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억울하게 체포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자 이동준(이상윤)을 찾아온 신영주(이보영)가 말한다. 전 사회부 기자였던 신영주의 아버지 신창호는 방산 비리 사건을 함께 조사하던 동료로부터 긴박한 전화를 받았다. 신창호는 동료의 죽음을 직감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되려 그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이 사건은 드라마 ‘귓속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발단이 된다.◆ 타임슬립 이후에는 법드다
타임슬립의 열풍이 가시자 법정드라마가 찾아왔다. 전생과 현세를 넘나드는 타임슬립 드라마 붐은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해 올해 초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뒤를 지난 1월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었고, 지난해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바통은 지난 2월 ‘내일 그대와’가 넘겨받았다.
올해의 시작이 타임슬립 드라마였다면, 상반기는 법정드라마가 장악하게 됐다. 누명을 쓴 검사의 시원한 법정 복수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을 필두로 법정드라마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피고인’ 후속으로 지난 27일 첫 방송된 ‘귓속말’은 형사 출신 법률회사 비서와 판사 출신 변호사가 법비(법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도적)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다. 현재 방영 중인 ‘사임당, 빛의 일기’ 후속으로 5월 방송 예정인 ‘수상한 파트너’ 또한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코미디다. 상반기를 법정물로 풍성하게 채운 SB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법정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MBC와 tvN 또한 오는 5월과 6월 법정드라마 편성을 확정했다. MBC는 5월, 월화드라마 ‘역적’ 후속으로 법정과 액션 스릴러를 합친 장르물인 ‘파수꾼’을 내놓을 예정이다. tvN은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가 검찰청 내부 비밀을 파헤치는 스토리의 드라마 ‘비밀의 숲’을 6월 방송한다. 방송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박신양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 2 또한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 법정물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관심 높아졌다
19세기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말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지난해는 토크빌의 이러한 말이 유난히 국민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던 해였다. 전례 없는 국정 농단 사태가 불러일으킨 탄핵 정국은 현재의 법 체계와 정계와의 유착관계, 정치의 구조와 흐름 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올해 유독 법정드라마의 편성이 두드러진 데는 이러한 관심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느껴졌던 어려운 법률 용어나 지식에 대한 갈증을 흥미롭게 해소해줄 뿐 아니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부패한 현 시국을 만든 법조계, 정·재계 인물들을 통렬하게 응징하는 서사가 대리만족까지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가 뿐만 아니라 극장가, 출판가에도 ‘더 킹’(감독 한재림) 같은 검사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과 같은 소재를 다룬 ‘지연된 정의’(박상규·박준영) 등과 같은 법 사례 관련 도서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국을 통해 대중들은 안 좋은 사회 현상은 내버려두기만 하면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을 배우고 스스로 법이나 정치 사회에 대해 배워가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라며 “대의명분으로 정의를 지킨 후 복수로 이어지는 법정드라마가 대중들의 욕구를 표출하는 좋은 통로긴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패턴이 대중들에게도 읽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귓속말’은 법정드라마지만 법정물이라는 틀 속에 등장인물간의 마인드 게임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서사를 풀어나가는 만큼 주목해볼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귓속말’ 포스터 / 사진제공=SBS
“보이는 증거는 외면하지 않겠다는 말씀 믿고 찾아왔어요, 판사님.”억울하게 체포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고자 이동준(이상윤)을 찾아온 신영주(이보영)가 말한다. 전 사회부 기자였던 신영주의 아버지 신창호는 방산 비리 사건을 함께 조사하던 동료로부터 긴박한 전화를 받았다. 신창호는 동료의 죽음을 직감하고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되려 그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이 사건은 드라마 ‘귓속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발단이 된다.◆ 타임슬립 이후에는 법드다
타임슬립의 열풍이 가시자 법정드라마가 찾아왔다. 전생과 현세를 넘나드는 타임슬립 드라마 붐은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해 올해 초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뒤를 지난 1월 ‘사임당, 빛의 일기’가 이었고, 지난해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의 바통은 지난 2월 ‘내일 그대와’가 넘겨받았다.
올해의 시작이 타임슬립 드라마였다면, 상반기는 법정드라마가 장악하게 됐다. 누명을 쓴 검사의 시원한 법정 복수로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SBS 월화드라마 ‘피고인’을 필두로 법정드라마가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것. ‘피고인’ 후속으로 지난 27일 첫 방송된 ‘귓속말’은 형사 출신 법률회사 비서와 판사 출신 변호사가 법비(법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도적)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다. 현재 방영 중인 ‘사임당, 빛의 일기’ 후속으로 5월 방송 예정인 ‘수상한 파트너’ 또한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코미디다. 상반기를 법정물로 풍성하게 채운 SBS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법정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MBC와 tvN 또한 오는 5월과 6월 법정드라마 편성을 확정했다. MBC는 5월, 월화드라마 ‘역적’ 후속으로 법정과 액션 스릴러를 합친 장르물인 ‘파수꾼’을 내놓을 예정이다. tvN은 감정을 잃어버린 검사가 검찰청 내부 비밀을 파헤치는 스토리의 드라마 ‘비밀의 숲’을 6월 방송한다. 방송사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박신양의 ‘동네 변호사 조들호’ 시즌 2 또한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 법정물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관심 높아졌다
19세기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말했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지난해는 토크빌의 이러한 말이 유난히 국민들의 마음에 울림을 줬던 해였다. 전례 없는 국정 농단 사태가 불러일으킨 탄핵 정국은 현재의 법 체계와 정계와의 유착관계, 정치의 구조와 흐름 등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올해 유독 법정드라마의 편성이 두드러진 데는 이러한 관심이 반영됐다는 평이다. 전문가의 영역으로만 느껴졌던 어려운 법률 용어나 지식에 대한 갈증을 흥미롭게 해소해줄 뿐 아니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부패한 현 시국을 만든 법조계, 정·재계 인물들을 통렬하게 응징하는 서사가 대리만족까지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는 방송가 뿐만 아니라 극장가, 출판가에도 ‘더 킹’(감독 한재림) 같은 검사 영화 ‘재심’(감독 김태윤)과 같은 소재를 다룬 ‘지연된 정의’(박상규·박준영) 등과 같은 법 사례 관련 도서들이 대거 등장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시국을 통해 대중들은 안 좋은 사회 현상은 내버려두기만 하면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을 배우고 스스로 법이나 정치 사회에 대해 배워가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라며 “대의명분으로 정의를 지킨 후 복수로 이어지는 법정드라마가 대중들의 욕구를 표출하는 좋은 통로긴 하지만, 이러한 익숙한 패턴이 대중들에게도 읽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귓속말’은 법정드라마지만 법정물이라는 틀 속에 등장인물간의 마인드 게임이라는 장치를 활용해 서사를 풀어나가는 만큼 주목해볼 만하다”라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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