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원더걸스 예은(왼쪽부터), 혜림, 유빈, 선미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1만 시간의 법칙으로 운을 떼고, “보이지 않는 내공이 있겠죠”라고 웃었다. 다른 걸그룹과의 차별화를 묻는 질문에 데뷔 10년 차 원더걸스가 답했다.원더걸스는 2007년, S.E.S와 핑클을 잇는 계보로 소녀시대와 더불어 세상에 나왔다. 박진영이 만든 걸그룹으로, 등장부터 주목받았고 특유의 흥겨운 음악으로 인기도 얻었다. 돌연 미국행을 택한 뒤부터 국내 활동은 뜸했고, 멤버 변화도 잦았다. 선예와 소희가 빠지고 4인조로 변화를 시도했다.이들이 택한 건 ‘밴드’였다. 지난해, 악기를 쥐고 ‘아이 필 유(I Feel You)’로 활동을 재개했다. 3년 만의 컴백인데다 밴드 변신으로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화제를 노린 반짝 변신이 아니었다.원더걸스는 또 다시 밴드로 돌아왔다. 한층 탄탄해졌고, 각자 맡은 악기에 대한 애정도 높아졌다. 개인 활동을 접고 악기 연습, 곡 작업에 몰두했을 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덕분에 새 음반의 타이틀은 물론 수록곡까지 자작곡으로 채웠다. 데뷔 10년 차, 열정과 내공이 빛을 비로소 빛을 발했다.10. 새 싱글 ‘와이 쏘 론리(Why so lonely)’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공백이 길었다.
선미 : 박진영 PD께서 우리에게 통보를 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들의 타이틀곡을 쓰지 않겠다’고.(웃음) 써서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멤버들과 팀을 이뤄 곡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공백이 길어졌고 그 곡 중에 선정이 돼 다행이다.10. 새 음반을 위한 곡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건가.
예은 : 본격적인 작업은 지난해 활동이 끝나고부터였다. 10월부터였고, 박진영 PD의 말에 스튜디오J에서 작곡가 팀과 모여 회의를 했다. 원더걸스다운 색을 만들기 위해 멤버 둘씩 짝을 지어 작업을 했다. 보컬과 래퍼로 팀을 나눈 거다. 그래서 나와 유빈, 선미와 혜림이 같이 작업을 했다. 주로 따로 작업을 하고 좋은 곡이 나오면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작곡가 역시 각각 팀을 나눠 다양하게 작업했다.10. 사실 원더걸스가 곡 작업을 계속 해온 걸로 아는데, 타이틀로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래 걸린 것 같다는 느낌도 있고, 통보라는 과정도 독특하다.
예은 : 좀 더 부담을 갖고 작업을 했다. 타이틀을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대중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고.
혜림 : 박진영 PD가 허락을 안 하면 계속 못 나오는 거니까.(웃음) 다행히 굉장히 좋아하셨다.10. 팀의 호흡은 어땠나.
예은 : 팀으로 오래 활동을 해서 잘 맞았다. 보컬, 래퍼로 짝을 지었지만 멜로디 작업은 같이 했고 재미있었다.10. 그 결과로 새 음반에 수록된 3곡 모두 자작곡이다. 만족스럽나.
예은 : 사실 작업은 10곡 이상 했는데, 가능하면 전체적으로 직접 연주가 가능한 곡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악기 녹음에 다 참여하고 싶어서 3곡으로 선정했다. 멋있게 준비해보자고 마음먹고, 알차게 구성했다. 만족하고, 곡도 좋다. 사실 봄에 나오려고 준비를 한 건데, 많이 늦어지는 바람에(웃음) 계절적으로 맞지 않는 노래는 빠졌고 여름에 듣기에 좋은 곡들만 담겨있다.10. 확실히 밴드의 색깔을 갖췄다. 이번에는 어떤 콘셉트인가.
유빈 : 만들다 보니 원더걸스의 색깔은 레트로가 아닐까 생각했다. 70년대와 잘 어울려서 히피풍을 접목시키려고 노력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이번에도 재미있는 색감이 나왔다.
예은 : 그 시대의 완벽한 재현은 아니고 영감을 받았다.10. 통보를 한 박진영은 어떤 평가를 했나. 가감 없는 지적으로도 유명한데.
예은 : 굉장히 솔직히 이야기를 해줬다. 어떤 곡은 대중적이지만 평범하다. 또 다른 곡은 특이하지만 딥(Deep)하다 든지, 별로라고 하신 곡도 있고(웃음) 좋지만 원더걸스의 곡으로는 아닌 것 같다 등등 많은 평을 했다.
혜림 : 지금 타이틀곡은 레게의 느낌이 강한데, 처음에는 후렴이 팝스러웠다. 그 부분이 바뀌었다.
원더걸스/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

10. 듣기만 해도, 부담과 책임감이 상당했겠다.

예은 : 치열하게 하느라 힘들었다. 둘씩 작업했기 때문에 작업의 양도 많았고, 작사도 10곡 이상을 한 것 같다.
유빈 : 일주일에 한 곡씩 만들었다. 막바지에는 더 타이트하게 진행되니까 힘들 수밖에 없었다.
선미 : 작업실에 가면, 일단 뭐든 해보는 거다. 멜로디를 붙여보고, 이건 아닌데 싶으면 접고 다른 곡을 시작했다. 릴레이 식으로 좋은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했다.10. 타이틀곡 선정도 쉽지는 않았겠다.
예은 : 1차로 멤버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후 스튜디오J 팀 회사 내부 레이블과 회의를 했다. 그리고 회사 전체 팀의 투표로 결정됐다.10. 중점을 두고 작업한 부분이 있나.
예은 : 멜로디 이후 뒤쪽에 랩이 나오는게 박진영 PD의 스타일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전체적인 느낌이었다. 멤버 교체도 있고, 래퍼 혜림이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랩 비중의 많은 곡을 써보려고 했다. 또 레트로에 갇혀서 작업하지 말자는 이야기도 했다. 굳이 정해놓지 말자고. 밴드로 컴백하는 거니까 열어두고 작업하자고 했다.10. 원더걸스의 밴드는 계속되는 건가.
선미 : 악기를 열심히 배워서. 하하. 컴백 첫 주에는 연주를 할 것 같고, 이후에는 댄스 버전도 따로 만들어 뒀기 때문에 춤도 출 것 같다. 박진영 PD가 타이틀곡을 들으면서 ‘이 노래는 악기 연주도 재미있겠지만, 춤을 춰도 특이할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역시 오랜만에 나온 만큼 둘 다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서 계획을 세웠다.10. 밴드로 변신한 원더걸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 조금은 익숙해졌다. 악기는 재미있나.
혜림 : 힘들다.(웃음)
선미 : 어렵다.(웃음)
유빈 :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연습을 꾸준히 해야하니까 그런 면에서 힘든 것도 있는데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춤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예은 :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어떨 때는 짐 같은 기분도 든다. 이제는 소중한 짐짝같다.(웃음) 악기 앞에서는 예민해진다. 작은 차이에도 소리가 달라지니까, 그만큼 좋아진 거겠지.
유빈 : 다른 친구들의 음악을 들어야 합주가 가능하니까, 악기에 대한 이해와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10. 어느덧 10년 차의 걸그룹이 됐다. 음악방송을 가도 이제 ‘대선배’ 일텐데. 원더걸스를 목표로 활동 중인 후배들이 많다.
예은 : 트와이스 쯔위가 나와 10살 차이더라. 우리가 데뷔할 때 나와 (이)효리 언니가 10살 차이였다. 그때 내가 보고 자라온 느낌을 이 친구도 받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미래에 대한 막연함이 있을 텐데, 길을 잘 가줘야 후배들도 더 좋은 선택의 길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볼 때마다 조금 더 챙겨주려고 한다.10. 10년 차 선배가 해주는 조언이 있다면?
예은 : 그룹이 유지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각자 원하는 것들이 있고, 살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니까. 선예와 소희 역시 각자의 길을 선택했고, 그거에 대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 인생의 타이밍이 있다.
원더걸스/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

10. 팀의 변화를 맞으면서도, 새로운 변신도 꾀하고 지금까지 잘 왔다.

유빈 : 서로 양보하기도 하고, 솔로 활동을 할 때는 서로 응원을 해준다. 또 원더걸스로 모였을 때는 힘을 내서 하고.
선미 : 미국에 갔을 때 열여덟 살이었다. 그때부터 원더걸스는 모험이 아이콘인 것 같다.(웃음) 힘들어하면서도 모험을 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다들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예은 : 우리가 받은 사랑이 크니까. 데뷔하자마자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셔서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책임감을 갖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10. 원더걸스만의 무엇, 다른 그룹과의 차별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은 : 1만 시간 법칙이라고, 무엇 하나를 1만시간하면 베테랑이 된다. 벌써 10년 차이다. 묵은지 같은 내공이랄까, 보이지 않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선미 :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아무래도 10년 차니까 모여있으면 어우러진다. 그런 것이 차별화 아닐까.10. 또 앞으로 10년을 나아가야 한다. 원더걸스로 활동하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나.
유빈 : 2012년 이후 투어를 안 해서 투어 콘서트를 하고 싶다.
선미 : 멤버들과 여행을 가면 좋을 것 같다. 일이 제외하고 여행을 가보지 못 했다.
혜림 : 넷이 카페를 차리거나(웃음) 기회가 된다면 책을 내고 싶다. 오래 남고 좋을 것 같다.
예은 : 쉽게 말해서 디너쇼! 미국에서 한 가수의 기념 콘서트의 오프닝을 했는데, 크지 않은 공연장에 디너 테이블을 두고 다 같이 즐기는 분위기더라. 시간이 흘러 나이가 좀 더 들었을 때 ‘디너쇼’를 꼭 해보고 시다. 손녀들도 와서 앉아 있고.(웃음)
선미 : 와! 와인 한 잔 하고 올라가는 거, 진짜 멋있겠다.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