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안 예쁜 적이 있었나. 송혜교를 이야기 하며 그녀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하는 건 사실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일이다. 금새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순정의 눈을, 작지만 오뚝하게 빚어 진 단아한 코를, 도톰하게 뒤집어진 섹시한 입술을, 사나이 울리는 잘 발달된 여성성을, 품에 쏙 안길 아담한 몸매를, 더 이상 이야기 한들 무엇 하냐 말이다. 다 아는 이야기, 지겨운 이야기다.
그래서 한 번도 송혜교가 궁금했던 적이 없었다. 그저 예쁘게 감상하면 되는 한 송이 꽃을 보듯, 지지 않고 언제라도 잘 피어있어 주면 그만이었다. 꽃잎이 몇 장인지, 넌 어쩌다 꽃으로 태어났는지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송혜교가 KBS 에 등장했다. 지기 싫어하고, 고집 세고, 욕심 많은 방송국 드라마 감독. 거대한 서사와 웅장한 스토리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 같던 이 배우에게, 이 심심하리만큼 일상적인 이 캐릭터는 그간 수많은 여배우들이 재현해왔던 ‘황진이’를 새롭게 그려낸 영화 를 선택했던 것 보다 더 무리한 도전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의 ‘주준영’을 만나가면서, 알아가면서 처음으로 송혜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인간이, 이 배우가, 이 사람이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다.
지금껏 당신들이 보아왔던 당신들의 송혜교 “혹시 제가 선배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요?” 라는 말을 “김치 좀 줄래요”처럼 무심하게 뱉어버리는 여자, “B팀 촬영 내가 나갈게” 라고 자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속삭이는 당차고 씩씩한 연인. 이런 그녀의 모습이 당황스럽다면 당신과 송혜교의 시작은 일지도 모른다. 혹 그 돌격부대 같은 모습에 기시감을 느꼈다면 또 다른 당신은 의 ‘혜교’를 기억하기 때문이리라. 나이차 많이 나는 의사 이선생(이창훈)에 대한 짝사랑을 결국 무모함과 순정으로 쟁취해내던 그 ‘궁뎅이’ 아가씨 말이다.
“얼마면 돼!” 라고 포효하는 남자를 향해 여자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라고 처연하게 말한다. 에서 송혜교는 ‘수동적이지만 강인한 여자’ 은서를 연기하며 윤석호 감독의 계절 시리즈 여성 캐릭터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그 눈빛과 말투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송혜교란 배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기본 이미지기도 했다. 수컷들의 싸움판, 퍽퍽한 남자들의 인생에 유일한 물기를 뿌리던 의 민수연이나, 영화 의 청순한 여고생 수은 역시 그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생활력 강하고 씩씩한 의 연우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아직은 낯선 이미지였고, 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한지은이 되고 나서야 익숙한 듯 새로운 매력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열광했다. 하지만 그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 ‘당신들의 송혜교’는 있었지만 ‘그녀만의 송혜교’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씩씩하게 당신들에게 손을 내밀었다순정의 대명사이자 첫사랑의 심볼이었던 그녀가 “첫사랑에 목을 매는 한국 드라마에 신물이 난다”라고 말하는 주준영을 연기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그렇게 송혜교는 질문을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드라마를 편집실에서 되돌려 보며 “잘 만 찍었구만, 뭐가 어떻다고…” 라고 진심으로 속상해하는 그 드라마 감독의 모습은 송혜교의 목소리이고 송혜교의 얼굴이다. ‘순정’을 부정하기 보다는 순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질문을 던지는 주준영의 모습은, 그간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부정하는 대신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 모든 것을 돌이켜보게 된 배우 송혜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편을 두고 있지도 않던 ‘연기력 논란’이니 ‘발음 논란’을 애써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노희경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명배우들이 다 발음이 좋은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면 성우나 아나운서를 가져다 쓸 일” 이다. 또한 그런 평가는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에게 들이대기엔 너무 듬성듬성한 자이거나 무딘 칼이다. 또한 작품 한 편을 두고 ‘배우탄생’ 운운하며 설레발을 칠 필요도 역시 없다. 아직 이 젊은 배우가 넘어야 할 산은 많고, 건너야 할 강도 깊다.
그저 전교 남학생들이 모두 동경해 마지않던 소녀가, 교실 창가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청순만 떨 것 같던 여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옆 자리로 다가와 앉아 씩씩하게 손을 내미는 느낌. 이 만들어내고 있는 최대의 수확은 우리에게 배우로서의 여정이 기대되는 ‘친구’ 한 명을 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감정을 고요히 담아내던 수동적인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습자지처럼 그려내는 재미를 알게 된 배우. 이제 그녀가 살아갈 세상이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졌다. 송혜교, 이 배우가, 이 사람이, 이 여자가 정말로 궁금해져 버렸다. 그래,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그래서 한 번도 송혜교가 궁금했던 적이 없었다. 그저 예쁘게 감상하면 되는 한 송이 꽃을 보듯, 지지 않고 언제라도 잘 피어있어 주면 그만이었다. 꽃잎이 몇 장인지, 넌 어쩌다 꽃으로 태어났는지 묻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송혜교가 KBS 에 등장했다. 지기 싫어하고, 고집 세고, 욕심 많은 방송국 드라마 감독. 거대한 서사와 웅장한 스토리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 같던 이 배우에게, 이 심심하리만큼 일상적인 이 캐릭터는 그간 수많은 여배우들이 재현해왔던 ‘황진이’를 새롭게 그려낸 영화 를 선택했던 것 보다 더 무리한 도전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주 한 주 의 ‘주준영’을 만나가면서, 알아가면서 처음으로 송혜교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인간이, 이 배우가, 이 사람이 진심으로 알고 싶어졌다.
지금껏 당신들이 보아왔던 당신들의 송혜교 “혹시 제가 선배님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요?” 라는 말을 “김치 좀 줄래요”처럼 무심하게 뱉어버리는 여자, “B팀 촬영 내가 나갈게” 라고 자고 있는 남자친구에게 속삭이는 당차고 씩씩한 연인. 이런 그녀의 모습이 당황스럽다면 당신과 송혜교의 시작은 일지도 모른다. 혹 그 돌격부대 같은 모습에 기시감을 느꼈다면 또 다른 당신은 의 ‘혜교’를 기억하기 때문이리라. 나이차 많이 나는 의사 이선생(이창훈)에 대한 짝사랑을 결국 무모함과 순정으로 쟁취해내던 그 ‘궁뎅이’ 아가씨 말이다.
“얼마면 돼!” 라고 포효하는 남자를 향해 여자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나 돈 필요해요”라고 처연하게 말한다. 에서 송혜교는 ‘수동적이지만 강인한 여자’ 은서를 연기하며 윤석호 감독의 계절 시리즈 여성 캐릭터의 원형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그 눈빛과 말투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송혜교란 배우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기본 이미지기도 했다. 수컷들의 싸움판, 퍽퍽한 남자들의 인생에 유일한 물기를 뿌리던 의 민수연이나, 영화 의 청순한 여고생 수은 역시 그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생활력 강하고 씩씩한 의 연우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지만 아직은 낯선 이미지였고, 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한지은이 되고 나서야 익숙한 듯 새로운 매력에 대중들은 다시 한 번 열광했다. 하지만 그 모든 드라마와 영화에 ‘당신들의 송혜교’는 있었지만 ‘그녀만의 송혜교’는 없었다.
그런 그녀가 씩씩하게 당신들에게 손을 내밀었다순정의 대명사이자 첫사랑의 심볼이었던 그녀가 “첫사랑에 목을 매는 한국 드라마에 신물이 난다”라고 말하는 주준영을 연기하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광경이다. 그렇게 송혜교는 질문을 시작했다. 자신이 만든 드라마를 편집실에서 되돌려 보며 “잘 만 찍었구만, 뭐가 어떻다고…” 라고 진심으로 속상해하는 그 드라마 감독의 모습은 송혜교의 목소리이고 송혜교의 얼굴이다. ‘순정’을 부정하기 보다는 순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질문을 던지는 주준영의 모습은, 그간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와 캐릭터를 부정하는 대신 자신만의 시각으로 그 모든 것을 돌이켜보게 된 배우 송혜교의 모습이기도 하다.
한 편을 두고 있지도 않던 ‘연기력 논란’이니 ‘발음 논란’을 애써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 노희경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소위 우리가 말하는 명배우들이 다 발음이 좋은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거면 성우나 아나운서를 가져다 쓸 일” 이다. 또한 그런 평가는 여전히 성장 중인 배우에게 들이대기엔 너무 듬성듬성한 자이거나 무딘 칼이다. 또한 작품 한 편을 두고 ‘배우탄생’ 운운하며 설레발을 칠 필요도 역시 없다. 아직 이 젊은 배우가 넘어야 할 산은 많고, 건너야 할 강도 깊다.
그저 전교 남학생들이 모두 동경해 마지않던 소녀가, 교실 창가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청순만 떨 것 같던 여자애가, 어느 날 갑자기 내 옆 자리로 다가와 앉아 씩씩하게 손을 내미는 느낌. 이 만들어내고 있는 최대의 수확은 우리에게 배우로서의 여정이 기대되는 ‘친구’ 한 명을 선사한 것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감정을 고요히 담아내던 수동적인 배우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습자지처럼 그려내는 재미를 알게 된 배우. 이제 그녀가 살아갈 세상이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어졌다. 송혜교, 이 배우가, 이 사람이, 이 여자가 정말로 궁금해져 버렸다. 그래,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글. 백은하 (on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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