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 사진제공=디즈니

객석 양옆으로 코끼리, 원숭이 등 정글을 누비는 동물들이 지나가며 시선을 끌고, 흥겨운 소리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관객들의 눈빛은 금세 초롱초롱 빛나고, 심바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라이온 킹'(연출 줄리 테이머)의 첫 장면이다.

초연 2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인터내셔널 투어 ‘라이온 킹’은 지난해 대구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지난 9일 서울에서 막을 올렸다. 미국 브로드웨이 연극상인 토니 상을 수상한 연출가 줄리 테이머와 오리지널 팀이 그대로 참여해 브로드웨이 무대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전 세계 ‘라이온 킹’ 프로덕션에 활동한 배우들의 과반수가 한국 공연에 합류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개성과 뛰어난 재능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놀고, 덕분에 관객들도 환하게 웃는다.뮤지컬은 원작인 애니메이션 영화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른다. 아프리카의 평화로운 왕국 프라이드랜드를 배경으로, 정글의 왕인 사자 무파사의 아들 심바가 태어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왕의 동생 스카가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무파사를 죽이고, 심바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왕국에서 내쫓는다. 혼자가 된 심바는 미어캣 티몬, 멧돼지 품바와 생활하며 성장한다. 고향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다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왕국의 평화를 되찾는 내용이다. 덜어내거나 더하지 않고 중심을 지키면서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들을 홀린다.



뮤지컬 ‘라이온 킹’ 공연 장면. / 사진제공=디즈니

동물 역을 맡은 배우들은 단순히 탈을 얼굴 가리개용으로 뒤집어쓰는 게 아니라 머리 위나 앞으로 탈을 돋보이게 만들어 인간과 동물 요소가 공존하는 구조를 취했다. 예를 들어 무파사는 머리 위에 왕관처럼 마스크가 얹힌 식이다. 그러면서 왕국의 왕이라는 위엄을 강조했다.

각기 다른 동물들의 표현법은 역동적인 안무로 살렸다. 암사자의 사나움, 무성하게 우거진 정글, 야생 동물의 대이동, 하이에나의 결집 등을 정교한 안무로 완성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가슴을 뛰게 만드는 음악과 소리가 작품의 완성도에 정점을 찍는다. 남아프리카 출신 작곡가 레보 엠은 ‘라이온 킹’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프리카의 합창 스타일과 타악, 유럽 중심의 오케스트라 편곡을 접목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타악 연주는 무대 아래가 아니라 2층 양옆 객석에서 들려준다. 마치 정글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어린 심바가 티몬, 품바와 “하쿠나 마타타(문제 없다)”를 외치며 노래 부를 때, 마법처럼 동심으로 돌아간다. 화려한 무대 구성, 자연의 소리를 기가 막히게 표현한 음악, 맞춤옷을 입은 배우들의 열연이 하나로 뭉쳐 흠잡을 데 없는 뮤지컬을 완성했다. 오는 3월 28일까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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