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류준열,정우성,한재림 감독,배성우,조인성이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날카롭고 통쾌하다. 배우들의 명연기와 촌철살인 풍자까지, ‘더 킹’이 우아한 문제작의 탄생을 알렸다.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 제작 우주필름)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박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더 킹’은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거대한 스토리를 긴 러닝타임에도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권력자들의 화려한 세계와 그 뒤의 어두운 이면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이 빛났다.

한재림 감독은 “우리나라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살기 편한 나라가 아닌가라는 답답함이 있었다. 피해자 입장에서 부조리를 그리고 분노하는 영화 말고 권력자 입장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그들의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고, 냉정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조인성은 ‘비열한 거리’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40대 중반까지 특별한 CG나 과도한 분장 없이 연기만으로 캐릭터를 소화해 낸 조인성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기 위해 변화되는 심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군 입대 장면을 위해서 삭발까지 감행했다.
배우 조인성이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조인성은 “시대별로 콘셉트를 잡기 보다는 의상과 머리스타일을 통해서 박태수가 변해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10대, 20대는 나도 경험했던 시간이라 오히려 공감하면서 촬영할 수 있었다. 검사로서 직업적인 모습보다 심리적인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연기하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인성은 극의 90% 이상에 출연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그는 “분량 자체가 많았다. 너무 진하게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지칠 거 같고, 가볍게 연기하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가 가볍게 다가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톤앤매너에 대한 고민이 컸다”면서 “그런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하고 고민을 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토로했다.한재림 감독은 박태수의 내레이션으로 극을 이끄는 것과 관련해 “관객들이 태수를 통해 욕망의 세계, 권력의 세계를 보길 바랐다”면서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세계이기 때문에 다큐 형식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더 킹’은 근현대사를 다루는 만큼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서거 장면 등이 실제로 등장해 시선을 끈다. 탄핵 가결 당시 웃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까지 화면에 잡힌다.

한 감독은 “탄핵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대통령들이 바뀌어가면서 권력의 정점, 클라이맥스로 가기 때문에 필요했다.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고 점차 위기에 빠지는 지점이라서 꼭 그려야했다”고 했다. 故 노 대통령의 서거 장면에 대해서는 “사람의 가치나 철학이 경제적인 일이나 욕망에 의해서 사소하게 보일 때 생긴 비극이다. 나에게는 트라우마 같은 거였다. 박태수가 욕망의 끝, 권력의 끝에 다가가면서 보게 되는 비극과 맞닿는 장면이기에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배우 정우성이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제작 우주필름) 언론시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대한민국 권력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차세대 검사장 후보 한강식 역의 정우성은 “실존 인물들을 롤모델로 하지는 않았다”면서 “양심과 명예를 걸고자 했던 사람이 부조리한 시스템과 타협을 하게 되면 어떤 추악한 형태의 권력자가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잘못된 선택을 한 어떤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실질적으로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경각심의 대상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인성·정우성이 캐릭터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배성우·류준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배성우는 권력 앞에 순종적인 검사 양동철을 통해 극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류준열은 들개파 2인자 최두일 역을 맡았다. 조인성과 짙은 우정을 보여주며 후반부로 갈수록 압도적인 존재감을 선사한다.

‘더 킹’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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