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17일 9만3,300명을 동원하며 개봉 후 14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268만247명이다.‘너의 이름은’은 천 년 만에 혜성이 다가오는 일본에서 만난 적 없던 도시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 사는 소녀가 서로 이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래드윔프스의 OST가 환상적인 합을 이루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영 도중 노래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주위 관객들에게도 함께 제창해달라는 ‘혼모노’들이 불편을 야기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어로 ‘진짜’, ‘실물’이라는 뜻을 가진 혼모노(本物)는 본래 ‘진성 오타쿠’, ‘특정 분야의 마니아’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혼모노’가 다른 관객들에게도 피해를 주며 영화를 즐기는 비매너 팬들을 통칭하는 신조어로 떠올랐다.이들이 개인의 취향을 즐길 자유를 넘어 타인의 즐길 권리까지 침해하는 ‘방종’을 행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영화관이나 배급사 측에서 응당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오타쿠’라고 매도하기 전에 이들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이 역기능만 지닌 것은 아니며, ‘너의 이름은’ 흥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덕후’들 덕분에 콘텐츠가 진화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적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지식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취업 시장에서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덕력'(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기업 신입사원 선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 코카콜라, 넥슨 등 거대 기업에서는 이미 ‘덕후’ 경험이 있는 청춘들을 뽑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도 공공기간과 기업들에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시켰다.또한 ‘혼모노 논쟁’의 이면에는 개인의 행복과 개성을 중시하며 순간순간을 즐기는 트렌드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덕후’들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인 ‘포미(For Me)’족이다. 이 ‘포미족’을 이어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욜로(YOLO)’가 2017 대중문화 트렌드로도 떠올랐다.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존'(취향 존중을 줄인말)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떠오른 만큼, 자신은 물론 타인의 취향까지 정당화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합세함에 따라 이전에도 존재했던 애니메이션 ‘덕후’들이 자신들의 방 밖으로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너의 이름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혼모노’ 논쟁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인 이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너의 이름은’ 포스터 /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감독 신카이 마코토)이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독특한 관람 행태 또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1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너의 이름은’은 17일 9만3,300명을 동원하며 개봉 후 14일 연속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268만247명이다.‘너의 이름은’은 천 년 만에 혜성이 다가오는 일본에서 만난 적 없던 도시에 사는 소년과 시골에 사는 소녀가 서로 이어지는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래드윔프스의 OST가 환상적인 합을 이루며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상영 도중 노래나 가사를 따라 부르며 주위 관객들에게도 함께 제창해달라는 ‘혼모노’들이 불편을 야기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일본어로 ‘진짜’, ‘실물’이라는 뜻을 가진 혼모노(本物)는 본래 ‘진성 오타쿠’, ‘특정 분야의 마니아’라는 의미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혼모노’가 다른 관객들에게도 피해를 주며 영화를 즐기는 비매너 팬들을 통칭하는 신조어로 떠올랐다.이들이 개인의 취향을 즐길 자유를 넘어 타인의 즐길 권리까지 침해하는 ‘방종’을 행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영화관이나 배급사 측에서 응당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오타쿠’라고 매도하기 전에 이들을 어떻게 제도화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이 역기능만 지닌 것은 아니며, ‘너의 이름은’ 흥행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덕후’들 덕분에 콘텐츠가 진화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적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지식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취업 시장에서도 ‘덕업일치'(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덕력'(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이들이 기업 신입사원 선발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J, 코카콜라, 넥슨 등 거대 기업에서는 이미 ‘덕후’ 경험이 있는 청춘들을 뽑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도 공공기간과 기업들에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산시켰다.또한 ‘혼모노 논쟁’의 이면에는 개인의 행복과 개성을 중시하며 순간순간을 즐기는 트렌드가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덕후’들은 어떻게 보면 자신이 가치를 두는 제품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사람인 ‘포미(For Me)’족이다. 이 ‘포미족’을 이어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욜로(YOLO)’가 2017 대중문화 트렌드로도 떠올랐다.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갈수록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존'(취향 존중을 줄인말)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떠오른 만큼, 자신은 물론 타인의 취향까지 정당화해주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합세함에 따라 이전에도 존재했던 애니메이션 ‘덕후’들이 자신들의 방 밖으로 나왔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너의 이름은’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오른 ‘혼모노’ 논쟁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봐야 할 지점인 이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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