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W’ 포스터 / 사진제공=MBC

송재정은 ‘오성무’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가 오늘(14일) 막을 내린다. ‘W’는 웹툰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강철을 만들어낸 웹툰 작가 오성무(김의성), 그리고 그의 딸 오연주(한효주)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어느 날 만화 주인공이 창작자의 의도에서 벗어나 자유의지를 갖게 됐다. 창작자는 더 이상의 캐릭터 이탈을 막기 위해 그를 죽이려 든다. 한편, 우연한 계기로 만화 속으로 들어간 창작자의 딸은 만화 주인공과 사랑에 빠진다. 캐릭터 설정만으로 범상치 않은 ‘W’는 ‘타임슬립’의 대가라 불리는 송재정 작가의 작품이다.‘W’가 여타의 드라마와 가장 크게 달랐던 지점은 이 드라마가 한 창작물을 두고 창조주(작가)와 피조물(캐릭터)의 입장을 각각 대변한 것이다. 극 중 오성무는 스스로의 재기를 꿈꾸며 자신과 정반대의 성정을 지닌 캐릭터 강철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강철의 성공 스토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가족이 의문의 총살을 당하는 설정을 넣고, 강철이 누명을 쓰는 설정을 더했다. 그러다 강철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자, 진범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그를 죽이려 했다.

강철의 인생은 독자의 재미를 위해 철저히 조작된 삶이었다. ‘웹툰W’라는 창작물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시련과 고난, 그의 업적은 허상일 뿐이며, 오성무의 펜촉 혹은 지우개 끝으로 더해지거나 지워질 수 있는 설정값에 불과했다. 만약 강철이 스스로 존재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면, 무력하게 새드 엔딩을 맞이했을 것이다.

배우 김의성, 한효주, 이종석 / 사진=MBC ‘W’ 캡처
이제 ‘진짜 현실’로 돌아와 보자. 강철과 오성무, 오연주라는 작중인물이 있고 드라마 ‘W’의 창조주 송재정이 있다. 이들의 결말은 전적으로 송재정의 펜 끝에 달려 있다. 그동안 ‘W’는 강철과 오성무, 오연주를 매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전개로 이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 넣었다. ‘웹툰W’의 강철이 영웅이 되기 위해 개연성 없는 시련을 겪어야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송재정은 이미 지난 15회 방송분에서 새드 엔딩을 암시했다. “네가 해피엔딩이면 나는 새드엔딩이야. 내가 새드면 네가 해피고.” 살인을 저지른 진범과 ‘웹툰W’의 작가 사이에서 미쳐버린 오성무가 강철에게 건넨 대사이다. ‘웹툰W’의 가장 핵심이 강철과 진범의 대립이기 때문에 두 사람의 해피엔딩이 불가능한 것. 특히 오성무는 진범에게 얼굴을 빼앗겨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온전한 오성무로 살아갈 수 없게 됐다.

그러나 ‘W’를 통해 작가와 캐릭터의 관계를 쌍방으로 그려낸 송재정이라면, 딜레마에 처한 캐릭터들에게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줄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드라마 ‘W’의 창조주 송재정이 ‘웹툰W’의 창조주 오성무와는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 그 마지막 결말은 14일 오후 10시 ‘W’ 16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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