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이 등장했다. 프로 모델 못지 않은 신체 비율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워킹하고 있는 그
는 트랙스 멤버 정모였다.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에 14년동
안 몸담고 있는 ‘천재 기타리스트’ 정모에게 ‘패션쇼 모델’은 또 한 번의 재미있는 일
탈이었다.
“내년 초 트랙스 앨범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콘셉트는 아직 말씀 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변신’ 입니다. 새롭게 변신하는 트랙스를 기대해주세요.” 늘 그래
왔듯 정모의 아이덴티티는 흔들림이 없다. 다만 또 한 번 재미있는 일탈을 꿈꿀 뿐이
다.10. ‘서울패션위크’ 모델로 런웨이에 선 건 처음이죠?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정모: SM 관련 행사 뒤풀이에서 회사 모델 매니지먼트 에스팀 관계자가 갑자기 위아래로 훑어보시더니 “‘패션위크’ 서 볼래?”라고 하시는 거예요. 지금껏 모델을 하겠다는 생각은 ‘1’도 해 본 적 없었기에 순간 당황했죠. 하지만 성격 자체가 ‘일단 하고 보자’는 주의거든요.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됐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10.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정모: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와 오버랩 되더라고요. ‘공연에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다가 어느 순간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런웨이에 설 수 있을까?’ 생각 하다보니 워킹을 하고 있더라고요. 16살 때 처음 밴드 공연 무대에 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10. 패션쇼에서 보니 살을 엄청 뺀 것 같아요.
정모: 패션쇼 측에서 “피지컬은 좋은데, 살을 더 빼자”고 하더라고요. 원래 마른 체형인데 더 빼길 원한 거죠. 74kg이었는데 66kg으로 6주 동안 8kg을 뺐어요. 삼시세끼를 고구마, 닭가슴살, 양상추, 방울토마토로 해결했습니다. 밤마다 먹는 꿈을 꿨어요.(웃음) 운동하는 과정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뮤지컬 하면서 다이어트를 병행했는데 현기증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얼굴 살이 먼저 빠지다 보니 주변에서는 ‘그러다 해골 된다’고 했고, 모델 회사 쪽에서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했어요. 다 떠나서 진짜 힘들었습니다. 런웨이에 서는 단 15초를 위해 그렇게 한 거였죠.
정모: ‘오디션’에서 기타리스트 찬희 역을 맡았어요. 연기보다 연주를 많이 보여드려서 이전 작품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관객들도 “보기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배우로서 어떻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음악은 중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해 왔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았고,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거든요.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2011년 첫 뮤지컬 ‘페임’으로 연기를 시작해 ‘고래고래’ ‘오디션’까지 세 작품을 했는데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10. ‘절친’ 이국주가 공연을 보고 뭐라던가요?
정모: 국주는 제가 했던 작품을 다 봤어요. 친한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웃음부터 나오더래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고.(웃음) ‘오디션’ 때는 연주 위주여서 처음으로 멋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해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안영미 씨가 같이 왔는데 극 중 제가 죽거든요. 그 장면 보고 펑펑 울었답니다.
10. 하고 싶은 작품이나 맡고 싶은 캐릭터는?
정모: 정극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리멤버’에서 남궁민 씨 같은 느낌 있잖아요. 겉으로는 안 그래 보이는데 그 안에 ‘살기’가 숨어있는…(웃음) 사극에서 무사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시트콤이에요. 제가 ‘병맛’ 이런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10. 댄스 실력은 좀 늘었습니까? 춤을 못 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모: 춤은 전혀 관심 분야가 아니예요.(웃음) 사실 기타 를치기 전에는 춤 추는 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1990년대 R.ef, 터보 같은 댄스그룹들 안무도 다 따라했는데. 사실 그때 춤은 지금도 돼요. 완벽하게 따라하진 못해도 하루 이틀 연습하면 될 거예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1990년대 춤은 되는데 요즘 춤은 왜 안 될까? 과거에는 율동 느낌이 강한데 지금은 군무라 난이도가 높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1990년대 춤을 추는걸 보면 리듬감은 있는 것 같으니 배우면 될 거라고.(웃음)10. 댄스그룹 안무를 따라 할 정도면 어릴 때부터 대중가요에 관심이 있었군요. 어쩌다 기타를 잡게 됐나요?
정모: 다른 아이들이 만화 주제가나 동요에 빠져있던 4~5살 때 박남정, 이선희, 변진섭 선배 노래를 듣고 따라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음악 장르가 점점 다양해지는 걸 보면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무대를 마치면 가수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보통 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6개월에서 1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수들의 앨범 크래딧을 유심히 보게 됐고 작사, 작곡, 세션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죠. 악기를 다뤄야 하는데 남들 다하는 건 또 하기 싫은 거예요. 대부분이 피아노를 배웠는데 저는 기타 쪽으로 눈이 가더라고요.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박진영 선배가 “대부분 피아노로 작업하는데 이번 앨범은 기타로 작업해봤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순간 기타에 꽂힌 겁니다.
10. 록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정모: 기타 학원에 가서 통기타 상담을 받는데 옆에서 어떤 형이 일렉기타를 치고 있는 거예요. ‘째~앵’ 하는 소리에 또 꽂힌 거죠. “저 악기를 치려면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록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모든 커뮤니티에 있는 록 음악을 섭렵했습니다. 그러면서 중 2때부터 친구들이랑 밴드를 결성했고 중 3때 첫 공연을 했죠.
10. 록 밴드를 하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한 이유는 뭐죠?
정모: ‘댄스그룹 하려고 SM에 들어간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데뷔 전에 밴드 관련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음악을 하려면 메이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 어릴 때부터 큰 회사에서 큰 목표를 가져야 겠다는 꿈을 꾼 거죠. 이수만 선생님도 과거에 록 음악을 했고, 밴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계셨어요. 화려하고 하드한 팀을 론칭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연히 SM 쪽 명함을 받게 됐고 찾아가서 연주를 했는데 처음엔 연락이 안 왔어요. 이후에 다시 찾아가서 “한 번 더 봐 달라”고 했죠. 두 번 두드려서 들어오게 된 겁니다.10.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칭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모: 사실 그런 수식어가 붙을 때 마다 제발 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했을 때 제작진이 ‘고독한 천재리스트’ 라는 별칭을 붙여줬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희철이 형은 본인 스스로 ‘우주 대스타’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담스럽지만 ‘천재’ 라고 불러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죠.
10. 기타리스트로서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정모: SM이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회사인 건 분명하지만 기타리스트를 부각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나름대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14년 동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어요. 올해 기타리스트 김세황 형님이랑 연주곡을 냈던 것도 그런 거고요. 연주곡으로 싱글을 내는 건 쉬운게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잘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협업을 해 봤으니 단독 연주 앨범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록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해 보고 싶습니다. 희철이 형이랑 앨범도 그런 부분 때문에 냈던 거고요. 형과 함께한 앨범에는 장르가 겹치는 게 없어요.
10. 작곡가로서 곡을 주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10. 김세황 씨 이후 협업을 하고 싶은 가수가 또 있을까요?
정모: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과거에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이 사람과 작업 해보고 싶다’ 했던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됐고,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맨처음 록 밴드를 하고자 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팀이 X JAPAN 이었는데 요시키랑 작업을 했고, 진짜 ‘천재’ 김세황 형님이랑도 했잖아요. 기타를 잡기 전, 더 어린시절에 좋아했던 음악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언타이틀의 ‘날개’ 같은. 기회가 된다면 유건 형이나 이브의 G.고릴라 같은 분들과 작업을 해 보고 싶습니다.
10. ‘트랙스’의 새로운 앨범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나요?
정모: 내년 초 쯤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분명한 건 굉장히 큰 이미지 변신이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2년 전부터 ‘이렇게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가 엎었다가 한 것이 이제는 자리가 잡혀가고 있거든요. ‘트랙스의 변신’을 기대해주세요.
10.옆구리가 시린 계절인데 결혼은 언제쯤?
정모: 아직 진지하게 생각은 안 해 봤지만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대 후반 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결혼을 할 거라면 오랫동안 만난 사람과 하고 싶어요. ‘이 사람이랑 있을 때 제일 편하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더 신중해요. 하지만 아직 길게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10.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정모: 저는 정형화된 듯 보이지만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에요. 모두 다 ‘기타리스트’로 보고 있고, 록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저는 ‘그것’만 고집하지는 않거든요. 어렸을 때 기타를 어깨에 매고 ‘오락실 펌프’ 대회에 나가서 3등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집에 가서는 시트콤을 보면서 연기를 따라 했어요. 단 음악을 할 때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욕심이 크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고, 다른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요. 이번에 패션쇼 모델로 선 것도 그렇고, 뭐든 들어오면 수용할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도전’은 설레고 긴장되지만 재미있는 일탈이잖아요.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헤라서울패션위크’ A.AV 패션쇼에 모델로 선 트랙스 정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지난 21일 DDP 2관에서 열린 ‘헤라서울패션위크’ A.AV 패션쇼 런웨이에 낯익은 얼굴 이 등장했다. 프로 모델 못지 않은 신체 비율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워킹하고 있는 그
는 트랙스 멤버 정모였다.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손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에 14년동
안 몸담고 있는 ‘천재 기타리스트’ 정모에게 ‘패션쇼 모델’은 또 한 번의 재미있는 일
탈이었다.
“내년 초 트랙스 앨범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콘셉트는 아직 말씀 드릴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변신’ 입니다. 새롭게 변신하는 트랙스를 기대해주세요.” 늘 그래
왔듯 정모의 아이덴티티는 흔들림이 없다. 다만 또 한 번 재미있는 일탈을 꿈꿀 뿐이
다.10. ‘서울패션위크’ 모델로 런웨이에 선 건 처음이죠? 어떻게 참여하게 됐어요?
정모: SM 관련 행사 뒤풀이에서 회사 모델 매니지먼트 에스팀 관계자가 갑자기 위아래로 훑어보시더니 “‘패션위크’ 서 볼래?”라고 하시는 거예요. 지금껏 모델을 하겠다는 생각은 ‘1’도 해 본 적 없었기에 순간 당황했죠. 하지만 성격 자체가 ‘일단 하고 보자’는 주의거든요. ‘할 수 있을까?’ 걱정은 됐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10. 그래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정모: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와 오버랩 되더라고요. ‘공연에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다가 어느 순간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런웨이에 설 수 있을까?’ 생각 하다보니 워킹을 하고 있더라고요. 16살 때 처음 밴드 공연 무대에 섰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10. 패션쇼에서 보니 살을 엄청 뺀 것 같아요.
정모: 패션쇼 측에서 “피지컬은 좋은데, 살을 더 빼자”고 하더라고요. 원래 마른 체형인데 더 빼길 원한 거죠. 74kg이었는데 66kg으로 6주 동안 8kg을 뺐어요. 삼시세끼를 고구마, 닭가슴살, 양상추, 방울토마토로 해결했습니다. 밤마다 먹는 꿈을 꿨어요.(웃음) 운동하는 과정도 정말 힘들었습니다. 뮤지컬 하면서 다이어트를 병행했는데 현기증을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얼굴 살이 먼저 빠지다 보니 주변에서는 ‘그러다 해골 된다’고 했고, 모델 회사 쪽에서는 ‘지금이 너무 좋다’고 했어요. 다 떠나서 진짜 힘들었습니다. 런웨이에 서는 단 15초를 위해 그렇게 한 거였죠.
‘헤라서울패션위크’ A.AV 패션쇼 런웨이 모델로 선 트랙스 정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 얼마 전 막을 내린 뮤지컬 ‘오디션’은 세 번째로 도전한 작품이었는데 어땠어요? 정모: ‘오디션’에서 기타리스트 찬희 역을 맡았어요. 연기보다 연주를 많이 보여드려서 이전 작품보다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관객들도 “보기 좋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사실 배우로서 어떻다고 얘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게 너무 많아요. 음악은 중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해 왔지만 연기는 그렇지 않았고,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거든요.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니었는데 하다보니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2011년 첫 뮤지컬 ‘페임’으로 연기를 시작해 ‘고래고래’ ‘오디션’까지 세 작품을 했는데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어요.10. ‘절친’ 이국주가 공연을 보고 뭐라던가요?
정모: 국주는 제가 했던 작품을 다 봤어요. 친한 사람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웃음부터 나오더래요. 손발이 오그라들었다고.(웃음) ‘오디션’ 때는 연주 위주여서 처음으로 멋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연기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해라”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안영미 씨가 같이 왔는데 극 중 제가 죽거든요. 그 장면 보고 펑펑 울었답니다.
10. 하고 싶은 작품이나 맡고 싶은 캐릭터는?
정모: 정극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 ‘리멤버’에서 남궁민 씨 같은 느낌 있잖아요. 겉으로는 안 그래 보이는데 그 안에 ‘살기’가 숨어있는…(웃음) 사극에서 무사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시트콤이에요. 제가 ‘병맛’ 이런걸 엄청 좋아하거든요.
10. 댄스 실력은 좀 늘었습니까? 춤을 못 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모: 춤은 전혀 관심 분야가 아니예요.(웃음) 사실 기타 를치기 전에는 춤 추는 걸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1990년대 R.ef, 터보 같은 댄스그룹들 안무도 다 따라했는데. 사실 그때 춤은 지금도 돼요. 완벽하게 따라하진 못해도 하루 이틀 연습하면 될 거예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1990년대 춤은 되는데 요즘 춤은 왜 안 될까? 과거에는 율동 느낌이 강한데 지금은 군무라 난이도가 높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더군요. 1990년대 춤을 추는걸 보면 리듬감은 있는 것 같으니 배우면 될 거라고.(웃음)10. 댄스그룹 안무를 따라 할 정도면 어릴 때부터 대중가요에 관심이 있었군요. 어쩌다 기타를 잡게 됐나요?
정모: 다른 아이들이 만화 주제가나 동요에 빠져있던 4~5살 때 박남정, 이선희, 변진섭 선배 노래를 듣고 따라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음악 장르가 점점 다양해지는 걸 보면서 호기심이 생기더라고요. 무대를 마치면 가수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보통 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6개월에서 1년 동안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지는 겁니다. 그러면서 가수들의 앨범 크래딧을 유심히 보게 됐고 작사, 작곡, 세션 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죠. 악기를 다뤄야 하는데 남들 다하는 건 또 하기 싫은 거예요. 대부분이 피아노를 배웠는데 저는 기타 쪽으로 눈이 가더라고요.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에서 박진영 선배가 “대부분 피아노로 작업하는데 이번 앨범은 기타로 작업해봤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순간 기타에 꽂힌 겁니다.
10. 록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정모: 기타 학원에 가서 통기타 상담을 받는데 옆에서 어떤 형이 일렉기타를 치고 있는 거예요. ‘째~앵’ 하는 소리에 또 꽂힌 거죠. “저 악기를 치려면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당연히 록음악을 들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모든 커뮤니티에 있는 록 음악을 섭렵했습니다. 그러면서 중 2때부터 친구들이랑 밴드를 결성했고 중 3때 첫 공연을 했죠.
10. 록 밴드를 하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한 이유는 뭐죠?
정모: ‘댄스그룹 하려고 SM에 들어간 거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데뷔 전에 밴드 관련 회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많았습니다. 그때는 음악을 하려면 메이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 어릴 때부터 큰 회사에서 큰 목표를 가져야 겠다는 꿈을 꾼 거죠. 이수만 선생님도 과거에 록 음악을 했고, 밴드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계셨어요. 화려하고 하드한 팀을 론칭하고 싶은 생각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우연히 SM 쪽 명함을 받게 됐고 찾아가서 연주를 했는데 처음엔 연락이 안 왔어요. 이후에 다시 찾아가서 “한 번 더 봐 달라”고 했죠. 두 번 두드려서 들어오게 된 겁니다.10.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칭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모: 사실 그런 수식어가 붙을 때 마다 제발 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전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했을 때 제작진이 ‘고독한 천재리스트’ 라는 별칭을 붙여줬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거예요. 희철이 형은 본인 스스로 ‘우주 대스타’라고 얘기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담스럽지만 ‘천재’ 라고 불러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죠.
10. 기타리스트로서 특별히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정모: SM이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회사인 건 분명하지만 기타리스트를 부각 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나름대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14년 동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많은 구상을 하고 있어요. 올해 기타리스트 김세황 형님이랑 연주곡을 냈던 것도 그런 거고요. 연주곡으로 싱글을 내는 건 쉬운게 아니거든요. 그런 점에서 잘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협업을 해 봤으니 단독 연주 앨범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록 음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해 보고 싶습니다. 희철이 형이랑 앨범도 그런 부분 때문에 냈던 거고요. 형과 함께한 앨범에는 장르가 겹치는 게 없어요.
10. 작곡가로서 곡을 주고 싶은 가수가 있나요?
‘헤라서울패션위크’ A.AV 패션쇼에 모델로 선 트랙스 정모/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정모: TV를 보다가 혜이니 라는 친구를 보면서 ‘저런 음악 말고 이런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음색이 독특하더라고요. 록 음악도 잘 어울리겠다 싶었죠. 보통 사람들은 ‘록’ 하면 긴 머리, 가죽바지, 고음, 샤우팅, 이런 것들만 생각하는데 사실 광범위 하거든요. 비틀즈나 콜드 플레이도 록밴드 잖아요. 사실 여타 장르의 음악은 다른 소스 구성 때문에 음색이 가려지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록음악은 사운드에 빈공간이 많거든요. 여백의 미를 가지고 있죠. 그런 면에서 혜이니 처럼 독특한 음색이 터져주면 얼마나 좋은 음악이 탄생할까요? 과거에 한국이 록의 불모지라 했지만 주주클럽, 줄리엣, 체리필터 등 독특한 음색을 가진 여성 록커들이 많았거든요. 혜이니를 보면서 욕심이 나더라고요.10. 김세황 씨 이후 협업을 하고 싶은 가수가 또 있을까요?
정모: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과거에 ‘이 사람처럼 되고 싶다’ ‘이 사람과 작업 해보고 싶다’ 했던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됐고, 함께 할 수 있었어요. 맨처음 록 밴드를 하고자 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팀이 X JAPAN 이었는데 요시키랑 작업을 했고, 진짜 ‘천재’ 김세황 형님이랑도 했잖아요. 기타를 잡기 전, 더 어린시절에 좋아했던 음악들이 있어요. 이를테면 언타이틀의 ‘날개’ 같은. 기회가 된다면 유건 형이나 이브의 G.고릴라 같은 분들과 작업을 해 보고 싶습니다.
10. ‘트랙스’의 새로운 앨범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나요?
정모: 내년 초 쯤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순 없지만, 분명한 건 굉장히 큰 이미지 변신이 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2년 전부터 ‘이렇게 가보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했다가 엎었다가 한 것이 이제는 자리가 잡혀가고 있거든요. ‘트랙스의 변신’을 기대해주세요.
10.옆구리가 시린 계절인데 결혼은 언제쯤?
정모: 아직 진지하게 생각은 안 해 봤지만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30대 후반 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결혼을 할 거라면 오랫동안 만난 사람과 하고 싶어요. ‘이 사람이랑 있을 때 제일 편하다’ 싶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더 신중해요. 하지만 아직 길게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웃음)
10. 자신의 아이덴티티는?
정모: 저는 정형화된 듯 보이지만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이에요. 모두 다 ‘기타리스트’로 보고 있고, 록 음악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저는 ‘그것’만 고집하지는 않거든요. 어렸을 때 기타를 어깨에 매고 ‘오락실 펌프’ 대회에 나가서 3등을 한 적도 있어요. 그러면서 집에 가서는 시트콤을 보면서 연기를 따라 했어요. 단 음악을 할 때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욕심이 크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고, 다른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요. 이번에 패션쇼 모델로 선 것도 그렇고, 뭐든 들어오면 수용할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요. ‘도전’은 설레고 긴장되지만 재미있는 일탈이잖아요.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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