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거대한 제작비 투입,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모으는 톱스타들의 출연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별★영화]는 작지만 다양한 별의별 영화를 소개한다. 마음 속 별이 될 작품을 지금 여기에서 만날지도 모른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포스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영화 속 그 어떤 말보다 로맨틱하다. 가장 잔인해 보일 수 있는 말이 어떻게 가장 로맨틱한 말이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면 금세 그 뜻을 알 수 있다. 풋풋했던 첫 사랑을 떠올리게 만들면서 아련하고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드는 남자주인공(키타무라 타쿠미)과 학급 최고의 인기녀인 사쿠라(하마베 미나미)의 이야기다. 전혀 접점이 없던 두 사람은 우연히 주운 한 권의 노트를 계기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일본작가 스미노 요루의 소설이 원작이다.사쿠라는 췌장과 관련한 병에 걸린 시한부 삶의 환자다. 미래가 창창한 나이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됐지만 모든 이에게 비밀로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활발한 생활을 한다. 하지만 남자주인공이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사쿠라는 남자주인공에게 말한다. “내가 아픈 신체 부위를, 동물의 동일한 부위를 먹으면 살 수 있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남자주인공은 이 말을 이상하게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무엇을 뜻하는지 곧 알게 된다. 사랑이다.

두 사람은 ‘밀당’을 하듯 서로의 감정을 확실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사랑을 직접 표현하는 건 하나도 없지만 두 사람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말로 마음을 확인한다.
/사진=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틸컷

영화가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사쿠라는 시한부 환자인데도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에 초점을 맞춰 일상을 보낸다. 일상의 소중함을 모르고 지내는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만든다.

영화는 원작 소설과는 조금 다르다. 세월이 흘러 남자주인공이 나이가 든 뒤 여주인공과의 추억이 담긴 도서관이 철거되면서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밖에는 대부분의 스토리라인이 소설과 동일하다. 다만 원작 소설에서는 남자주인공의 심리 묘사가 자세한 데 비해 영화에서는 사건 발생과 두 사람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 다소 평면적으로 표현됐다. 원작 소설을 읽은 관객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하지만 풋풋하면서도 설레게 만드는 두 사람의 감정은 소설처럼 잘 묘사됐다. 하마베 미나미의 당돌한 여고생 연기와 수줍어하는 키타무라 타쿠미의 모습이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든다.

오는 25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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