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곡성’·’무서운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사냥’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부터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감독 김곡·김선·백승빈), ‘사냥'(감독 이우철)까지 한국 영화에 부는 ‘산바람’이 심상찮다. 장르도, 하려는 이야기도 다른 이 영화들의 교집합은 ‘산’이 일정 부분 이상의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과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작품이라는 것이다. 세 영화에서 ‘산’은 단순하게 공간적인 의미를 넘어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하거나, 파괴와 전환의 플랫폼이 되기도 하며 등장 인물의 감정을 조여오기도 한다.

영화 ‘곡성’ 스틸컷 /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지난 5월 11일 개봉한 화제작 ‘곡성’은 한 시골 마을에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시작된 의문의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히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외지인이 집을 짓고 사는 산은 마치 괴이한 소문에 무성하게 휩싸인 외지인 그 자체처럼 음산하다. 종구(곽도원) 일행과 외지인이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던 이 산은 전북 고창의 선운산이다. 임민섭 프로듀서는 “나 감독이 야생 그대로의 모습에 초자연적인 기운을 머금은 곳을 원했다”며 산을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의 의도대로 산은 ‘곡성’의 시작부터 끝까지 서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1일 개봉한 옴니버스 형태의 영화 ‘무서운 이야기3: 화성에서 온 소녀’의 첫 번째 에피소드 ‘여우골’에서 산은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여느 산들과 다르게 ‘숨을 쉬는 산’이라는 설정이 독특하다. ‘여우골’을 연출한 백승빈 감독은 이에 대해 “‘여우골’은 신화와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라 그것을 영화적인 시공간에 얹혀서 보여주기 위해서는 ‘숨을 쉬는 산’이라는 환상적인 배경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치유’나 ‘성장’처럼 산이 전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긍정적인 은유를 전복하고 인간들의 세계 그 이상으로 전환되는 플랫폼으로 묘사한 산은 이 영화만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영화 ‘사냥’ 스틸컷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추격 스릴러 ‘사냥’은 카피 자체가 “그 산에 오르지 말았어야 한다”다.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버린 사냥꾼 기성의 목숨을 건 16시간의 추격전이 출구 없는 산 속에서 펼쳐진다. 이 감독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한정된 공간에 갇히게 되면 본성이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산’은 굉장히 넓지만 한정된 공간이다. 인간의 본성을 그리는 데 있어서 ‘산’은 필수 요소였다”라고 밝혔다. “‘산’은 확 트이고 펼쳐진 공간이 아니라 나무나 바위 등 숨을 수 있는 지형물이 많아 추격전의 긴장감을 높여주기에도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지상에서 펼쳐지는 추격전과는 또 다른 스릴이 있는 산 속 액션도 기대감을 높이지만, 그 쫓고 쫓기는 몰이 사냥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과 내면 묘사에도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