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2017 성시경의 축가 공연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성시경의 음악에는 어떤 시간들이 담겼다.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첫사랑의 설렘이랄지, 이별의 슬픔이랄지, 당시의 감정과 기억을 끄집어낸다. 그리하여 ‘2017 성시경의 축가(이하 축가)’는 시공간을 초월한 마법 같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올해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6년째 계속되고 있는 성시경의 브랜드 공연 ‘축가’의 얘기다.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지난 27~28일 열린 ‘축가’에는 수많은 관객들이 야외 객석을 가득 채웠다. 성시경은 27일 첫 공연에서 관객들을 바라보며 “요즘 친구들이 하는 말이다. 이게 실화인가”라고 감탄해 웃음을 자아냈다.1년 만에 가수 성시경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된 그는 “콘서트를 할 때 이렇게까지 간장된 적이 없었는데 너무 떨린다”면서 “‘축가’는 나 멋있는 것 하는 공연이 아니라 여러분의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세 시간 넘게 이어지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설명은 관객과의 소통이 주가 되는 ‘축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나타냈다.

성시경의 ‘축가’에는 ‘사랑’을 테마로 한 다양한 사연들이 모였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사연, 이제 막 시작하는 연인들의 사연, 첫사랑이 끝 사랑으로 이어진 커플들의 사연이 소개됐고 실제 공연에 함께한 사연의 당사자들과는 간단한 토크토 진행했다.

첫 공연에는 캐나다인의 사연이 도착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한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뒀다는 그의 사연에 성시경은 즉석에서 결혼식 축가를 불러 주겠다고 약속하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부러움을 자아내는 사연들에 이어 성시경은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좋을텐데’, ‘너는 나의 봄이다’, ‘너에게’, ‘거리에서’ 등의 히트곡들을 불러 그들의 이야기를 축하하고, 더불어 다른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추억을 회상케 했다.

2017 성시경의 축가 공연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성시경은 또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크러쉬의 ‘뷰티풀(Beautiful)’, 나얼의 ‘바람기억’ 등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해 데뷔 17년차 가수의 진가를 드러냈다. 특히 어려운 노래로 소문난 ‘바람기억’ 이후로는 성시경 노래 중에서 또 어렵다고 꼽히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와 ‘희재’ 등을 연달아 불러 가창력을 뽐냈다. 성시경은 노래가 끝난 뒤 “꼭 한번 피를 토해야 저도 여러분도 만족하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객석을 메운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성시경의 컴백이기도 했다. 성시경은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활약 중이나, 가수로는 꽤 오랜 공백기를 지내고 있다. 그는 “‘거리에서’ 이상의 히트곡이 나와 줘야 할 텐데”라고 농담하면서도 “겁이 많이 난다. 무슨 노래를 내야할지 모르겠다. 트렌디한 걸 해 보고 싶은데, 나는 트렌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솔직한 고민을 털어 놓았다.

동시에 신곡을 깜짝 공개, 그의 컴백을 다시금 기대케 했다. 신곡의 제목은 ‘자장가’로 서정적인 멜로디에 성시경의 담담한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성시경은 “앨범에 수록할 생각이 있는 곡”이라며 “처음에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소개했다. 과연, 다시 만날 수 없는 연인을 그리는 가사가 성시경의 목소리와 만나 깊은 울림을 줬다.

‘축가’의 또 다른 백미는 역대급 게스트 라인업이었다. 오프닝 내레이션에 강호동과 배철수가 목소리로 출연했고, 27일에는 MBC ‘듀엣가요제’의 봉구와 권세은, 정승환, 레드벨벳 등이 출연했고 28일에는 한동근과 최효인, 트와이스, 싸이가 무대에 올라 ‘축가’에 힘을 보탰다. 또 tvN 드라마 ‘도깨비’를 성시경이 직접 패러디한 공연 VCR에는 개그우먼 이수지가 김고은 역으로 출연해 웃음을 줬다.이 가운데 정승환은 “성시경 선배님의 2015년 연말 콘서트 마지막 공연에 갔었다. 그때 선배님이 앙코르 곡을 부르며 제 자리 앞을 지나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2년 만에 이 무대에 올라오게 됐다”며 “제가 진짜 가수가 된 것 같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성시경은 공연 말미 앙코르 곡으로 ‘내게 오는 길’을 불렀다. 동시에 직접 객석을 찾아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며 인사했다. 팬들은 성시경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화답했다. 무려 세 시간을 훌쩍 넘긴 오랜 공연이었지만 모두가 성시경의 마법에 빠져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 된 모습을 보였다. 성시경의 신곡으로 선사할 새로운 마법이, 그리하여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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