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 번 더 해피엔딩’ 9회 2016년 2월 17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송수혁(정경호)은 한미모(장나라)가 잠든 줄 알고 사랑 고백을 하는데, 미모는 다 듣게 된다. 달빛초등학교 숙직실에서 나란히 자고 일어난 두 사람은 대관령에서 아침을 맞고, 구해준(권율)은 이 상황이 신경 쓰인다며 속내를 고백한다. 백다정은 수술 후 눈물을 흘리고, 김건학(김태훈)은 위로할 지점을 찾기 위해 애쓴다. 홍애란(서인영)과 놀러간 클럽에서 고동미(유인나)는 스물여덟의 친절한 남자를 만나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리뷰
한미모는 송수혁의 고백을 듣는 동안에도 자는 척했지만, 그 말을 들은 이후 뜬눈으로 지새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흔들리게 된 걸까. 오래 전부터 듣고 싶었던 말을 듣게 된 것일까. 미모는 해준에게 집중하려 하지만 “내 이상형은 너”라는 수혁의 말이 내내 귓속을 맴돈다. 수시로 수혁이 곁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머리를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이미 뭔가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야 말았다. “너 말하는 거야, 붕어야” 이 한마디가 시간이 갈수록 미모를 흔들어 놓고 있다.

구해준은 심각하다. 송수혁과 미모가 얽힌 거라면, 이제 그 어떤 일도 못 참는다는 선언을 하고야 만다. 그는 수혁과 미모의 대관령에서의 하룻밤에 크게 동요된다. 초등학교 행사였고 폭설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는 걸 잘 알지만, 구해준의 오랜 상처가 되살아난다. 수혁에게로 마음이 기운 줄도 모르고, 잘 될 거라 믿고 사랑을 고백했던 그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한테 잘해주지 않았느냐고 되묻던 초라한 그때의 자신. “좋아하는 거랑 호의도 구별 못해? 못 들은 걸로 할게” 라던 그녀. 곧 친구 수혁의 아내가 된 그녀. 깊은 트라우마로 남은 그녀. 이게 왜 지금 떠오르는 것일까.

심지어 미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은 해준은 아프기까지 하다. 몸살 걸려서 병원도 못 나가고, 결국 미모가 찾아와 전복죽을 끓여주게 된다. 미모는 손을 칼에 베어가며 전복을 썰고 죽을 끓인다. “고마워요, 이렇게 와줘서. 걱정해 줘서”. 이 남자, 진심으로 기뻐하는 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힘들게 끓인 죽은 입도 거의 안 대고, (심지어 이 타이밍에서) 베인 손에 붙인 ‘반창고’도 못 알아보는 무신경이다. 그 남자가 분명 말했다. “미모씨가 끓여준 죽이 건강 죽이었나 봐요.” 그런데 전복죽은 싱크대에서 하룻밤 새 썩고 있었다. 아주 푹푹. 이걸 보고 속이 상해 눈 오는 벤치에 주저앉고 만 미모는 풀이 죽었다.‘반창고’를 알아보는 남자는 따로 있었다. 송수혁은 얼핏 엘리베이터에서 보고도 “다쳤어?”라며 말을 건넨다. 심지어 송수혁은 용감한 웨딩에서 재혼상대를 만난 고객의 자녀가 행패를 부리며 미모를 해치려 하자 나서서 도와준다. 엄연한 정회원 자격으로. 그저 세상사에 가벼워지고 싶어서였다는, 남의 뒷조사가 전문인 자신의 직업을 유용하게 써먹으면서 말이다.

정아니 기자(이채은)가 휴지통에 버리고 퇴직한 ‘한미모 스캔들’ 파일은 어쩜 그리 완벽하게 복원되어 버린 것일까. 버린 당사자의 실수일까 의도일까. 수혁이 그토록 덮고 싶었던 미모의 굴욕 사진들은 말도 안 되는 스캔들과 연루돼 검색어를 휩쓴다. “이런 경우 처음도 아니고, 니가 보호할 만큼 나 연약하지도 않아. 내가 알아서 해”라고 수혁에게 큰소리는 쳤지만, 미모는 사실 예나 지금이나 속수무책이다. 구슬아의 팬들이 한미모를 공격대상으로 삼았는데도, 잘못한 거 없으면 됐다며 무방비로 나서려 한다. 수혁은 미모를 막아서며 계란 세례와 돌팔매를 대신 다 맞는다. 사방은 난리통인데, 그는 아주 오랜만에 편안한 표정이다.

수다포인트
-“거기 나만 있는 거 맞죠? 다른 사람한테 절대 문 열어주지 마요.” 구해준 샘도 애가 탈 때가 있군요.
-떠나는 사람 휴지통을 뒤져 특종을 건지다니, 부장님은 정말 최악의 상사?
-이제 붕어빵조차 얄미운 소품.
-날 웃게 하는 사람… 있지.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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