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에서 계류장 운영팀 사원 고은섭으로 열연한 배우 로운. /조준원 기자 wizard333@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려면 양질의 토양과 햇살, 물이 필요하잖아요. 그것처럼 ‘여우각시별’은 제가 싹을 틔울 수 있게 한 작품이었어요. 배우로서 봐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봐도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동화 같은 드라마였습니다.”

로운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우각시별’은 인천국제공항 직원들이 예측불가의 사건·사고에 대처하며 서로를 보듬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휴먼 멜로다. 로운은 극 중 계류장 운영팀 1년차 사원 고은섭을 연기했다. 입사 동기인 한여름(채수빈 분)을 짝사랑한다.“은섭은 키다리 아저씨에요. 사실 공감이 잘 안 됐어요. 한 여자를 계속 짝사랑하기만 하는 게 힘들 거 같거든요. 하지만 여름을 지켜봐 주고, 또 그가 좋아하는 남자와 잘 되길 빌어주는 것도 어쩌면 또 다른 모습의 사랑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드라마 ‘여우각시별’의 한 장면. /사진=SBS 방송 화면 캡처

그룹 SF9 멤버로 2016년 데뷔한 로운은 웹드라마 ‘클릭유어하트’를 시작으로, 드라마 ‘학교 2017’ ‘멈추고 싶은 순간’ 등 연기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큰 키와 선한 얼굴, 감미로운 목소리로 현실에 없을 것 같은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 매력이 무대와 안방극장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포인트다. 로운은 “가수로서는 치명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장점이지만, 연기자로서는 아직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로운이 언제부터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궁금해졌다.“춤, 노래는 기본이고 연기에 인성교육까지 연습생 때 회사에서 많은 걸 가르쳐줘요. 처음 연기를 배울 때는 발음, 발성 등 힘든 것만 했어요. 기마 자세를 한 채로 배를 누르면서 소리를 지르는 식이었죠.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런데 대사 몇 줄이 적힌 A4용지 한 장을 받고는 달라졌어요. 아직도 그 대사가 기억납니다. ‘저 선배 좋아해요. 선배가 저를 안 좋다고 해도 저는 선배를 계속 좋아할 거예요’. 연기 선생님이 분노, 기쁨 등 여러 감정으로 대사를 표현해 보라고 했는데, 같은 대사에 다른 색을 입히는 게 흥미로웠죠.”

로운은 “‘여우각시별’은 연기에 싹을 틔울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대사가 외워지지 않을 땐 어떻게 할까. 로운은 “그냥 무식하게 보고 또 보면서 외웠다”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도 숙제 중 하나다. 로운은 “그래도 선배들이 편견을 많이 깬 것 같다”며 “다른 이들의 기준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싶다. 100가지 연기를 했다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 중 하나라도 만족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내비쳤다.“긍정의 힘을 완전히 믿고 있어요. 어렸을 때 다큐멘터리 ‘시크릿’을 본 적 있어요. ‘R=VD(Reality=Vivid Dream)’, 생생하게 꿈꾸면 이뤄진다는 메시지가 담겼죠. 그걸 보고 키가 189cm가 되고 싶다고 적어두고 계속 키를 쟀는데, 진짜 189cm가 된 거에요. 190cm는 너무 크고 80의 숫자 중에 가장 큰 게 ‘89’라서 189cm가 되고 싶었어요. 하하. 어쨌든 그 후 더욱 긍정의 힘을 믿게 됐어요. 제 연기에 만족할 날이 올 거라는 데도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려고요.”

조금 엉뚱한 듯한 설명이지만 연기에 대한 순수하고도 열망 가득한 마음이 느껴졌다. 로운은 “올해 막연하게 두 개의 드라마를 하고 싶었는데 성공했다”며 “내년에도 역할의 비중에 상관없이 더 많이 도전하고 싶다. 작은 역이라도 차근차근 해내면서 성장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또한 “SF9이 1위를 한다면 소원이 없겠다”며 가수 활동에도 욕심을 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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