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방탄소년단 ‘윙스 투어’ 현장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3부작의 이야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1, 2부가 존재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화룡점정의 순간입니다.” (랩몬스터)

방탄소년단이 18~19일, 양일간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17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Ⅲ. 더 윙스 투어 인 서울(LIVE TRILOGY EPISODE Ⅲ. THE WINGS TOUR in Seoul)(이하 윙스 투어)’ 공연을 열고 총 44000여 관객과 만났다.방탄소년단이 데뷔 때부터 이어온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그리고 ‘윙스’ 시리즈를 총망라한 공연이 약 200분 간 펼쳐졌다. 청춘의 서사가 완성됐다.

◆ 역대급 퍼포먼스의 향연

신보 ‘윙스 외전: 유 네버 워크 어론(You Never Walk Alone)’의 신곡들이 공개됐다. 포문을 연 것은 수록곡 ‘낫투데이(Not Today)’. 제이홉이 “역대급 안무”라 자신했던 만큼 숨 가쁜 동작들의 연속이었다.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안무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폭발적인 사운드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냈다. 타이틀곡 ‘봄날’은 꽃잎과 날개를 형상화한 안무가 인상적이었다.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은 극적인 동작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칼군무의 대명사답게 방탄소년단은 고난도 안무를 자랑하는 댄스곡들을 연달아 소화했다. ‘엠 아이 롱(Am I Wrong)’(2016)과 ‘뱁새’(2016), ‘쩔어’(2015)로 공연 초반 분위기를 띄웠고 멤버들의 개인 무대가 끝난 뒤에는 ‘불타오르네’(2016)로 그 정점을 찍었다. 팬들의 반응 역시 뜨거워, 공연장에 울려 퍼지는 응원 소리가 음악 소리보다 더 컸을 정도다.

또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역대 타이틀곡을 메들리로 선보이는가 하면, ‘호르몬 전쟁’(2014), ‘21세기 소녀’(2016)로 재기발랄한 매력까지 뽐냈다. 유닛곡 무대로는 반전 매력을 자랑했다. 보컬 멤버(진 지민 뷔 정국)들은 ‘로스트(Lost)’(2016)에 안무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고 래퍼 멤버(랩몬스터 슈가 제이홉)은 ‘BTS 싸이퍼 4(Cypher 4)’의 통쾌한 가사와 스웨그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모든 팬들이 기립해 무대를 즐겼을 정도.

‘윙스’ 공연의 백미라 할 수 있는 ‘피 땀 눈물’ 퍼포먼스는 제이홉의 인트로 독무로 시작돼 화려하고 또 치명적인 무대를 완성했다. 방탄소년단은 앙코르 무대로 ‘아웃트로: 윙스(Outro: Wings)’(2017)와 ‘둘! 셋!’(2016) 등을 부르며 팬들과 교감했다.
방탄소년단 ‘윙스 투어’ 현장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

지난해 10월 발표한 정규 2집 ‘윙스(WINGS)’에 수록된 멤버 7인의 솔로곡 무대도 이날 공개됐다. 정국의 ‘비긴(Begin)’이 그 첫 시작이었다. 정국은 서정적인 멜로디의 발라드 곡에 격한 안무를 더해 감탄을 자아냈다. 정국의 감성적인 보컬과 동시에 절도 있는 안무 동작, 아련함과 섹시함을 오가는 표정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이어진 지민의 ‘라이(Lie)’ 무대는 보다 화려했다. 유혹에 빠진 소년의 모습을 몽환적이고 치명적인 분위기로 그려낸 지민은 무대 중간 안대를 쓰고 안무를 소화했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선사, 그 노력을 가늠케 했다. 슈가는 ‘퍼스트 러브(First Love)’의 주인공인 갈색 피아노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는 긴 랩을 막힘없이 소화하면서도 꿈과 과거, 또 미래에 대한 감정들을 허탈한 웃음과 울컥한 목소리에 실어 모두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랩몬스터는 푸른 바다와 고래를 배경으로 솔로곡 ‘리플렉션(Reflection)’을 노래했다. 고척돔을 꽉 채운 팬들의 응원봉 빛이 랩몬스터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다. 그는 기존의 거칠고 또 센 느낌과는 다른 애절한 래핑을 선사했고, 무대 도중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뷔가 등장, ‘스티그마(Stigma)’를 선보였다. 무대에 설치된 계단을 내려오며 노래하는 모습만으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낙인과 죄책감에 대해 노래하며 괴로운 듯 애처로운 표정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고, 클라이맥스 부분의 고음은 귀를 사로잡았다.

제이홉은 ‘마마(MAMA)’를 불렀다. 그의 어린 시절 사진들이 배경으로 떠오르고 제이홉은 경쾌하고 밝은 음악에 맞춰 리듬 타며 무대를 즐겼다. 곡 중후반부 제이홉은 어머니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아카펠라 랩을 선보였다. 그의 외침이 공연장을 꽉 채우자 곧 무대의 막이 걷히고 대규모 합창단이 등장해 한 편의 뮤지컬 같은 느낌을 자아냈고, 제이홉은 랩뿐만 아니라 보컬 애드리브까지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마지막으로 진은 ‘어웨이크(Awake)’로 감동을 전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무대는 성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진의 미성이 악기 연주와 어우러져 공연장을 크게 울렸고, 하이라이트 고음까지 완벽히 소화하며 보컬리스트로서의 성장을 입증했다.

방탄소년단 멤버 전원이 개인 무대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 보통의 아이돌들이 개인 무대로 커버 무대를 선보이는 것과 달리, 이들은 음악부터 무대 기획, 콘셉트까지 스스로 만들어내 뮤지션으로서, 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

방탄소년단 ‘윙스 투어’ 현장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 알고 보면 재미있는 무대 연출 포인트

특히 돋보인 것은 무대 연출. “최대 물량을 동원했다”던 슈가의 자신감대로 원격 조종되는 응원봉, 초대형 스크린, 기타 무대 장치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돼 공연의 퀄리티를 높였다.

팬들이 사용한 응원봉은 원격 조종이 가능해 방탄소년단의 무대에 맞춰 색깔이 자유자재로 변했다. 덕분에 방탄소년단은 붉은 물결 한 가운데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또 보라색 물결을 배경으로 신비로운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연 말미 3, 4층 관객들을 위해 열기구 모형의 장치를 타고 공중으로 올랐고, 최대한 모든 팬들과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며 팬들을 감동케 했다. 팬들 역시 “방탄소년단의 날개가 될게”(18일), “우리의 비행은 영원할 거야”(19일)라는 문구가 적힌 슬로건으로 화답했다.

한편, 흥미로웠던 것은 초대형 스크린을 활용한 무대 연출. 이번 공연의 VCR에는 방탄소년단의 ‘상남자(보이 인 러브)'(2013), ‘댄저(Danger)'(2014)부터 ‘윙스’ 쇼트 필름(2016)까지의 콘텐츠들이 삽입,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했다. 그간 많은 해석을 낳았던 이야기들이 퍼즐처럼 맞춰진 것.

무대 연출도 마찬가지였다. 랩몬스터는 공중 전화 부스에 들어가 전화를 받는 설정으로 ‘리플렉션’ 무대를 마쳤다. 이어 뷔가 그 부스에서 등장하는데, 이는 ‘화양연화 프롤로그’, ‘윙스’의 쇼트 필름과 이어진다. ‘화양연화 프롤로그’에서 뷔는 위기를 맞고 랩몬스터에게 전화를 걸었다. ‘윙스’ 쇼트 필름 속 랩몬스터는 공중 전화 부스가 막힌 탓에 그 전화를 받지 못했다. 공연을 통해 두 사람의 소통이 성공, ‘함께’의 의미를 되살렸다.

또 진이 ‘어웨이크’를 부르는 동안 스크린에 떠오른 나비와 잎이 흩날리는 배경은 각각 ‘화양연화 pt.1’과 ‘화양연화 pt.2’의 앨범 재킷 이미지와 같았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을 오래 알던 이들이라면 눈치챌 수 있는 포인트들을 적용해 흥미를 더했다.

“하나의 심장을 나누어 가진 일곱의 소년, 일곱의 심장을 가진 하나의 소년” ‘윙스 투어’에서 공개된 방탄소년단 세계관의 비밀이다. “두려움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메시지로 희망을 나타낸 방탄소년단은 ‘윙스 투어’를 통해 “비틀려 맞물린 세계”를 깼다. 이어 “함께이기에 웃을 수 있다. 소년은 전진한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4년여 간 그린 청춘의 서사가 완성된 순간이자, 앞으로도 계속될 청춘을 예고한 시간이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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