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영화 ‘오직 사랑뿐’ 스틸

혹자는 말한다. 사랑이 밥을 먹여 주냐고. 영화 ‘오직 사랑뿐’은 그렇다고 말한다. 사랑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답한다.‘오직 사랑뿐’은 1947년 갖은 위협 속에서도 나라와 사랑을 지킨 보츠와나 공화국 초대 대통령 세레체(데이빗 오예로워)와 그의 아내이자 아프리카 최초의 백인 퍼스트레이디였던 루스(로자먼드 파이크)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어린 나이에 왕이 된 세레체를 대신해 숙부가 베추아날란드(보츠와나의 옛 이름)를 섭정하는 동안, 세레체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지식을 쌓는다. 그러던 중 평범한 영국 여자 루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재즈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급격히 가까워지고, 관심은 사랑이 된다. 둘은 결혼을 약속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47년은 인종차별 정책이 법적으로 공인되던 시대다. 흑인과 백인의 사랑은 법적으로 금지됐기에 결혼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베추아날란드 3개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섰다. 베추아날란드를 통치했던 세레체의 숙부 역시 백인과 결혼할 땐 왕권을 포기하라는 최후통첩까지 날린다.

세레체는 조국과 사랑 모두를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낸다. 작은 결혼식 이후 두 사람은 베추아날란드로 향한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 빈민가를 연상케 하는 작은 나라에 루스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국민들은 루스를 여왕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두 사람을 떨어뜨리려는 외부 세력으로 인해 수년을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지내야 했다. 그럼에도 세레체와 루스는 포기하지 않았고 이들의 사랑과 용기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세레체는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와 보츠와나 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아내인 루스는 1966년부터 1980년까지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프리카 첫 백인 퍼스트레이디로서 왕성하게 활동한다.

두 사람의 사랑과 용기는 쉽게 연애하고 헤어지는 현대인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세레체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걸면서도 한 나라의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잃지 않았다.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힘든 나날을 보내던 루스 역시 희망을 노래하며 결국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은 물론 자신의 삶까지 지켜냈기에 이들이 인정받는 모습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오직 사랑뿐’은 두 주인공이 인종 갈등을 넘어서 사랑을 했다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결혼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대적, 정치적 어려움과 편견을 뚫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담긴다. 이 과정에서 역사와 정치, 사랑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담겨 다양한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선사한다.

오는 8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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