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이경규 is 뭔들.

이경규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펫방(반려동물 방송)부터 낚방(낚시 방송), 말방(말 방송)까지 다소 심심해 보이는 콘텐츠를 들고 나왔음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으며 ‘마리텔’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지난 3월 13일, ‘마리텔’ 생방송에 이경규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시청자들은 걱정반 기대반이었다. 내로라하는 예능 고수들이 ‘마리텔’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기 때문. ‘노잼’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출연자도 있었고, 인터넷 생방송에선 반응이 좋았지만 선을 지키지 못해 본방송에서 편집이 된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웃음사망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출연자도 있었다. 쟁쟁한 후배들이 무릎을 꿇었던 ‘마리텔’이었기 때문에 아무리 예능대부 이경규라고 해도 엄격한 ‘마리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이경규는 시청자들을 웃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완전히 어깨에 힘을 빼고, 옆집 아저씨 같은 매력으로 ‘마리텔’ 생방송에 임했다. 강아지 여섯 마리와 함께한 첫 번째 생방송에서 그는 생명의 존엄성을 외쳤고, 강아지들에게 어미의 젖을 물렸고, 강아지를 분양 받을 사람을 찾았다. 결국 이경규는전반전이 끝날 때쯤 지쳐서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네티즌들은 ‘눕방’(눕는 방송)의 등장이라며 즐거워했다. 강아지들을 보여주다가 누워버렸는데 이날 이경규는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 방송의 여파는 낚방, 말방까지 이어졌다.이경규의 콘텐츠 선택은 그가 현재의 문화 트렌드를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아지, 낚시, 잠(눕는 것) 등 이경규가 ‘마리텔’에서 선택한 콘텐츠는 실제 온라인 1인 방송에서도 소비되고 있는 콘텐츠다. 이경규는 요리·춤·미술 등 자신의 재능을 뽐내는 방송이나 네티즌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전달하는 방송 외에도 1인 방송이 가능한 콘텐츠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35년 예능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은 또 있다. 이경규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콘텐츠에 ‘미션’을 더해 ‘계속해서 볼 수밖에 없는 방송’을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이게 뭐라고 계속 보고 있는 거지”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그의 방송을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펫방에선 시청자 중 한 명을 택해 강아지를 분양해주겠다고 밝혔고, 낚방에선 3시간동안 20마리를 낚지 못하면 입수를 하겠다고 공약을 걸었다. 말방에선 “서부의 무법자가 되고 싶다”며 직접 승마를 체험해보는 장치를 더했다. 여기에 시청자들과의 소통이 더해지니 방송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었다.

1981년 데뷔 이래 이경규는 수많은 포맷의 예능을 경험했다. 잠시 주춤했던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경규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마리텔’에 출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최근 가장 트렌디한 예능으로 꼽히는 ‘마리텔’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칭찬받을 만한 놀라운 도전인데 이경규는 연착륙까지 성공했다. 35년 예능감이 뒷받침해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2회 우승에 이어 3회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는 ‘킹경규’, 이대로라면 백주부에 이어 ‘마리텔’ 골드 멤버가 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닐까.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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