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부산행’ 배우 공유 / 사진제공=NEW

⇒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영화 초반에는 이기적이었다가 점점 변모한다. 이러한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어떻게 구축했나.
공유: 어떤 계획이나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나는 계속 수안이를 믿고 따라갔다. (웃음) 나는 상대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배우다. 상대 배우와 잘 주고받아야 잘 표현된다. 나는 수안이를 따라갔으면 됐었다.

‘석우’는 무심한 아버지로 나오지만, 사실 자식에게 부성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일에 지치다 보니 표현을 안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고착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심각한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속마음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딸의 솔직한 생각도 처음 듣게 되고. 석우 입장에서도 말은 못했지만 서운한 마음은 있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내가 너에게 시간은 못 내주지만 밖에서 피땀 흘려 번 것으로 선물도 사준다’ 이런 돌직구를 딸한테 할 수도 있는 거라고.10. 석우는 꽤 이기적인 캐릭터인데, 공감이 됐나.
공유: 아무래도 내 나이가 적지 않다 보니까 결혼이나 미래의 육아에 대한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수안이 아빠 석우 역을 하면서 많이 생각을 했던 건 ‘내가 만약에 내 딸이나 아들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때 무엇을 이야기하고 뭘 보여줘야 하나. 옳고 그름이 없는 세상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이야기 해주지’였다.

거짓말을 해주고 싶지는 않은데 있는 그대로의 모든 걸 다 말해주자니 아이들의 희망을 짓밟는 것 같고. 이런 고민들을 하다보니 결혼이나 육아가 더 두려워진다. 내 자신이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하지는 않는 사람이라. 요즘 뉴스만 봐도 더욱 흉흉해진 세상인데, 이 세상을 내 아이라는 존재에게 어떻게 설명해줄까라는 고민을 영화 찍으면서 많이 했다.

10. 정유미와는 영화에서 두 번째 만남인데, 어땠나.
공유: 늘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나는 ‘정유미’라는 배우가 좋다. 같이 작품을 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 배우가 갖고 있는 독보적인 무언가가 부럽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랑 한 영화에 함께 출연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또 워낙 친분이 있기 때문에 영화 초반에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도 단축돼서 편했다. 정유미는 앞으로도 더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했더라. 신의 한 수였다. 보편적인 다수에게 본인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사실 안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10. 그 이유는.
공유: 나만의 스타다. 내심 나만 알고 싶었는데 공유하게 되면 내 것을 뺏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사심이고 욕심이었던 것 같다. 정유미는 또 연기한 지가 오래됐으니까 어떤 변화가 또 있지 않겠냐. 초반에 봤을 때와 지금은 또 다른 것 같다.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초반에 유연하지 않았던 정유미의 모습도 그 자체로 매력적이고 인상 깊었다.

영화 ‘부산행’ 배우 공유 / 사진제공=NEW

10. 상반기에 ‘남과 여’, 지금의 ‘부산행’, 하반기에 ‘밀정’까지 굵직한 작품들이 올해 많다.
공유: 작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로 전도연과 송강호 선배를 이야기했었는데 올해 다 이뤄진 것 같아서 나는 복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배웠고 스스로 깨지는 순간도 많이 느꼈다.10. 필모그래피의 변화도 느껴진다.
공유: 의도된 것은 아니다.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했으니 이것을 탈피해야겠다. 올해는 무겁게 가야겠다’이라는 작의적인 계획에 의해서 장르나 작품을 결정하지 않는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그 순간의 정서라든지 그 영화가 갖고있는 가능성이 중요하다. 나는 기획이나 제작자는 아니지만 그런 것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물론 배우로서 연기에 충실한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어떠한 작품이 재밌을까, 좋을까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한다. 어떤 역할에 꽂혀서 ‘사람들에게 이런 연기를 보여줄 테야!’ 이런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나이가 들수록 중요해진다. ‘좋은 영화’에 끌린다.

10. 제작에 참여하고 싶은 건가.
공유: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내가 여력이 된다면 못할 이유는 없다. 영화를 제작해서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는, 좋은 영화를 기획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10. 물욕이 없는 편인 것 같다.
공유: 이정도면 만족한다. (웃음) 성향 자체가 물욕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다. 일하기 전부터 많지 않았다. 물론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만 생각하면 안 되지만, 일을 선택할 때도 내가 쫓는 1순위는 돈이 아니다.

10.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영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공유: 내가 어떤 영화를 두 시간 동안 보고 났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드는 영화는 안 좋아한다. 두 시간이 아깝다. 내가 두 시간을 할애해서 영화를 본 후,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그것이 사랑이든 사회적인 이야기든 영화를 통해서 곱씹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좋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사랑 영화는 상업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하고는 결이 다르다. 아주 사소한,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라고 할지라도 깊이 여운을 남기는 영화가 좋더라. 전도연 선배와 함께 출연했던 영화 ‘남과 여’처럼. ‘남과 여’는 내가 하고 싶어서 출연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많이 보기는 힘든 영화라고 처음부터 생각하는 거지. (웃음) 그렇다고 해서 불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접근하면 무의미한 것 같고 답이 잘 안 나오더라.

10. 최근에 가장 소소하게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공유: (한참 고민하다가) 소소한 게 되게 쉬운건데 쉬운게 아닌거다. (웃음) 아, 어젯밤에 잠이 너무 안 왔다. 너무 안 와서 자고 싶은데 네 시간을 침대에서 뒤척거리다 휴대폰을 게임을 했다. 원래 모바일 게임을 안 하는데 가끔 정말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하는 포켓볼 게임이 있다. ‘에이트 볼 풀(8 Ball Pool)’이라고. (웃음) 전 세계 유저들이 함께 모바일 상에서 대결할 수 있는 거다. 또 바로 어느 나라에서 참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가끔 랜덤인데 한일전도 된다. 이기면 돈을 따가는 형식인데, 평소에 작은 판으로 아주 힘겹게 모은 게임 머니를 한번에 걸고 했는데 이겼다. 웃으면서 새벽 네 시에 잤다. 잠깐의 찰나였지만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오늘 새벽의 일이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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