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하정우가 취재진의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10. 백작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러웠다.
하정우: 그렇게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마지막에는 백작이 순수한 청년같은 모습으로 무장해제되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10.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신인 김태리는 어땠나.
하정우: 박 감독님이 김태리의 트레이닝을 잘 시켰다. 김태리가 작품 선택을 잘 해서 앞으로도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 이름도 본명인데, 느낌있지 않나.

10. 세트 촬영도 굉장히 많았다. 완벽하게 세팅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면.
하정우: 서재 장면을 꼽겠다. 원신 원컷으로 찍었지만, 일본어 대사량으로만 따지면 여섯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코우즈키와 계속 말을 주고 받는 장면인데 그 부분이 굉장히 짜릿했다. 촬영 후반부에 찍었는데 그렇게 멋진 세트에서 스태프들 모두가 다 숨죽이면서 모니터링을 했다. 20대 시절에 연극했었던 것이 생각날 정도였다.

배우 하정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10. 연극을 하는 기분이라. 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하정우: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당연히 배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동네 브로드웨이에서 ‘모던타임즈’를 보고 찰리 채플린처럼 되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좋은 친구들’의 로버트 드 니로가 정말 느낌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리빙 라스베가스’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보면서 ‘나는 저렇게 연기를 해야겠구나. 얼굴도 길고 나랑 비슷한데’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래서 연극학과에 들어갔는데 나는 그 때 바로 데뷔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연극 무대에 올라가니 대사를 너무 긴장해서 못 하겠더라. MBC 공채 시험에도 당연히 붙을 줄 알고 지원했는데 떨어졌다. 그래서 20대 후반까지 연극 무대에서 내가 좀 편하게 느낄 때까지 연기를 한 거다. 그 때의 기분을 다시 느꼈다.

10. 그렇게 배우의 길을 가게 된 것에 대해 아버지가 물려준 DNA를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하정우: 아버지한테 너무나 감사드린다. 신께도, 하느님께도 감사하다. ‘과연 인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전작부터 시작해서 좋은 작품, 좋은 감독들을 만났기 때문에 내가 이 자리에 있다. 그렇게 진행되는 소설을 쓰라고 해도 못 썼을 거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들이 결합해 오늘이 됐다. 운이 좋았다.

10.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하정우: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와 케이퍼 무비가 아주 오묘하게 잘 결합되어있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고 하고 싶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가씨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랑 이야기가 있는 거고, 백작을 따라가면 케이퍼 무비다. 집에서 PC나 TV로 보기 보다는 영화관에서, 제대로 된 환경에서 봐야 무언가를 충분히 가져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만나기 힘든 작품이다. 잘 차려진 ‘파인 다이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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