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안도 타다오’ 포스터.

안도 타다오는 1941년 9월 13일 일본 오사카에서 쌍둥이의 형으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힘도 남아돌고 돈벌이도 되고 해서 권투를 시작하지만, 뛰어난 기량의 동료를 보고는 접는다. 혼자서 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고. 그리고 건축가의 꿈이 생긴 안도 타다오는 독학으로 건축을 익히기 시작한다. 교토, 나라의 건축물을 보러 갔던 그의 발걸음은 유럽으로 향한다. 안도 타다오는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에서 빛으로 홍수가 난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겁이 없는 청춘이었던 그는 스물여덟이 되던 해인 1969년 오사카에 ‘안도 타다오 건축 연구소’를 설립한다.

데뷔작 ‘스미요시 나가야’는 가정집인데 내부에 중정(中庭·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을 두었고, 오사카에 있는 ‘빛의 교회’는 십자형 유리창으로 빛을 끌어왔고, ‘혼푸쿠지’(물의 절)는 연꽃처럼 빨간 빛으로 물드는 구조로 구현했다. 이탈리아의 베네통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 ‘파브리카’는 17세기 건물이었던 빌라를 재건축하여 옛것과 새것이 공존할 때의 재미와 매력을 끌어올렸다.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은 문화와 현대 미술의 공간으로 나오시마 섬을 그려내고 싶었던 의뢰인 후쿠타케의 상상력을 실현한 프로젝트다. 건축물이 풍경을 가리지 않도록, 주변 경관에 녹아들도록 최대한 땅 속에 넣어서.이외에도 ‘록코 집합 주택’(일본) ‘물의 교회’(일본) ‘퓰리처 예술재단’(미국) ‘사야마이케 박물관’(일본) ‘포트워스 현대미술관’(미국) ‘클라크 미술관’(미국) ‘상해 폴리 그랜드 시어터’(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이 숨 쉬고 있다. 그의 생각이 현실로 채 닿지 못한 국내외의 기획들도 있지만.

영화 ‘안도 타다오’ 스틸컷.

지난 2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감독 미즈노 시게노리)는 ‘현대 건축의 미니멀리스트’ ‘노출 콘크리트의 거장’으로 불리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드라마틱한 건축물, 즉 삶을 조명한다. 그는 건물의 기초로 쓰이던 콘크리트에 별도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 물성과 질감을 고스란히 살리면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외부 소재로 사용했다. 그래서 그의 팀은 최고의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 1997년 영국 왕립 건축가 협회 로열 골드 메달, 2002년 미국 건축가 협회 골드 메달, 2005년 국제 건축가 연맹 골드 메달을 수상했고 예일대, 콜럼비아대, 하버드대의 건축학부 객원교수로도 일했다.안도 타다오는 사람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생활할 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건물 안의 사람이 살아있음을 느낀다면 건물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집 옆의 공원을 어떻게 집어넣을까 고민하고, 작은 집에 하나의 커다란 우주를 담으려고 한다. 그는 평생을 바친 건축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건축이란 것은 터를 읽는 일이다. 건축은 외형보다 내부에서의 체험이 더 중요하다. 건축은 끝난 후에도 계속 살아있다.

공원에서 트레이닝복에 아식스 운동화를 신은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 안도 타다오는 첫마디부터 관객을 사로잡는다. 창조적인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이후에도 그의 유쾌하고 명쾌하고 통쾌한 화술은 관객을 빠져들게 한다. 다큐멘터리에 익숙지 않아도, 건축에 익숙지 않아도, 안도 타다오에 익숙지 않아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안도 타다오는 오사카를 벚꽃의 도시로 만들 기획도 했다. 사람들이 벚꽃을 좋아하는 건 자신들과 벚나무의 수명이 같고, 수명도 같은 것이 예쁘게 지니까 더 좋아한다고. 오사카 시민들은 그의 생각에 동참했다. 벚꽃으로 물든 마을을 보면, 역시나 그의 생각은 옳았다. 마을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나무였다.

안도 타다오는 생각을 짓는 건축가다.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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