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사진=JTBC ‘믹스나인’ 방송화면 캡처

품격 없는 독설이 시청자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JTBC ‘믹스나인’ 양현석 이야기다.

양현석은 지난달 29일 처음 방송된 ‘믹스나인’에서 70여 개의 기획사를 돌며 아이돌로 빛날 소년·소녀들을 찾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5일 방송된 ‘믹스나인’ 2회에서 양현석의 지나친 ‘독설’이 시청자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믹스나인’ 2회에서 양현석은 연예기획사 몰레를 방문, 리얼걸 프로젝트 멤버 4인을 평가했다. 양현석은 올해 스물여덟인 김소리를 향해 “아이돌을 하기엔 많은 나이다. 은퇴할 나이 아니냐? 이 나이동안 뭐했느냐?”고 말해 그를 당황하게 했다. 김소리가 “지난해 ‘코코소리’로 데뷔했다”고 하자 “망했죠?”라며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은 많다. 즐길 상황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시청자들은 방송 이후 관련 기사의 댓글과 프로그램 홈페이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양현석의 이런 발언이 무례했으며 보는 사람마저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현석은 ‘막말 심사 논란’을 의식했는지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김소리와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김소리는 양현석의 심사평에 대해 “양현석이 ‘딱 한 마디로 말씀드릴까요?’라고 물었을 때 엄청난 독설이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잘했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이어 양현석은 “좋은 결과 있길 바랄게”라며 김소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양현석은 이 영상과 함께 “김소리 잘했다 말해 주고 싶어. 지난주 녹음실 깜짝 방문. 관심이 있어야 독설도 가능. 심사는 냉정하게. 꼭 잘되길 바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양현석 인스타그램

독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필수 요소다. 심사위원(또는 멘토)들의 독설은 시청자들을 대신해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들에게 날리는 일침이며, 아직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참가자들을 향한 채찍, 매력 있다고 느끼는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이유가 된다. ‘독설’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지난해 Mnet ‘프로듀스 101’에서 연습생들의 안무 선생님이었던 배윤정은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 김소혜를 향해 “가수가 하고 싶어?”라고 물었다. 가수를 하기에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잘해보라고 자극하는 말이었다. 시청자들은 배윤정의 ‘독설’에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윤정의 ‘독설’은 ‘프로듀스 101’을 대표하는 한 마디가 됐다.양현석의 ‘독설’은 배윤정의 ‘독설’과 무엇이 다른 걸까. 배윤정은 김소혜의 ‘실력 없음’을 은유적으로 날카롭게 지적했지만 양현석은 김소리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적인 요소들을 언급했다. 나이가 많은 것을, 코코소리로 뜨지 못한 것을, 되는 일은 없는데 하는 일이 많은 것을 지적하는 건 현재 김소리의 실력과 상관 없는, 김소리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양현석은 “관심이 있어야 독설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시청자들 중 김소리를 향한 양현석의 발언이 관심을 바탕으로 한 독설이라고 느낀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겐 김소리를 향한 양현석의 지적은 김소리에게 실패했다고 자백을 강요하고, 이제 성공한 제작자인 내가 실패한 너를 도와주겠다고 선심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시청자들은 ‘믹스나인’을 통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빛나는 소년·소녀들을 알고 싶어하는 것이지 양현석의 재능 기부쇼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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