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이 해냈다. 설마가 진짜가 됐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칸 영화제 폐막식과 시상식이 열렸다. 전세계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호명됐다.앞서 지난 4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칸에 진출하게 된 것에 대해 “영광이다. 칸은 언제나 설레고 긴장된다.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신작을 선보이게 됐다. 그 자체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생충’은 워낙 한국적인 영화다. 해외에서 100% 이 영화를 이해하진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어마어마한 감독님들 사이에 있는 것 뿐이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봉 감독이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건 2006년 59회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괴물’을 시작으로 ‘도쿄!’ ‘마더’ ‘옥자’에 이어 다섯 번째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건 2017년 ‘옥자’ 이후 두 번째다.
영화 ‘기생충’에서 열연한 배우 송강호(왼쪽부터) 장혜진, 이정은, 조여정, 최우식, 이선균, 박소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5월 19일(현지시간) 봉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기생충’의 주역들이 칸에 입성했다.

봉 감독은 “영화의 모든 작업을 후회 없이 마쳤다. 담담한 마음”이라며 “세계 곳곳에서 도착한 뜨거운 신작들과 함께 축제의 일부가 외겠다”라고 말했다.송강호도 “칸 영화제는 올 때마다 새롭고 긴장된다. 봉 감독과 훌륭한 후배 배우들이 같이 와서 더 감회가 새롭다”며 “‘기생충’이 여기서 처음으로 공개될 것을 생각하니 설렌다. 좋은 기억으로 남으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5월 21일 오후 9시 30분(현지시간) 칸영화제 메인 상영관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기생충’의 공식 상영 전 레드카펫 행사가 치러졌다. 봉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이정은, 최우식, 박소담이 레드카펫을 밟았다.

‘기생충’은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레드카펫에는 국내외 수백여 명의 기자들이 모여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2300석이 넘는 극장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고, 미처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객들은 팻말을 들고 티켓을 구하러 다니기도 했다.
‘기생충’ 배우들이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사진=칸 영화제 공식 페이스북

봉 감독은 레드카펫 현장에서 “감독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칸 영화제에서 가장 처음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영광이고 흥분되는 일”이라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봉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인간에 관한 영화다. 인간을 깊숙이 들여다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인간을 깊이 보다 보면 정치, 역사가 다 나온다. 하지만 결국 가족 영화라 말하고 싶다”며 “두 가족의 미묘한 뉘앙스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정치 영화이기 이전에 가족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관객 반응이 어떨 것 같느냐는 질문에는 “내 영화를 아무리 많이 본 분들이라도 이번 영화를 보면 놀랄 것이다. 되게 이상하다”고 말해 궁금증을 키웠다.BBC는 칸영화제에서 반드시 봐야할 10대 영화로 ‘기생충’을 꼽았다. 칸영화제 마켓에 마련된 영화 판매 부스에는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가운데 ‘기생충’이 전 세계 192개국에 선판매되며 한국 영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이 기록은 종전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인 ‘아가씨’의 176개국을 넘어선 수치다. 뿐만 아니라 봉감독 작품 ‘설국열차’의 167개국 수치도 넘어선 기록으로 의미를 더한다.

이날 ‘기생충’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오후 10시(현지시간) 공식 상영회가 열렸다. 봉 감독과 배우 7명이 참석한 가운데 극장 2300석은 관객들로 꽉 찼다.

영화 상영이 시작됐다. 주연 배우들의 열연과 봉준호 감독 특유의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력, 예측 불허의 상황 설정과 위트 있는 대사가 2300석 뤼미에르 대극장을 놀라움과 감동으로 가득 채웠다. 상영 중 관객석에서 웃음과 탄성이 이어졌다.

‘기생충’ 공식 상영 후 8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가 끝나기도 전부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소리가 시작됐다. 상영관 불이 켜지기 전부터 1분 여간 지속된 박수는 불이 켜지고 7분간의 기립 박수로 이어졌다.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에 봉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양팔을 들어 올려 손 인사를 했다. 배우들도 박수가 이어진 약 8분 여 시간 동안 벅차오르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히며 연신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봉 감독은 “감사합니다. 이제 밤이 늦었으니 집에 갑시다”라는 멘트로 재치있게 마무리 지었다.

상영이 끝난 후 칸 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크리스티앙 쥰은 “‘기생충’은 올해 초청작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후 해외 배급사들은 앞다퉈 ‘기생충’을 호평했다. “봉준호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이라고 평했다. 해외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BBC는 “”기생충’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부족했던 모든 것이다. 촘촘하고 오락적이며, 완벽한 페이스를 보여준다. ‘기생충’을 보며 당신은 웃을 것이고, 비명을 지르고, 박수를 치고 손톱을 물어뜯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공식 상영이 끝난 뒤 언론과 평단의 호평이 계속됐고, 대부분의 매체가 매긴 평점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봉준호 감독./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 마지막 날. 모든 것이 현실이 됐다.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 프랑스의 유명 여배우 카트리느 드뇌브가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기생충’을 호명했다.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만장일치로 ‘기생충’에 상을 줬다”며 “‘기생충’은 특별한 경험이었고, 다른 영화와 차별화 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나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감독을 꿈꾸던 어리숙한 12살 소년이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만지게 된다니…”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봉 감독은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며 자리를 내줬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수상 쾌거를 이룬 ‘기생충’은 오는 5월 30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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