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부산시(조직위원회)와 영화인(집행위원회)들이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온 부산국제영화제 내분 사태가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됐다. 부산지법이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위촉한 신규 자문위원 68명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부산시가 낸 가처분 신청사건을 15일 수석재판부에 배당했다.

# BIFF사태. ‘다이빙벨’ 상영 중단→이용관 집행위원장 갈등→정관개정 문제로 옮겨가

부산시와 집행위원회의 갈등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2014년 10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중단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양쪽 갈등은 서 시장이 지난달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임기도 지난달 끝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정관개정 문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시는 지난 2월 25일 열린 영화제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용관 당시 집행위원장이 의결권을 가진 자문위원 68명을 ‘기습적’으로 신규 위촉해 총회 의결권을 왜곡했다며 반발해 왔다. 절차상 문제있는 자문위원들이 총회 의결권을 장악해 불합리하게 정관을 고치려 한다는 주장이다. 시의 이번 강경 방침은 영화인들이 이달 말 임시총회를 열어 하려던 정관개정 시도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자문위원 68명이 회원에 포함되면 전체 자문위원은 재적회원(155명)의 3분의 2를 넘는 69%(107명)를 차지한다. 현재 정관은 재적회원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개정할 수 있다.

# 부산시의 꼬투리잡기

한편 영화제 측은 서 시장이 ‘총회 개최 직전에 기습적으로 위촉해서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정해진 절차들을 거쳐 이뤄진 위촉을 ‘기습적’이라고 칭하는 것 자체가 엉뚱한 트집이라 꼬집어 왔다.‘다이빙벨’ 상영 이후 꾸준히 시의 압박을 받아왔고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협받아 온 만큼 자문위원을 대폭 늘린 것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민간 자율로 정하도록 돼 있는 일을 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항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민간 자율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또 서 시장이 신규 자문위원의 자격과 편향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한 바 있다. 신규 자문위원은 최동훈, 류승완, 변영주, 정윤철, 김대승, 이미연, 방은진 감독과 배우 유지태, 하정우 그리고 제작자 오정완, 이준동, 최재원, 김조광수 등이다. 더불어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강소원, 김대황, 김영조, 김현수, 김휘, 김희진, 박인호, 정성욱, 최용석 등의 영화인도 포함돼 있다.

서병수 시장의 이런 입장에 배우 유지태는 앞서 자신의 SNS에 “이번에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유지태입니다”라면서 “시장님 말에 의하면 전 자격도 없는 사람이네요, 절 잊으신 거예요”라는 성토의 글을 올렸고, 부산영화인연대도 “정말 자격이 없는 자는 누구인지. 영화제의 위상을 한 순간에 추락시킨 장본인이 누구인가”라고 꼬집었다.# 68명에게 날아든 통지서
그리고 이젠 법정행이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 위촉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카드를 꺼내자 이송희일 감독은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심문기일 통지서를 공개하며 “서병수 시장이 한국 영화인들 모두를 “적”으로 삼아 부산영화제를 끝장내려고 하는가 보다. 오늘 부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 효력가처분신청 심문기일 통지서가 각 자문위원들에게 날아갔다고 한다. 이 통지서는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박찬욱, 류승완, 최동훈, 김대승, 방은진, 하정우, 유지태 등등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인들에게 다 전해졌단다. 임시총회와 정관 개정을 못하게 하려는 서병수와 부산시의 꼼수. 덕분에, 올해 영화제는 못 열지도 모르겠다.”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흔들리고 있다. 영화제를 흔드는 이, 누구인가.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텐아시아 DB, 이송희일 감독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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