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정우성 / 사진=NEW 제공

본업인 배우와 소속사 대표 그리고 영화 제작과 감독까지, 정우성은 꽤나 많은 직함의 소유자였다. 배우로서는 소신 있게 작품을 선택하고, 소속사 대표로서는 배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선배의 마음이다. 곧 감독의 모습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데뷔 24년차 정우성은 아직도 보여줄 얼굴이 많은 아티스트다.

전작인 ‘아수라’에서는 생계형 비리 형사를 맡았다면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에서는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비리검사 한강식으로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권력의 설계자의 얼굴을 보여준다.“‘아수라’는 냉소적인 사회 비판 이야기에요. 어떻게 보면 보기가 불편할 수도 있는 영화이기도 하죠. ‘더 킹’은 그 보다 친절한 요소가 있어요. 던지는 메시지도 보편타당하고요. 그래도 ‘더 킹’을 선택할 때 용기가 필요했죠. 당시에는 시국이 이렇게 돌아가지 않은 상태였고 최고 권력중 하나인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걸 영화로 한다는 건 굉장한 저항세력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아수라’와 ‘더 킹’은 그런 용기 있는 도전이 일맥상통하는 시도였죠.”

평단의 호평을 받은 ‘감시자들’부터 ‘신의 한 수’, ‘마당 뺑덕’, ‘나를 잊지 말아요’, ‘아수라’, ‘더 킹’ 그리고 차기작인 ‘강철비’ 등 어느 순간부터 정우성은 다작 배우가 됐다. 이에 대해 정우성은 “데뷔 초에는 고지식하게 일했다”며 “촬영을 할 때는 시나리오를 읽지도 않았다. 어느 날 젊은 시절의 나를 돌이켜보니까 왜 이렇게 작품 수가 적나 싶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적정한 나이 대에 할 수 있을 법한 멜로나 다양한 작품을 했어야했는데 너무 고지식하게 일했구나 싶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제 생각와 더불어 한국 영화 산업이 커지면서 작품도 많아지고 배우에 대한 필요성이 많아지기도 했고요. 자연스러운 행보였던 거 같아요.”
정우성 / 사진=NEW 제공

물론 흥행은 아쉽다. 정우성이라는 이름이 갖는 중량감에 비하면 말이다. “여름 시즌을 노리는 ‘빅버젯’ 영화나 액션 영화를 꼭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물론 궁극적은 목표는 많은 관객과의 소통이니까 흥행작에 대한 아쉬움은 내심 있지만 ‘더 킹’이 그걸 해소시켜 줄 수도 있잖아요. 제가 배우로서 얼마만큼 용기 있게 작품을 선택하느냐가 다양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죠. 흥행과 별개로 배우가 가져야할 의미가 있기 때문에 크게 위축되지는 않고 있어요.”

1994년 ‘구미호’로 데뷔한 배우 정우성은 등장과 동시에 아이콘에 등극했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로 청춘의 우상으로 우뚝 솟았고 ‘내 머릿속의 지우개’, ‘호우시절’ 등으로 멜로킹으로도 활약했다.“데뷔와 동시에 아이콘이라는 수식어를 너무 빨리 가지게 됐죠. 감사한 마음이 커요. 물론 그걸 넘어야 한다는 마음도 있지만 넘어서기 위한 선택을 한 적은 없네요. 배우로서 제 과제이기 때문에 여러 시도들을 하게 됐죠.”

‘더 킹’이 무엇보다 화제를 산 건 정우성과 조인성의 캐스팅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비주얼 배우인 만큼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마음껏 ‘잘생김’을 뽐낸다. 또한 조인성은 자주 “정우성을 자신의 우상”이라고 말해왔다.

“조인성은 더 좋은 선배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하는 굉장히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후배에요. 좋은 후배는 선배에게 자극을 주거든요. 현장에서 (조)인성이를 바라보는데 되게 신기했어요. ‘정말로 멋진 조인성이 돼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더 좋은 자세를 지닌 선배의 모습을 인성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도 들었습니다.”
정우성 / 사진=NEW 제공

정우성은 절친한 동료 배우인 이정재와 함께 아티스트 컴퍼니라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소속사로 최근 포미닛 출신 남지현과 배우 고아라·하정우 등을 영입하며 몸짓을 불려가고 있다.

“(이)정재씨랑 오래 전부터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는데, 실질적으로 둘이 합친다는 것에 대한 여러 준비와 문제점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작년에 더 이상 미루지 말자고 얘기했죠.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좋은 동료로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둥지를 만들 수 있겠다 싶어서 (소속사를) 만들게 됐습니다. 정재씨가 함께 하니까 외형적으로 커 보이고 사업의 확장처럼 보이긴 하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배우들이 합류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선배로서 경험을 나누고 기회를 주면서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그러면서 정우성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연대의식’을 강조했다. 소속 배우들에게 그런 의식을 전달할 수 있는 회사를 꿈꾼다고 했다. “사실 매니지먼트사끼리의 교류는 없거든요. (황)정민이 형과 형수님이 소속사 샘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어요.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같은 동업자고 동료라는 의식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있어요. 샘 컴퍼니는 연극 제작 노하우가 있으니까 저희 배우들과 함께 연극 무대에 설 수도 있잖아요. 문화를 건전하게 재해석하면서 펼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정우성 / 사진=NEW 제공

감독으로서의 준비도 어느 정도 마쳤다. 언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냐는 질문에 “그 전에는 막연한 바람을 얘기했는데, 곧 진행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 미루면 몇 년 있다가 후회할 거 같아요. 후회하지 않고 싶아요. 물론 잘 하는 게 목적이죠. 작업을 끝내놓은 시나리오도 있고 작업을 하고 있는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감성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스토리를 발전시켰는데, 이제는 진짜 해야 되네요.”

다양한 책무와 직함을 소화하는 방법은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면 된다”는 다소 모범적인 답변이었다. 정우성은 톱스타가 된 뒤에도 부지런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다.

“제작은 우연찮게 시작을 했어요. 감독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프로듀서가 제안하는 아이템도 같이 살필 수 있는 기회를 나눌 수도 있겠다 싶었죠. 끊임없이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네요. 배우 일만 했다면 작품 끝나고 휴식을 취했을 것 같아요. 휴식도 중요하지만 휴식의 시간을 나태하고 길게 썼겠죠.”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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