’이란 블로거가 신랄한 비평을 했고, 다시 요리사가 그 글을 반박했다. 누가 더 옳은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호기로운 출발과는 다르게 실험 결과도 회색, 논쟁의 마무리도 회색이다.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하나의 문화인 음식을 개선하기 위해 맛이 없으면 주인을 불러서 따져야 한단다. 맛이 없어도 81.2%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문제라는 통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무거나 먹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PD는 이제 음식점에 가면 음식사진을 찍고 맛없다고 주인을 불러 따진다. 맛을 아는 것이 행복을 얻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몇 분전 실험에서도 맛의 절대 기준이 모호하게 나오지 않았는가. 맛이 변했다는 말에 남긴 김치찌개집 사장님의 시크한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김치찌개는 별맛이 아닌 거예요. 그냥 김치, 집에서 먹는 거랑 똑같지, 뭐.”
글 김교석
KBS1 목 저녁 12시 35분
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읽을 맘을 먹었다면 이젠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가 남는다.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이건 피곤한 문제다. KBS은 그런 이들이 볼만한 프로다. 지금은 폐지된 가 논의가 될 만한 책을 선정해 그 책의 가치와 한계에 대해 토론했다면, 신설된 은 대중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토크쇼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위주였던 패널이 아나운서나 연예인으로 바뀌면서 추천 책은 읽기 수월한 것들로, 책에 집중하던 토크 방식도 감상이나 일화를 얘기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됐다. ‘엄마’라는 이번 주 주제야말로 그런 성향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한데, 관련 책 4권이 전부 대중적인 색깔을 띠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변화가 성공적이었다 단언하긴 힘들 듯하다. 물론 유명인사가 등장해 책을 추천하는 ‘책 권하는 대한민국’ 이란 코너가, 대중성에 치우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희석시키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도 한계를 보인다. 박범신 작가는 를 소개하나 추천 말을 추려보면 사실 몇 마디 안 된다. 저 고전의 가치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기엔 턱도 없는 양이다. 이는 이 패널 전부가 책을 읽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이 다른 쪽에 추천하는 방식을 띠고 있기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은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을 권한다는 점에서 분명 순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문득 가 그리워지는 건 학교에서조차 책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 시대, ‘인문학이 결여된 실용’이 난무하는 세상, 그 속에서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 정진아
학생들에게 3분 스피치가 있다면, KBS PD들에게는 가 있다. 한 회만 시청해도 제작비의 한계가 느껴지는 서글픔이 있지만 PD가 30분간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중파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름 파격적인 프로그램이다. 형식도 내용도 그날따라 매번 달라진다. 어제의 주제는 ‘맛집’이었다. 신문, 잡지 가장 크게는 너무나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맛집을 다룬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가 가장 유용하게 접하는 정보도 다름 아닌 맛집일 것이다. 어제 맛집 다큐는 TV비평 프로그램처럼 자신들이 양산한 맛집 소개의 허실을 파고들었다. 신선한 프로그램답게 PD가 전면에 등장해 맛집을 찾아다니고 맛을 보고, 맛집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소위 과장된 입소문인지 진짜 불멸의 맛을 지녔는지 간단한 실험도 진행한다. 또, 맛의 성지로 불린다는 영등포의 한 초밥집을 ‘맛객’이란 블로거가 신랄한 비평을 했고, 다시 요리사가 그 글을 반박했다. 누가 더 옳은지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호기로운 출발과는 다르게 실험 결과도 회색, 논쟁의 마무리도 회색이다. 국내 최초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하나의 문화인 음식을 개선하기 위해 맛이 없으면 주인을 불러서 따져야 한단다. 맛이 없어도 81.2%가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문제라는 통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아무거나 먹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던 PD는 이제 음식점에 가면 음식사진을 찍고 맛없다고 주인을 불러 따진다. 맛을 아는 것이 행복을 얻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허나 몇 분전 실험에서도 맛의 절대 기준이 모호하게 나오지 않았는가. 맛이 변했다는 말에 남긴 김치찌개집 사장님의 시크한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김치찌개는 별맛이 아닌 거예요. 그냥 김치, 집에서 먹는 거랑 똑같지, 뭐.”
글 김교석
KBS1 목 저녁 12시 35분
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읽을 맘을 먹었다면 이젠 무슨 책을 읽을 것인가가 남는다.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이건 피곤한 문제다. KBS은 그런 이들이 볼만한 프로다. 지금은 폐지된 가 논의가 될 만한 책을 선정해 그 책의 가치와 한계에 대해 토론했다면, 신설된 은 대중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며 토크쇼와 유사한 방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 위주였던 패널이 아나운서나 연예인으로 바뀌면서 추천 책은 읽기 수월한 것들로, 책에 집중하던 토크 방식도 감상이나 일화를 얘기하는 방식으로 변하게 됐다. ‘엄마’라는 이번 주 주제야말로 그런 성향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한데, 관련 책 4권이 전부 대중적인 색깔을 띠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변화가 성공적이었다 단언하긴 힘들 듯하다. 물론 유명인사가 등장해 책을 추천하는 ‘책 권하는 대한민국’ 이란 코너가, 대중성에 치우친 이 프로그램의 성격을 희석시키고 있긴 하지만 그 역시도 한계를 보인다. 박범신 작가는 를 소개하나 추천 말을 추려보면 사실 몇 마디 안 된다. 저 고전의 가치에 호기심을 느끼게 하기엔 턱도 없는 양이다. 이는 이 패널 전부가 책을 읽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이 다른 쪽에 추천하는 방식을 띠고 있기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은 더 많은 이들에게 책을 권한다는 점에서 분명 순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문득 가 그리워지는 건 학교에서조차 책에 대해 토론하지 않는 시대, ‘인문학이 결여된 실용’이 난무하는 세상, 그 속에서 내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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