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에서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윤석이 몸에 잘 맞는 ‘멜로’를 입었다. 영화 ‘추격자’에서 하정우를 향해 “야. 4885. 너지?”를 외치던 날선 눈빛은 지웠다. 김윤석은 14일 개봉한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감독 홍지영)에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10개의 알약을 얻어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한수현 역을 맡았다. 한수현은 첫사랑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로맨틱한 인물이다. 그간 스릴러, 범죄, 액션 등에서 강렬한 모습을 드러냈던 김윤석의 눈빛이 촉촉해질 수밖에 없던 이유다. 그는 영화에서 첫사랑을 향한 애틋함과 딸 사랑을 통해 부드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실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며 감탄한다”는 남다른 감수성과 ‘딸바보’의 성향을 영화 속에 짙게 녹여내며 중년 멜로의 깊은 감성을 드러냈다.

10.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어떤 영화인가?
김윤석 : 로맨스 장르이기도 하지만 가족, 친구에 대한 애정이 있는 영화다. 캐릭터의 성장도 담겨 있다. 적절한 코미디는 물론 그만큼의 감동도 준다. 이 정도면 겨울에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한다.10. 중년 수현의 모습에서 김윤석의 모습이 스치기도 한다.
김윤석 : 수현과 딸이 커가는 과정을 밥 딜런의 노래와 함께 한 프레임 안에 담는 모습이 나오는데, 내 모습과 비슷해 뭉클했다. 20대를 거쳐 50대가 된 남자를 보니까 나를 배재하지 못하겠더라. 내 모습이 투영된 느낌이다.

10. 그간 작품에서는 강렬한 액션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편안하게 일상을 보여줬다.
김윤석 : 스릴러나 장르적으로 센 작품을 많이 해봤다. 요즘에는 장르에 치우친 영화보다 일상이 주는 파격이 더 와 닿는다. 치열한 전쟁은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담아낸 작품에 매력을 느꼈고, 이번 영화를 택했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대화가 사실은 더 세밀하고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다. 사실 이젠 액션을 하기에 힘이 없다.(웃음)

10. 영화 속 김윤석의 눈빛은 촉촉하다.
김윤석 : 이 남자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계속 감추려고 하다 보니까 눈빛에서 뭔가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에서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원작자인 기욤 뮈소가 김윤석의 팬을 자처했다.
김윤석 : 세계적인 작가가 그렇게 말하니까, 긴장도 되고 고맙기도 했다. ‘추격자’가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뒤에 프랑스에 수입이 됐다. 아마 기욤 뮈소가 한국 배우 중 아는 사람이 나와 하정우와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웃음) 기욤 뮈소가 완성본을 못 봤을 텐데, 글로벌한 마인드를 지닌 분이니까 한국적인 상황을 이해하면서 보지 않을까 한다.

10. 홍지영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윤석 : 홍지영 감독은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현장을 컨트롤하는 분이다. 한 번도 큰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변)요한이랑 내가 홍지영 감독을 작은 거인이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10. 딸로 출연하는 박혜수와의 호흡이 차지다.
김윤석 : 딸이 둘이나 있으니까 확실히 편했다. 우리 집은 강아지도 암놈이다.(웃음) 행복하다. 하하. 이번 역할은 타이밍이 잘 맞았다. 극 중 캐릭터가 나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비슷한 연령대다. (박)혜수와 연기하는 장면을 보고 감독님이 연기인지, 실제인지를 물어보더라. 너무 자연스러웠다. 극 중 딸에게 밥을 해주는데 나 역시도 자주 그런다. 아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밥도 하고 찌개도 끓여서 먹인다. 우리 집에서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풍경이라서 그런 부분은 쉬웠다.

10. 박혜수와 친해지기 위해 실제 집으로도 불렀다고.
김윤석 : (박)혜수는 아직 신인이고 연기 경력이 많지 않다. 혜수 입장에서는 내가 대선배라 어려울수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집으로 초대해 과일도 깎아주고 얘기도 나누면서 벽을 허물었다. 아빠와 딸의 관계는 연기만으로는 안 된다. 친밀감이 있어야 한다. 실제로 혜수가 말투도 그렇고 귀엽더라. 아빠랑도 잘 지내더라. 그래서 친해지는 건 어렵지 않았다.

10. 변요한과 2인1역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점이 있다면?
김윤석 : 둘이서 서로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변)요한이는 정처 없어 돌아다니는 버릇이 있더라. 집중을 한 뒤 감정을 유지하면서 계속 돌아다니는데, 그건 나와 비슷했다. 나도 전화를 가만히 하지 않고 돌아다니면서 한다.(웃음) 그렇게 겉모습을 지켜본 것도 있지만 수현이라는 인물이 가졌던 트라우마에 집중했다. 수현은 자기가 받은 상처를 들키기 싫어하고, 또 상처를 주는 것도 원치 않는다. 외톨이로 자랐고, 결국 담배에 집착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처를 지닌 일정한 감정을 유지하려고 했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에서 열연한 배우 김윤석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만약 김윤석이 30년 전으로 돌아가서 자신을 볼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김윤석 : 파이팅! 딱 그 정도만 말해주고 싶다. 괜히 무슨 말을 했다가 잘못된 생각을 하면 어떻게 하냐.(웃음) 그러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수도 있을 것 같다.

10. 변요한과 OST로 밥 딜런의 ‘Make you feel my love’를 함께 불렀다.
김윤석 : (변)요한이가 어려운 파트를 맡았다.(웃음) 원래 노래 듣는 걸 좋아한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즐겨보는데 기가 막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를 정말 잘 부르는 거 같다. 요즘에는 ‘팬텀싱어’를 보고 있는데, 끝내주더라.10. 김윤석이 선보인 작품은 늘 흥행하지 않나. 이번에는 어떨 것 같은가.
김윤석 : 흥행?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는 연기를 안 할 날이 올 거다.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도 기억에 남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관객이 많이 드는 작품도 좋지만 한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워지는 영화도 분명 있지 않나. 생명력이 긴 영화들을 채워넣어서 나중에 나이 들어서 꺼내보고 싶다.

10. 차기작 ‘남한산성’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김윤석 : 현재 강원도에서 열심히 촬영을 하고 있다. 상투를 올려야 해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고 계속 기르고 있다. 헤어하는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추위와의 싸움이 시작돼 내복을 겹겹이 껴입고 있다. 내년 3월~4월까지는 열심히 찍어야 된다. 블록버스터급이다. 어마어마한 전투 장면도 많이 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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