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내게 남은 48시간’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11월 어느 이른 새벽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우리에게 갑작스런 죽음이 배달되었습니다.”

인생이 유한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자각하고 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역시 안다.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가운데, ‘내가 남은 48시간’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전파를 탔다.tvN ‘내게 남은 48시간’(연출 전성호)은 출연자들에게 죽기 전 48시간의 시간을 주고 최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되는지를 살펴보게 되는 ‘웰다잉’ 리얼리티로 지난달 30일 첫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성시경으로부터 가상의 죽음을 배달받는 이미숙·박소담·탁재훈의 모습이 그려졌다.

가상이었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는 꽤나 묵직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남은 시간은 단 48시간”이라고 선언 받은 뒤 세 사람은 한동안 멍하거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들이 받은 VR기기 속에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키워드가 있었다. 성시경은 “우리 모두 자신이 죽을 날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죽을 날짜와 시간을 정확히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오늘은 당신이 바로 죽기 이틀 전입니다. 앞으로 당신 인생에 남은 시간은 48시간입니다”이라고 죽음을 배달했다.말 그대로 가상이었다. 하지만 죽음 배달은 언젠가 닥칠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 다시 한 번 삶의 유한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프로그램은 TV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만약 나에게 48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면?’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tvN ‘내게 남은 48시간’ / 사진제공=CJ E&M

48시간을 카운트하는 시계를 누른 뒤 이미숙은 “기분이 정말 이상하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던 그는 한동안 ‘멘붕’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반려견들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며 일상을 보냈다. 또한 소중한 친구와의 식사도 예고했다. 이미숙은 자신이 떠나면 홀로 남겨질 반려견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날 대를 대비해 상세하게 특징을 적어 내려갔다.탁재훈은 카메라를 챙겨들고 공원으로 향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남길 영상을 남기기로 했다. 자신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찍으며 탁재훈은 “어느날 미국에 갔는데 아들이 자전거를 잘 타더라. 내가 가르쳐줬어야했는데 미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 또래 학생들과 농구를 하고, 아들의 옷을 고르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납골당을 찾으며 영상을 만들었다. 그의 인생의 마지막 48시간에는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있었다.

박소담은 세 사람 중 죽음에 가장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남은 48시간’이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친한 동료인 김예원을 만나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을 보냈다.

가상이었지만 갑작스러운 죽음 배달 앞에 그들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봤다. 생각보다 정리할 것이 없어서 놀라기도 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도 했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내게 남은 48시간’은 웃음을 줘야하는 예능에서 ‘죽음’을 다루며 묵직할 것이라면 예상됐으나, 스튜디오 예능 형식으로 자신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웃음을 안겼다. 여기에 죽음을 대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함께 생각할 거리까지 안기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데 성공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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