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KBS2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 방송화면 캡처

코믹과 범죄물, 정치 풍자 등이 한꺼번에 버무려져 가볍게 웃으며 공감할 수 가볍게 있는 드라마가 왔다. 지난 1일 베일을 벗은 KBS2 새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이다. 얼떨결에 경찰과 결혼한 사기꾼이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고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설정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날 방송은 사기꾼 양정국(최시원 분)이 국회의원 후보로 방송 토론회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됐다.양정국은 토론회에서 지하철 건설을 두고 타 후보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지하철이 생긴다고 해서 이용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며 “우리가 지하철 바라는 이유, 한 가지밖에 없잖아요. 집값. 내가 돈 버니까”라고 말했다. 상대 후보 강수일(유재명 분)은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양정국의 의견에 화를 참지 못하고 “너, 뭐하던 놈이야?”라고 소리쳤다.국회의원 출마 전 양정국은 베테랑 사기꾼이었다. 그는 박상필(김종구 분)을 만나 베네수엘라 돈 60억을 주고 한국 돈으로 챙겼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기였다. 박상필의 부하는 “베네수엘라가 화폐 개혁을 해서 돈 단위가 싹 바뀌었다”고 뒤늦게 보고했지만 양정국은 이미 도망간 뒤였다.

그는 팀원이자 여자친구인 희진(임지현 분)에게 청혼했고, 희진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희진은 양정국의 돈을 들고 도망갔다. 양정국은 배신의 충격에 “희진아, 우리 사랑했잖아. 돌아와”라고 매달렸다. 희진은 “오빠는 사랑이었지만 난 사기였나봐. 좋은 사람 만나”라고 매몰차게 대했다.

그 시각 강력계 형사 김미영(이유영 분)도 잠복근무 중 남자친구(최성원 분)가 다른 여성과 모텔에 들어가는 걸 목격했다. 현장을 덮친 김미영에게 남자친구는 “그냥 나 용서해라. 막말로 너, 나랑 헤어지면 누구 만날 거냐. 너 여형사다. 남자들 쉽게 너 못 만나”라며 자존심을 긁었다. 충격을 받은 김미영은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홧김에 서방질이라고 했던가. 한껏 꾸미고 클럽에 간 김미영은 자신에게 작업을 걸던 남자가 유부남임을 알고 분노가 폭발했다. 유부남과 일행들을 해치우는 김미영의 싸움 솜씨를 마침 클럽에 있던 양정국이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술을 같이 하게 된 두 사람은 김미영은 연인과 이별했다는 공통점 덕분에 금방 가까워졌다.

술에 취한 김미영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양정국은 “사업한다”고 둘러댔다. 김미영도 “작은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미영은 “우리 사귀자. 서로 할 거 없으면. 좋은 사람 있을 때 까지 사귀어보고 좋은 사람 만나면 헤어지고. 부담없이 만나자”고 고백했다. 양정국은 해가 뜰 때까지 고민하다 “그래 우리 사귀자”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평범하게 데이트를 했다. 영화도 보고 바닷가를 갔고 카페에서 책도 읽었다. 집에서 축구를 보며 같은 팀을 응원했고 라면을 먹다 입도 맞췄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푹 빠졌고 결국 양정국은 김미영에게 “너 놓치면 스님 될 거 같아”라고 청혼했다. 김미영은 “하자. 결혼”이라며 양정국과의 결혼을 결심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직업을 숨긴 상태. 괴로워하던 김미영은 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나, 경찰이야. 네가 싫어할까봐 말 못 했어”라고 고백했다. 양정국은 황당해하며 “사기꾼도 잡느냐”고 물었다.

2년이 흐른 후에도 두 사람은 결혼 생활을 이어갔다. 뜨거웠던 연애 시절과 달리 결혼 생활은 미지근했다. 3대가 사기꾼 집안 출신인 양정국은 경찰에 단 한 번도 잡히지 않은 사기꾼임을 자부했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 잡히지는 않았는데 경찰 아내에게 잡혀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미영도 양정국에게 묘한 수상함을 느꼈다. 그는 엄마 같은 경찰서장 김경애(길해연 분)에게 “한 번은 자는 얼굴이 예뻐서 쳐다보고 있었더니 ‘죄송합니.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경애는 “그냥 피곤했나보지”라며 달랬다.양정국은 40억원 짜리 새로운 사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내근직이던 김미영은 현장직으로 발령을 신청했고, 양정국이 벌인 사기인줄도 모르고 일당을 잡으러 나섰다. 그리고 박상필의 딸 박후자(김민정 분)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직접 나섰다. 그는 양정국의 동료를 찾아가 “양정국 어딨어?”라고 물으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높였다.

◆ 2년만에 복귀한 최시원…여전한 코믹王

‘국민 여러분!’의 사기꾼은 여타 드라마에서 봐온 사기꾼과는 급이 다르다. 사기를 가업으로 삼고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경찰에 잡혀본 적 없는 베테랑 사기꾼이 등장한다. 3대가 사기꾼인 집안이라 사기 행각도 비상하다. 기상천외한 사기와 번뜩이는 재치로 상대를 속이고 뒷목을 잡게 했다.최시원은 베테랑 사기꾼 양정국을 ‘얄밉도록’ 잘 소화했다. 전작인 MBC ‘그녀는 예뻤다’와 tvN ‘변혁의 사랑’에서 코믹한 표정과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던 최시원은 얼굴 근육 대신 뻔뻔한 연기로 무장했다. 이날 첫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그는 “코믹 요소에 신경을 덜 썼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양정국의 웃음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맛깔나게 표현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코믹+범죄+정치풍자’ 예고

드라마 초반에 잠시 나왔던 국회의원 토론회 장면은 ‘국민 여러분!’이 궁극적으로 담고 싶어 하는 이야기의 중심이다.

프로 사기꾼이지만 정치는 단 하나도 모르는 양정국이 ‘목숨’을 위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정치에는 무지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알맞다. 지하철 건설 이유가 편리함이 아니라 집값 때문이라는 솔직한 양정국의 발언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섣불리 외치지 못했던 사실이다.

이처럼 김정현 PD와 한정훈 작가는 민의를 대신하기보다 잇속 챙기기에 앞장서는 정치인을 양정국의 입을 빌려 통렬히 풍자함으로써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줄 작정이다. 다만 반려견 사고로 활동을 중단했다가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최시원에 대해서는 호감과 비호감이 엇갈리고 있어 사기 범죄와 정치풍자를 넘나드는 극의 전개가 이를 어떻게 상쇄할지 주목된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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