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야드)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0일(현지시간) 그룹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가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밖 MD부스 앞에서 줄선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들./리야드=김수경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11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King Fahd International Stadium, 이하 리야드 스타디움)에서 해외 가수 최초로 월드투어 단독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LOVE YOURSELF: SPEAK YOURSELF)’를 연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수많은 ‘최초’ 기록을 세워왔으나 이번 기록은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 자체의 역사에서도 길이 남는 순간이 될 테지만, 사우디의 문화 개방과 K팝의 확장이라는 교차점에 방탄소년단만의 ‘소프트 파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공연이기 때문이다.소프트 파워(Soft power)란 매력과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이자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이다. 사우디 현지에서도 방탄소년단의 소프트 파워가 중동 아미(Army, 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을 단단히 사로잡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파워는 방탄소년단이 그간 음악을 통해 꾸준히 전해 온 메시지인 ‘러브 유어 셀프(너 자신을 사랑하라)’로 수렴됐다.

공연을 앞두고 리야드 스타디움 앞 MD 부스 앞에서 만난 하이파(19) 양은 “방탄소년단의 음악 속 ‘러브 유어 셀프’라는 메시지는 나를 사랑하라고 알려줬다. 그들의 음악을 알기 전에 나는 꿈 없이 숨만 쉬는 인간일 뿐이었다”며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이유를 밝혔다. 베안(15) 양도 “방탄소년단은 음악을 통해 어떻게 삶을 사랑해야 하는지 영감을 준다. 방탄소년단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네가 원하는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사우디 공연은 사우디가 최근 속도를 내기 시작한 문화 개방과도 맞물렸다.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가 문화의 빗장을 서서히 열기 시작한 건 ‘비전 2030’를 위해서다. ‘비전 2030’은 2016년 석유 의존도가 높던 사우디 경제가 유가 급락으로 타격을 입자 정부가 내놓은 경제사회 개혁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그간 관광 목적만으로는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았고 선별한 단체관광에만 간헐적으로 비자를 발급해줬다. 젊은 미혼여성들은 사우디 방문이 특히 더 어려웠다.그러나 지난달 28일 한국, 미국, 중국 등 49개국을 대상으로 관광비자를 처음으로 발급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전 세계에 있는 아미들이 방탄소년단의 사우디 공연을 관람하러 오는 것도 훨씬 수월해졌다. 지난 30년간을 사우디에서 지내온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및 중부지역 한인회장 김효석 씨는 “사우디가 40개가 넘는 국가들에게 관광 비자를 발급하는 것은 획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은 사우디 유적관광청이 올해 실시한 ‘사우디 시즌 프로젝트’ 중 하나인 ‘리야드 시즌’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사우디 시즌 프로젝트는 사우디의 지역별로 축제를 개최하는 것이다. 지난 6~7월에 제다 시즌이 개최됐고, 리야드 시즌은 오는 15일부터 시작해 12월 15일까지 리야드 전역에 걸쳐 개최된다. 아랍뉴스, 걸프뉴스와 같은 현지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리야드 시즌 중 개최되는 페스티벌로 간주하며 주요한 이벤트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현지 팬들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의 매력이 사우디 시즌 프로젝트에도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사우디 내에서도 젊은 층과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한국 음악과 가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드라마는 두바이, 이집트 등 주변 중동 국가의 방송을 통해 접해왔다. 2018년 4월에는 상업영화관이 재개관했고, 엔터테인먼트청(General Authority Entertainment) 등이 신설됐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사우디 공연은 K팝과 한류에 대한 새로운 유입 통로로 작용할 것으로도 예상된다.리야드 스타디움에서 만난 15살 소녀 사라는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의 춤을 따라 췄다. 방탄소년단 커버 댄스로 현장의 다른 아미들로부터 호응을 받은 이 소녀는 가수 청하, 그룹 아이즈원·에버글로우 등 수많은 다른 K팝 그룹들의 댄스에도 푹 빠졌다며 전용 인스타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푸툰(27) 씨는 이달 말 열리는 ‘러브 유어 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서울 공연을 보러 간다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15살 소녀 사라(왼쪽)가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를 출 때 주변 아미들은 한국어 가사를 같이 부르며 호응을 보냈다./리야드=김수경기자

방탄소년단의 매력은 사우디에만 통한 것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의 공연 개최 소식에 사우디아라비아 주변국들의 아미들 또한 들썩거렸다. 이들은 리야드에서의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공연 소식이 공식 발표되면서부터 트위터에 ‘#UAEwantsBTS’이라는 해시태그를 올리며 방탄소년단의 방문을 염원하는 마음을 전해왔다.방탄소년단은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시카고, 뉴저지, 브라질 상파울루,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일본 오사카, 시즈오카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까지 전 세계 9개 도시에서 17회 공연의 스타디움 투어를 기록하게 됐다. 전 세계에서 약 90만 관객과 만난 셈이다.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 투어는 오는 26, 27, 29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공연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방탄소년단은 이후 12월 6일 미국 맬리포니아 잉글우드 더 포럼에서 열리는 ‘아이하트라디오 징글 볼’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친다.

리야드=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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