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0. 원작과 다른 점 중 하나가 남자들이 좀 더 유동적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박찬욱: 두 여자가 살기 위해서라도 두 남자는 더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아가씨’를 ‘네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봤다. 소설 ‘핑거스미스’를 읽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고 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것이다. 친일파 중에서도 ‘슈퍼 친일파’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코우즈키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10. 영화에는 성적인 묘사도 풍성하다.
박찬욱: ‘호감을 느낀다’ ‘끌린다’ ‘반했다’라는 감정이 든다면, 성적이 느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 부분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때는 성적인 부분이 조금씩 들어가기 마련이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뒷동산을 산책하다가 히데코와 숙희가 ‘어머니’에 대해서 얘기할 때가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때는 감정적으로 결합된 느낌이 있다.
10. 그 장면을 김태리가 제일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박찬욱: 그 장면을 찍고 내가 컷했을 때 김민희가 “얼굴을 너무 세게 잡는 것 아니니?”라고 해서 그런 것일 게다. 김민희가 화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도 화면에 얼굴이 구겨져서 나올까봐 걱정되서 한 소리다. 또 김태리는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까 힘들었을 것이다. 감독은 또 세게 잡으라고 하지, 선배는 걱정하지. (웃음) 그런 상황이었다.
10. 김태리는 처음으로 큰 프로젝트에 참가한 입장이다. 디렉션을 더 많이 줬는가.
박찬욱: 현장에서는 큰 차이 없었지만, 그래도 첫 촬영하기 전에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몇 번이라도 더 가졌다. 시나리오에는 ‘호탕하게 껄껄 웃는다’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웃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하면 이렇게도 웃어보고, 저렇게도 웃어보라고 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10. 결과는 만족스러운지.
박찬욱: 아주 자랑스럽다. 무대 인사를 이틀간 다녔는데, 이틀째에 벌써 두 번, 세 번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김태리에 대한 환호가 말도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팬클럽도 있고, ‘태리야끼’라는 별명도 생기고.
10. 그에 비하면 김민희에 대해서는 온전히 열어두었다고 했는데.
박찬욱: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고 준비도 많이 해오는 사람이다. 낭독회에서 일어로 낭독하는 장면만 봐도 굉장히 자신감에 넘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설정상 숙희보다도 일어를 훨씬 잘 해야 하니 준비도 제일 많이 했다. 사법고시라도 패스했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웃음) 또 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틀에 박힌 뻔한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민희에게서는 항상 묘하고 클리셰하고는 거리가 먼 표정들이 나오곤 했다.
박찬욱: 여성끼리의 정사에서만 가능한, 대표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옆에서 가위 자세를 보면 완전히 대칭이 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주인공이 신분상으로도, 나이상으로도, 민족 정체성에 있어서도 격차가 굉장히 크지 않나. 그렇게 격차가 큰 상태에서 시작해서 점점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 영화의 여정인데, 시각적으로 보았을 때 대칭 구도라는 것이 중요한 모티브였다. 손을 맞잡게 되는 그 모습도 아주 힘있고 애틋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읽혀져서 연출하고 싶었다.
10. 다음에도 혹시 영화와 관련한 사진집을 발매할 계획이 있는지.
박찬욱: 해 봐야 알 것 같다. 영화마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진집이 잘 팔리면 달라지겠지. (웃음)
10. ‘아가씨’에 출연한 배우들과 다음 영화도 함께하고 싶은지.
박찬욱: 다 함께하고 싶다. 네 주인공 뿐 아니라 김해숙 선배, 문소리, 히데코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 배우 조은형까지. 조은형도 정말 대단한 아역 배우다. 이 사람들 모두 언제든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각본이 무엇이고 어떤 캐릭터가 들어있느냐에 따라 가는 것 아니겠나.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영화 ‘아가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10. 원작과 다른 점 중 하나가 남자들이 좀 더 유동적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이다. 그 이유는.
박찬욱: 두 여자가 살기 위해서라도 두 남자는 더 보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아가씨’를 ‘네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봤다. 소설 ‘핑거스미스’를 읽는 것은 하나의 경험이고 그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것이다. 친일파 중에서도 ‘슈퍼 친일파’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래서 코우즈키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10. 영화에는 성적인 묘사도 풍성하다.
박찬욱: ‘호감을 느낀다’ ‘끌린다’ ‘반했다’라는 감정이 든다면, 성적이 느낌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당 부분 상대에게 호감을 느낄 때는 성적인 부분이 조금씩 들어가기 마련이 아닐까.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뒷동산을 산책하다가 히데코와 숙희가 ‘어머니’에 대해서 얘기할 때가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이때는 감정적으로 결합된 느낌이 있다.
10. 그 장면을 김태리가 제일 힘들었던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박찬욱: 그 장면을 찍고 내가 컷했을 때 김민희가 “얼굴을 너무 세게 잡는 것 아니니?”라고 해서 그런 것일 게다. 김민희가 화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도 화면에 얼굴이 구겨져서 나올까봐 걱정되서 한 소리다. 또 김태리는 처음 하는 것이다 보니까 힘들었을 것이다. 감독은 또 세게 잡으라고 하지, 선배는 걱정하지. (웃음) 그런 상황이었다.
10. 김태리는 처음으로 큰 프로젝트에 참가한 입장이다. 디렉션을 더 많이 줬는가.
박찬욱: 현장에서는 큰 차이 없었지만, 그래도 첫 촬영하기 전에 사무실에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몇 번이라도 더 가졌다. 시나리오에는 ‘호탕하게 껄껄 웃는다’로 되어있는데 어떻게 웃는 건지 모르겠다라고 하면 이렇게도 웃어보고, 저렇게도 웃어보라고 하면서 연습을 많이 했다.10. 결과는 만족스러운지.
박찬욱: 아주 자랑스럽다. 무대 인사를 이틀간 다녔는데, 이틀째에 벌써 두 번, 세 번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김태리에 대한 환호가 말도 못할 정도로 뜨거웠다. 팬클럽도 있고, ‘태리야끼’라는 별명도 생기고.
10. 그에 비하면 김민희에 대해서는 온전히 열어두었다고 했는데.
박찬욱: 알아서 잘하는 사람이고 준비도 많이 해오는 사람이다. 낭독회에서 일어로 낭독하는 장면만 봐도 굉장히 자신감에 넘치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설정상 숙희보다도 일어를 훨씬 잘 해야 하니 준비도 제일 많이 했다. 사법고시라도 패스했을 정도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웃음) 또 그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틀에 박힌 뻔한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민희에게서는 항상 묘하고 클리셰하고는 거리가 먼 표정들이 나오곤 했다.
영화 ‘아가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둘의 정사신 중 하나로 ‘가위 자세’를 선택한 이유는. 박찬욱: 여성끼리의 정사에서만 가능한, 대표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옆에서 가위 자세를 보면 완전히 대칭이 되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주인공이 신분상으로도, 나이상으로도, 민족 정체성에 있어서도 격차가 굉장히 크지 않나. 그렇게 격차가 큰 상태에서 시작해서 점점 없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이 영화의 여정인데, 시각적으로 보았을 때 대칭 구도라는 것이 중요한 모티브였다. 손을 맞잡게 되는 그 모습도 아주 힘있고 애틋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읽혀져서 연출하고 싶었다.
10. 다음에도 혹시 영화와 관련한 사진집을 발매할 계획이 있는지.
박찬욱: 해 봐야 알 것 같다. 영화마다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진집이 잘 팔리면 달라지겠지. (웃음)
10. ‘아가씨’에 출연한 배우들과 다음 영화도 함께하고 싶은지.
박찬욱: 다 함께하고 싶다. 네 주인공 뿐 아니라 김해숙 선배, 문소리, 히데코의 어린 시절을 맡은 아역 배우 조은형까지. 조은형도 정말 대단한 아역 배우다. 이 사람들 모두 언제든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각본이 무엇이고 어떤 캐릭터가 들어있느냐에 따라 가는 것 아니겠나.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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