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JTBC 장성규 아나운서가 최근 서울 상암동 JTBC 빌딩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류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한 개인에게는 작은 일보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지난 7월부터 방송국 아나운서로서는 최초로 인터넷 1인 방송 BJ(Broadcasting Jockey)에 도전해 매주 목요일마다 다양한 콘텐츠로 네티즌들과 만나고 있는 JTBC 장성규 아나운서.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이 훗날 방송계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요즘,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장성규의 채널 ‘짱티비씨’는 어쩌면 방송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도약일지도 모른다.10. ‘짱티비씨’는 어떤 채널인가?
장성규: 방송사 아나운서로서는 최초로 실험쥐가 됐다.(웃음) 지난 7월부터 최신 트렌드인 인터넷 1인 방송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로 아나운서가 된 지 5년이 됐는데,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마침맞게 회사에서도 MCN에 대한 니즈(needs)가 있었다. 내 모습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은 채널이 ‘짱티비씨’다.

10. ‘짱티비씨’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JTBC 아침 뉴스프로그램 ‘아침&’의 앵커였다. 그런데 갑자기 ‘짱티비씨’ BJ로 전업한 이유가 무엇인가?
장성규: 신뢰도 높은 JTBC의 아침 뉴스 앵커로 계속 남아있었다면 언젠가 ‘뉴스룸’의 앵커가 되지 않았을까.(웃음) 한살이라도 어릴 때 더 재미있는 걸 하고 싶었다. 뉴스는 40대까지 사고 안치고 회사를 잘 다니고 있으면 그때도 할 수 있는데, ‘짱티비씨’는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부모님과 장인어른·장모님은 내가 가벼운 모습으로 방송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신다. 그래도 시청자분들에게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자리라면 과감하게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10. 인터넷 1인 방송에 대해선 얼마나 많이 알고 있었나?
장성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 이런 방식의 방송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유명 BJ인 대도서관을 알게 된 것도 2년이 채 안 됐다.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와중에 호기심만 가지고 기획에 참여하게 됐다. 기획하는 과정에서 여러 BJ들을 살펴봤는데, 이들이 방송을 하는 시간만큼이나 방송을 준비하는 것도 정말 매력 있더라. 라디오 DJ처럼 친구들과 담소 나누는 느낌으로 방송을 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형·오빠·친구가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JTBC 장성규 아나운서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초창기에는 매주 목요일 정규방송 외에도 수시로 방송을 하면서 감을 익혀가더라.
장성규: 한 번은 방송을 하다 ‘번개 모임’을 추진했는데 매일 방송을 보시던 시청자 한 분이 인천에서 하남까지 오셨다. 나보다 두 살 많은 분이었는데, 그 모임 끝나고 친구에게 ‘어제 직접 만나보니까 장성규 아나운서가 더 좋아졌다’고 말씀하신 걸 건너 들었다. 사실 괜히 초대한 것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었다. 대리 운전비만 6만원이 나왔거든.(웃음) 인터넷 방송이 이런 인간적인 매력이 있더라. 각자의 귀한 시간을 내서 내 방송을 보시는 거고, 그렇게 또 만남이 추진되고, 인연이 만들어지더라. 그래서 단풍이 들 때쯤에는 소규모로 시청자들과 정모를 가져보려고 생각 중이다.

10. ‘짱티비씨’가 본격적으로 개국하기 전에 크리에이터 안재억과 인터넷 방송 기초를 쌓는 영상을 봤다. 특히, 신조어를 공부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장성규: 지금도 배워가는 중이다. 채팅창에 시청자들이 내가 모르는 말을 적어주시면 아는 척 하지 않고 바로 물어본다. 아나운서로서 은어나 비속어를 적극적으로 쓰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시청자들의 문법을 이해하고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말들은 받아들이려고 한다. 어느 정도 선까지가 내 옷인지 고민이 되긴 하다.10. JTBC가 야심차게 준비한 MCN 채널치고는 아직까진 시청자의 수가 만족스럽진 못할 것 같다.
장성규: 회사에서는 “부담 갖지 말고, 길게 보자”고 말씀하신다. 오히려 내가 괜히 초조하고, 뭔가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 회사 각 부서 직원들이 만날 때마다 “장 아나, 잘 돼가? 보는 사람 많아?”라고 하시는데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을 느낀다. 이런 관심들이 부담스럽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행복한 고민인 것 같다. 내가 너무 가진 것보다 빨리 주변을 신경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초심을 기억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멘탈이 단단해지는 훈련기간인 셈이다.

JTBC 장성규 아나운서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방송국에서 방송을 하는 것과 ‘짱티비씨’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나?
장성규: 배워가는 재미가 있다. 내가 입사했을 때부터 예능을 하다보니 버릇이 나빠진 것이 있다. 정규 방송에선 녹화에 들어가는 순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해야 하니까 녹화 쉬는 시간에는 가만히 준비해준 것 받아먹는다. 그런데 ‘짱티비씨’에선 내가 게스트부터 소품을 모두모두 챙겨야 한다. 처음에는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했었는데, 익숙해지니 동아리 활동하는 느낌이 쏠쏠하다.10. 인터넷 방송의 매력에 빠지고 있는 중인지?
장성규: 정말 웃기다. 시청자들 댓글만 읽어도 재미있다. 채팅창에 센스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순발력 있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내가 이분들에게 웃음을 주고, 위트 있는 말을 해야 할 텐데 부담이 된다. 내가 시청자들을 인터뷰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로는 매 방송이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포털에서 기사를 읽으면 베스트 댓글을 항상 읽었는데, 재미있게 쓰는 분 많지 않나. 그분들이 방송 채팅창에 댓글을 남겨주신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웃음)

10. 1인 방송은 콘텐츠가 핵심이지만, ‘짱티비씨’는 JTBC의 채널이기 때문에 한계가 좀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게임방송은 힘들지 않나.
장성규: 콘텐츠 회의에 참여를 하는데, 한 번도 이렇게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안한 적이 없으니까 어렵다. 크리에이터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자신들이 일을 했었고, 그런 다음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지면 스태프들이 생기는 것과 비교하면 지금까지 방송을 하던 나는 차려진 밥만 먹었던 거다. 제작진이 나한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보라고 하는데 생각이 잘 안 난다. 그래도 최근 들어 조금씩 나도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닥터스’나 비와이, 원더걸스 패러디를 시도했고, 얼마 전에는 ‘질투의 화신’ 패러디를 찍었다. 조수애 아나운서랑 김민아 기상캐스터 스타 만들기 시도 중이다.(웃음) 조금씩 엄마 품에서 벗어나 하나하나 스스로 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다.

JTBC 장성규 아나운서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반대로 생각하면 ‘짱티비씨’는 순수한 장성규 1인의 채널이 아니라 JTBC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는 것 아닌가.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비교했을 때 ‘금수저’인 것 같다.
장성규: 물론 좋은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상황에 익숙해지면 독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나 혼자 모든 것을 한다고 생각하고 습관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회사 분위기도 장성규의 방송을 만들어주려고 한다. 사고 쳐도 되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한 번 해 보라는 분위기다. 심지어 내가 안재억과 같이 찍은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가장 먼저 전화를 주셨던 분이 JTBC 사장님이다. “장 아나 영상 정말 재미있었어. 그렇게 마음대로 해봐”라며 적극 응원해주셨다. 마냥 보수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선배들이 이렇게 박수 쳐주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이러니 나도 누군가의 지원을 기대하기 보단 ‘짱티비씨는 내 채널’이라는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

10. 3개월 가까이 선두에서 MCN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방송의 미래는 MCN’이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장성규: ‘짱티비씨’를 기획하는 CP부터 제작진들이 모두 “이건 투자다. 수익모델을 원하는 게 아니니 마음 편히 하라”는 말을 한다. 실제로도 ‘짱티비씨’는 실험이다. 난 아직 방송의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짱티비씨’가 잘될 거란 마음과 이것이 트렌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만약 방송의 미래가 MCN이라면 ‘짱티비씨’가 그 선두주자에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다. 최고보다 최초이고 싶다. 만약 이 분야가 기대와 달리 안 될 수도 있지만, 그 처음에는 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다.

10. 10개월 방송을 목표로 매주 목요일 생방송을 진행 중이다. ‘짱티비씨’가 종영할 때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길 기대하는가?
장성규: 회사는 마음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성과를 무시할 수 없으니 약속했던 10개월을 모두 채웠을 때 ‘방송을 연장해볼까?’ 고민됐으면 좋겠다.(웃음) 가능성이 보이는 마무리가 됐으면 한다. 아, 이런 방향으로 진행한다면 새로운 사업 가능성이 있겠다는 희망적인 포인트를 남기고 끝났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수치가 중요하니까, 아프리카 구독자수가 10개월 동안 방송한 것치고는 평균이 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1만뷰 넘어가는 영상은 몇 개 만들었는데, 백만 뷰 넘어가는 영상도 만들고 싶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