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정화 기자]
지수는, “유연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왜였을까. 인터뷰 중에도 후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확실히 알아챌 수 있었던 건, 그는 “~것 같다”라는 표현과 “잘 모르겠다”란 말을 마침표를 찍기 전 부록처럼 붙여냈다는 점이다. 다행히 ‘모르겠다’란 말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아닌,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짐작 혹은 의문’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사소한 질문에도 언제나 ‘상대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고, 급기야 자신이 좋아하는 색은 “검은색과 흰색을 합친 회색”이라며 “검은색도 될 수 있고 흰색도 될 수 있는 회색이 유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 경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살고 싶다”라면서.
올해 초 MBC ‘앵그리맘’에서 상처 많은 열여덟 고등학생 고복동을 연기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온 소년 고복동은 무질서하게 힘을 휘두르며 ‘센’ 척했지만 속은 여렸고, 겁 많았다. 누군가에겐 사납게 이를 드러내는 야수였지만, 누군가에겐 한없이 약해졌던 복동이 지닌 양면성. 그러니깐 ‘상대적인 양면성’을 지수는 정확하게 이해하며 연기했고, 그것은 한 인물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보이게끔 했다. 이어 출연한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픔 많은 한 인물이 어떤 계기나 매개체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이기에 극 안에서 흔들리고 아파하는 모습도, 지난한 성장의 과정도, 모두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수를, 만났다.Q.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니 더 독특하다.
지수 : 앗, 그런가?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사람들이 그리 말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냥, 허스키한 거 같다. (웃음)
Q. 개인적으로, ‘앵그리맘’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라 한 번은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계기가 되어준 게 하나 더 있었는데, 소속사의 여준영 대표가 SNS에 쓴 당신에 대한 글. (웃음) 연기에 있어서도 그렇고, 삶의 태도가 굉장히 적극적이더라.
지수 : 아! 하하하.
Q. 그 글 내용부터 묻고 넘어가 보면, ‘프레인(현재 소속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여러 번 미팅했다’고 하던데, 맞나?
지수 : 프레인에 ‘직접’ 전화를 걸어 미팅했던 건 아니고, (웃음) ‘직접’ 프로필을 보냈다. 그게 아마 연락을 했다는 뉘앙스로 쓰인 거 같다.Q. ‘요즘 아이들 얼굴과 다르다’는 표현도 있었다.
지수 : 대표님 세대에는 나와는 다르게 생긴 얼굴이 인기 있었으니깐, 개성 있어 보이셨던 게 아닐까. (웃음)
Q. 자신이 개성 있는 외모라고 생각하나.
지수 : 예전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무쌍(꺼풀)’ 남자가 많아져서, 그런 면에서 봤을 땐 개성이 있는지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잘 모르겠다.
Q. ‘말은 당돌하다’란 얘기에 대해서는?
지수 : 이게 좀, 상대적인 거 같다. 그 당시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신인이었는데, 그럼에도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보시고 ‘저 친구, 자신감 있어 보인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Q. ‘그동안 힘든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지수 : 이것도 좀, 상대적인 거다. (웃음) 누구나 한 번씩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나. 커피숍부터 해서 포장 알바, 뷔페 접시 닦기 같은 것들을 했다. 일상적인 건데 어떻게 보면 특별해 보일 수도 있겠다.
Q.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하지 않았나.
지수 :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학원에 다녔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연기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극단을 차리셔서 나도 같이 극단에 들어가 생활했다. 뭔가 막연한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었는데, 공연을 하며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Q. 어떤가, 연기를 계속해보니. 재미있나.
지수 : 그 당시에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새롭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고. 연기의 이런저런 면을 많이 느껴서 ‘이건 내가 업(業)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역시도 재미있고 즐겁다.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작업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까지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즐겁다.
Q. MBC ‘앵그리맘’에 이어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반항적인 열여덟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자칫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어떤 점이 서로 달랐나.
지수 : 일단, 가정환경이 달랐다. 하준(‘발칙하게 고고’에서의 역할 이름)이는 부잣집 아들이다. (웃음) 밖에서 봤을 때는 잘난 사람일 수 있었다. 공부도 웬만큼 하고, 수치로 따지면 ‘전교 7등’이거든! 복동(‘앵그리맘’에서의 역할 이름)이와는 달리 친구가 있어서 의지할 사람도 있었고. 그런 환경적인 차이가 많이 있었다.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 등, 유사한 질감이 있긴 했지만 그런 부분이 좀 달랐다.
Q. 다른 환경에서 파생된 캐릭터니, 당연히 둘은 다르다고 생각했겠다.
지수 : 그렇지! (웃음)Q. 반항적이고 아픔 많은 10대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 났다. 많이들 물어봤을 텐데, 실제 지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지수 : 우울한 측면이 있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친구도 많았고, 되게 밝았다. 장난기도 많았고. (웃음) 물론 내게 우울한 면도, 가라앉는 진지한 면도 있긴 한데, 그래도 대인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그들은 다들 외롭잖아, 상처 많고, 아웃사이더에…
Q. 그러게, 얘기하는 동안 표정에 슬쩍슬쩍 장난기가 묻어난다.
지수 : 원래 이렇다. 친한 친구들이랑 장난, 많이 친다.
Q. 반면에, 연기할 땐 폭발적인 에너지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감정의 정점을 지나고 난 뒤의 연기도 잘 해내고 말이다. ‘앵그리맘’에서 동칠(김희원)에게 맞은 뒤 소파에서 앓아누웠던 장면이나, ‘발칙하게 고고’에서 자해를 한 뒤의 신에서 특히 그랬다.
지수 :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상황 때문에 많이 와 닿으셨던 게 아닌가 싶다.
Q. 사람들은 당신이 연기할 때의 어떤 모습이 좋다고 하던가.
지수 :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다. (웃음) 보시는 분마다 다른 거 같다.
Q. 음, 확실하게 답을 놓지는 않는 성격인가 보다. (웃음)
지수 : 그럼. 정답은 없으니까.
Q. 유연한 사람인가?
지수 :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모르겠다. 어떨 때 보면 좀 꽉 막힌 거 같기도 하고 확실한 아집이 있을 땐 또 그것만 파고. 그게 아니라면 평소엔 유연한 성격 같다. “그건 이런 거야~” 이러면 그런 거 같아서 “(수긍하는 뉘앙스로) 어~ 그래~” 이런다.
Q. 고집을 피우게 되는 건 어떤 부분인가.
지수 : 확실히 이건 내가 정말 맞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누군가 “이거 그런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해도 “네”라고 대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이게 맞는데’ 할 때가 있다.
Q. 지금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거 같나?
지수 : 잘 모르겠다, 아직은. 생각해 보니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 (질문을 곱씹으며)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라. 이 길이 올바른지는 조금 더 지나 봐야 알 거 같다.
Q.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의 감독들이 지수란 배우가 방황하고 아파하고 상처받는 캐릭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선택했던 거겠지만, 지금 하는 얘기를 보면 당신 자신이 그런 역할에 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지수 : 맞다!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역할 보다 되려 그런 친구들에게 인간적으로 더 끌린다. 아픔 많은 청소년이나 한 인물이 어떤 계기나 매개체를 통해서 점차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뭉클하기도 하고. 그래서 성장물이나 성장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Q. ‘글로리데이’도 청춘의 방황을 담은 영화라 일관성 있는 선택/흥미로운 행보라고 생각했었다.
지수 : 하고 싶은 것에 끌리다 보니 그 영향도 좀 있는 거 같다.
Q.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나, 아니면 자신에게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나.
지수 : 후자다. 아직은 그게 내게 더 잘 맞는 방식 같다. 그 부분에서는 계속 공부 중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는 있는데 사실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 않을까.
Q. 연기할 때 캐릭터가 지녔던 감정이 실생활에 영향을 끼친 적도 있나.
지수 : 크게는 아닌데 정서 자체엔 영향을 받는다. 밝은 신을 찍고 나면 내게 밝은 정서가 남아 있고, 우울하고 슬프고 처지는 장면을 찍으면 그 날 자체가 뭔가 구름 낀 거 같다. 그래도 이제 그런 것들을 금방금방 비워내는 편이다.
Q. 어떻게?
지수 : ‘후~’ 한숨 한 번 푹 쉬고. (웃음) 그렇게 지나 보낸다.
Q. ‘글로리데이’ 얘기를 잠깐 해보면, 연기한 용비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지수 : 예전에 용비를 ‘정의로운 반항아’라고 표현한 적 있는데, 딱 그거다. 정의롭고 엄청 의리 있다. 지금 다시 영화를 봐도 그렇게 느껴진다. 경찰이나 어른들에게 반항하긴 하나, 그 본질, 그러니깐 반항을 하는 이유가 정의롭다. 친구를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반항한다.
Q. 정의로운 편인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거나.
지수 : 나름대로는. (웃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영화에서는 불의를 못 참고 막 달려들었는데 실제의 나는 조금 이성적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하고.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일단 사태를 말리지만 제삼자에게 도움도 청하면서 조금 더 유연하게 해결하지 않을까. 불의를 보고 경찰에 전화한다거나! (웃음)
Q. 현명한 스타일이네.
지수 : 으하하하.
Q. 올해에 ‘앵그리맘’과 ‘발칙하게 고고’ 드라마 두 편을 찍었고, 영화 ‘글로리데이’를 촬영했다. 각각은 지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나.
지수 : 다, 예쁜 ‘꽃’ 같았다.
Q. 꽃?
지수 : 왜,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 있잖아. 계절의 기운을 품고 아름답게 피지만 언젠가는 지는.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항상 꽃이 질 때마다(작품이 끝날 때마다) 섭섭하고 속상하고 아쉽고, 그 꽃을 더 누릴 걸,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런 것들이 이제 하나하나 다 쌓여 가는 거 같다.
Q. ‘앵그리맘’에서 복동은 조방울(김희선)이 따듯한 밥을 차려준 것부터 해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 않나.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연두(정은지)가 다친 하준에게 준 연고와 밴드로 인해 그렇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거나 한 일이 있었나.
지수 : 내 마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웃음) 그 외에 힘들거나 할 땐 정말 친한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큰 힘을 준다. 다시 좋은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다.
Q. 모르는 사람이 지수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수 : 난 순수한 사람들한테는 더 확 (마음을) 연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걸 좋아한다. ‘우리 빨리 친해지자’ 이런 거 말고 어쩌다 보니 친해져 있는 거. 순수하게 우리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Q. 자신이 순수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지수 : 내가 순수하지 않아서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나와 비슷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내게 순수한 면도 있는 거 같고. 뭐, 가끔 보면 말이다. (웃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들과 있으면 나도 순수해지잖아. 그런 내 모습이 좋아서 그런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다.
Q. 그런데 보면, 정말 ‘케미(케미스트리의 준말)’가 좋은 배우가 아닌가 싶다. ‘서울메이트’에서는 필리핀 여성과 ‘런치박스’에서는 인도네시아 여학생과 ‘앵그리맘’에서는 나이 차가 꽤 났던 김희선과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남자배우 이원근과의 케미가 상당했다. 국적, 나이, 성별을 초월한 호흡을 잘 이루고 있는데, 그건 자신의 어떤 매력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나.
지수 : 솔직히, 아직까지 난 케미가 뭔지 모르겠다. 내 눈으로 볼 땐 더 모르겠고. 내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아서 케미가 좋다고 하는 걸까? (웃음)
Q. 지극히 한국적인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인과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훗날 외국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지수 : (불쑥) 좋은 말씀이다! (인터뷰 중 가장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
Q. 잘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나.
지수 : 아직은 없지만 먼 훗날 내가 나이도 먹고 연기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을 때 쯤에는 새로운 문화/환경에서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배우를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 같나.
지수 : 노력? 그리고… (“유연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되뇌다가) 유연함? (웃음) 왜냐하면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은 사실 영원히 유지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결국엔 내 본질의 그 어떤 것이 계속 나를 유지시켜 주지 않을까. 정상에 있는 배우들만 봐도 그렇고. 그러니 지치지 않고 계속 공부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롱런 할 수 있을 거 같다.
Q.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가는 말이나 문장이 있나.
지수 : 정말 많은데, 어떤 상황에 처하면 딱 떠오른다. 지금 생각나는 건, 유연함에 대해 말씀하셔서 얘기해보면, 나는 회색을 좋아한다. 검정과 회색을 합친 회색이 유연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항상 ‘회색 빛으로 살자’ 했지. (웃음) 어떨 땐 검은 색도 되고 어떨 땐 흰색도 되고, 그 경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살자. 그게 완벽함이라고도 봤고. 한 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은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한 쪽으로 치우치면 잃는 게 많을 테니깐. 예를 들면, 열심히 하되 지금을 즐기자, 같은 게 유연한 것이고 좋은 삶의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Q. 지수가 배우로서 두고 있는 목표와 인간 지수가 갖고 있는 목표, 두 가지를 말해본다면.
지수 : 배우 지수로서는, 계속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해 나가면서 나중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떠올렸을 때 “(감탄하듯이) 지수라는 배우가, 그래 그 배우가 청춘을 대변했지”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인간 지수로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거. 숙제 같은 거다. 좀 포괄적인 말인데, 가족, 친구, 모든 인간 관계 속에서의 지수가 항상 잘하는 거. 계속 포괄적으로만 말하게 되는데,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이 있잖아. 결국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가장 크다. 그렇게 되면 내 삶의 질도 높아질 거고, 행복해 질 테고. 그렇기에 작품 속 역할들처럼 계속, 성장해 가고 있는 거 같다.
Q. 여러 인터뷰를 보니 지수란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타이틀로 삼더라. ‘남자 지수’, ‘성장 지수’, ‘청춘 지수’ 등등.
지수 : 하하하. 맞다!
Q. 지수란 단어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잖아. 지금은 어떤 걸 붙이고 싶나.
지수 : 그니깐. (웃음) 성장 지수, 코스닥 지수, 물가 지수… 하하하. 팬 카페 이름도 사랑 지수다.
Q. 러브 인덱스(Luv Index)?
지수 : 맞다, 맞다. 지수란 이름엔 뭘 붙여도 잘 어울린다. 이름 케미 요정이다! (웃음) 음, 뭐가 있을까. 여태까지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키워드들만 붙여주셔서 이제 딱히 남아 있는 게…
Q. 딱 하나만 더 말해보자.
지수 : (한참 생각하다 아이처럼 웃으며) 아, 아시아 지수! 세계 지수! (웃음) 아이고, 죄송하다. 하하.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지수는, “유연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 왜였을까. 인터뷰 중에도 후에도, 여전히 미스터리다. 확실히 알아챌 수 있었던 건, 그는 “~것 같다”라는 표현과 “잘 모르겠다”란 말을 마침표를 찍기 전 부록처럼 붙여냈다는 점이다. 다행히 ‘모르겠다’란 말은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아닌, ‘불확실한 사실에 대한 짐작 혹은 의문’의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사소한 질문에도 언제나 ‘상대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고, 급기야 자신이 좋아하는 색은 “검은색과 흰색을 합친 회색”이라며 “검은색도 될 수 있고 흰색도 될 수 있는 회색이 유연함의 상징”이기 때문이라 했다. “그 경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살고 싶다”라면서.
올해 초 MBC ‘앵그리맘’에서 상처 많은 열여덟 고등학생 고복동을 연기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일까.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온 소년 고복동은 무질서하게 힘을 휘두르며 ‘센’ 척했지만 속은 여렸고, 겁 많았다. 누군가에겐 사납게 이를 드러내는 야수였지만, 누군가에겐 한없이 약해졌던 복동이 지닌 양면성. 그러니깐 ‘상대적인 양면성’을 지수는 정확하게 이해하며 연기했고, 그것은 한 인물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보이게끔 했다. 이어 출연한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픔 많은 한 인물이 어떤 계기나 매개체를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이기에 극 안에서 흔들리고 아파하는 모습도, 지난한 성장의 과정도, 모두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지수를, 만났다.Q. 목소리를 실제로 들으니 더 독특하다.
지수 : 앗, 그런가? 특이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사람들이 그리 말을 하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냥, 허스키한 거 같다. (웃음)
Q. 개인적으로, ‘앵그리맘’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라 한 번은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계기가 되어준 게 하나 더 있었는데, 소속사의 여준영 대표가 SNS에 쓴 당신에 대한 글. (웃음) 연기에 있어서도 그렇고, 삶의 태도가 굉장히 적극적이더라.
지수 : 아! 하하하.
Q. 그 글 내용부터 묻고 넘어가 보면, ‘프레인(현재 소속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여러 번 미팅했다’고 하던데, 맞나?
지수 : 프레인에 ‘직접’ 전화를 걸어 미팅했던 건 아니고, (웃음) ‘직접’ 프로필을 보냈다. 그게 아마 연락을 했다는 뉘앙스로 쓰인 거 같다.Q. ‘요즘 아이들 얼굴과 다르다’는 표현도 있었다.
지수 : 대표님 세대에는 나와는 다르게 생긴 얼굴이 인기 있었으니깐, 개성 있어 보이셨던 게 아닐까. (웃음)
Q. 자신이 개성 있는 외모라고 생각하나.
지수 : 예전엔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무쌍(꺼풀)’ 남자가 많아져서, 그런 면에서 봤을 땐 개성이 있는지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잘 모르겠다.
Q. ‘말은 당돌하다’란 얘기에 대해서는?
지수 : 이게 좀, 상대적인 거 같다. 그 당시엔 내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신인이었는데, 그럼에도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을 보시고 ‘저 친구, 자신감 있어 보인다’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Q. ‘그동안 힘든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지수 : 이것도 좀, 상대적인 거다. (웃음) 누구나 한 번씩은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나. 커피숍부터 해서 포장 알바, 뷔페 접시 닦기 같은 것들을 했다. 일상적인 건데 어떻게 보면 특별해 보일 수도 있겠다.
Q.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하지 않았나.
지수 :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학원에 다녔다. 그러다가 그곳에서 연기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이 극단을 차리셔서 나도 같이 극단에 들어가 생활했다. 뭔가 막연한 상태에서 연기를 시작했었는데, 공연을 하며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Q. 어떤가, 연기를 계속해보니. 재미있나.
지수 : 그 당시에 연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새롭기도 했고, 어렵기도 했고. 연기의 이런저런 면을 많이 느껴서 ‘이건 내가 업(業)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역시도 재미있고 즐겁다. 이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작업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에게까지 범위가 넓어져서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다 즐겁다.
Q. MBC ‘앵그리맘’에 이어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도 반항적인 열여덟 고등학생을 연기했다. 자칫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어떤 점이 서로 달랐나.
지수 : 일단, 가정환경이 달랐다. 하준(‘발칙하게 고고’에서의 역할 이름)이는 부잣집 아들이다. (웃음) 밖에서 봤을 때는 잘난 사람일 수 있었다. 공부도 웬만큼 하고, 수치로 따지면 ‘전교 7등’이거든! 복동(‘앵그리맘’에서의 역할 이름)이와는 달리 친구가 있어서 의지할 사람도 있었고. 그런 환경적인 차이가 많이 있었다. 비슷한 아픔을 갖고 있었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 등, 유사한 질감이 있긴 했지만 그런 부분이 좀 달랐다.
Q. 다른 환경에서 파생된 캐릭터니, 당연히 둘은 다르다고 생각했겠다.
지수 : 그렇지! (웃음)Q. 반항적이고 아픔 많은 10대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 났다. 많이들 물어봤을 텐데, 실제 지수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지수 : 우울한 측면이 있던 캐릭터들과는 달리 친구도 많았고, 되게 밝았다. 장난기도 많았고. (웃음) 물론 내게 우울한 면도, 가라앉는 진지한 면도 있긴 한데, 그래도 대인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그들은 다들 외롭잖아, 상처 많고, 아웃사이더에…
Q. 그러게, 얘기하는 동안 표정에 슬쩍슬쩍 장난기가 묻어난다.
지수 : 원래 이렇다. 친한 친구들이랑 장난, 많이 친다.
Q. 반면에, 연기할 땐 폭발적인 에너지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감정의 정점을 지나고 난 뒤의 연기도 잘 해내고 말이다. ‘앵그리맘’에서 동칠(김희원)에게 맞은 뒤 소파에서 앓아누웠던 장면이나, ‘발칙하게 고고’에서 자해를 한 뒤의 신에서 특히 그랬다.
지수 :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상황 때문에 많이 와 닿으셨던 게 아닌가 싶다.
Q. 사람들은 당신이 연기할 때의 어떤 모습이 좋다고 하던가.
지수 : 내 입으로 말하기… 좀 부끄럽다. (웃음) 보시는 분마다 다른 거 같다.
Q. 음, 확실하게 답을 놓지는 않는 성격인가 보다. (웃음)
지수 : 그럼. 정답은 없으니까.
Q. 유연한 사람인가?
지수 :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모르겠다. 어떨 때 보면 좀 꽉 막힌 거 같기도 하고 확실한 아집이 있을 땐 또 그것만 파고. 그게 아니라면 평소엔 유연한 성격 같다. “그건 이런 거야~” 이러면 그런 거 같아서 “(수긍하는 뉘앙스로) 어~ 그래~” 이런다.
Q. 고집을 피우게 되는 건 어떤 부분인가.
지수 : 확실히 이건 내가 정말 맞다, 내가 맞는 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누군가 “이거 그런 거야~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해도 “네”라고 대답은 하지만 속으로는 ‘이게 맞는데’ 할 때가 있다.
Q. 지금은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거 같나?
지수 : 잘 모르겠다, 아직은. 생각해 보니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 (질문을 곱씹으며)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가,라. 이 길이 올바른지는 조금 더 지나 봐야 알 거 같다.
Q.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의 감독들이 지수란 배우가 방황하고 아파하고 상처받는 캐릭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서 선택했던 거겠지만, 지금 하는 얘기를 보면 당신 자신이 그런 역할에 끌리는 것 같기도 하다.
지수 : 맞다! 동경의 대상이 되는 역할 보다 되려 그런 친구들에게 인간적으로 더 끌린다. 아픔 많은 청소년이나 한 인물이 어떤 계기나 매개체를 통해서 점차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뭉클하기도 하고. 그래서 성장물이나 성장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Q. ‘글로리데이’도 청춘의 방황을 담은 영화라 일관성 있는 선택/흥미로운 행보라고 생각했었다.
지수 : 하고 싶은 것에 끌리다 보니 그 영향도 좀 있는 거 같다.
Q.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나, 아니면 자신에게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나.
지수 : 후자다. 아직은 그게 내게 더 잘 맞는 방식 같다. 그 부분에서는 계속 공부 중이다.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는 있는데 사실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모든 배우가 그렇지 않을까.
Q. 연기할 때 캐릭터가 지녔던 감정이 실생활에 영향을 끼친 적도 있나.
지수 : 크게는 아닌데 정서 자체엔 영향을 받는다. 밝은 신을 찍고 나면 내게 밝은 정서가 남아 있고, 우울하고 슬프고 처지는 장면을 찍으면 그 날 자체가 뭔가 구름 낀 거 같다. 그래도 이제 그런 것들을 금방금방 비워내는 편이다.
Q. 어떻게?
지수 : ‘후~’ 한숨 한 번 푹 쉬고. (웃음) 그렇게 지나 보낸다.
Q. ‘글로리데이’ 얘기를 잠깐 해보면, 연기한 용비란 캐릭터는 어떤 인물인가.
지수 : 예전에 용비를 ‘정의로운 반항아’라고 표현한 적 있는데, 딱 그거다. 정의롭고 엄청 의리 있다. 지금 다시 영화를 봐도 그렇게 느껴진다. 경찰이나 어른들에게 반항하긴 하나, 그 본질, 그러니깐 반항을 하는 이유가 정의롭다. 친구를 위해서, 진실을 위해서, 반항한다.
Q. 정의로운 편인가. 불의를 보면 못 참는다거나.
지수 : 나름대로는. (웃음) 그런 생각도 해봤다. 영화에서는 불의를 못 참고 막 달려들었는데 실제의 나는 조금 이성적으로 선택하지 않을까 하고.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일단 사태를 말리지만 제삼자에게 도움도 청하면서 조금 더 유연하게 해결하지 않을까. 불의를 보고 경찰에 전화한다거나! (웃음)
Q. 현명한 스타일이네.
지수 : 으하하하.
Q. 올해에 ‘앵그리맘’과 ‘발칙하게 고고’ 드라마 두 편을 찍었고, 영화 ‘글로리데이’를 촬영했다. 각각은 지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되었나.
지수 : 다, 예쁜 ‘꽃’ 같았다.
Q. 꽃?
지수 : 왜,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 있잖아. 계절의 기운을 품고 아름답게 피지만 언젠가는 지는. 작품을 할 때마다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항상 꽃이 질 때마다(작품이 끝날 때마다) 섭섭하고 속상하고 아쉽고, 그 꽃을 더 누릴 걸, 이런 생각도 하고. 그런 것들이 이제 하나하나 다 쌓여 가는 거 같다.
Q. ‘앵그리맘’에서 복동은 조방울(김희선)이 따듯한 밥을 차려준 것부터 해서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되지 않나.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연두(정은지)가 다친 하준에게 준 연고와 밴드로 인해 그렇게 되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열었다거나 한 일이 있었나.
지수 : 내 마음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웃음) 그 외에 힘들거나 할 땐 정말 친한 친구들이나 부모님이 큰 힘을 준다. 다시 좋은 생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해준다.
Q. 모르는 사람이 지수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수 : 난 순수한 사람들한테는 더 확 (마음을) 연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걸 좋아한다. ‘우리 빨리 친해지자’ 이런 거 말고 어쩌다 보니 친해져 있는 거. 순수하게 우리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 좋다.
Q. 자신이 순수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지수 : 내가 순수하지 않아서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나와 비슷해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내게 순수한 면도 있는 거 같고. 뭐, 가끔 보면 말이다. (웃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들과 있으면 나도 순수해지잖아. 그런 내 모습이 좋아서 그런 사람들을 더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다.
Q. 그런데 보면, 정말 ‘케미(케미스트리의 준말)’가 좋은 배우가 아닌가 싶다. ‘서울메이트’에서는 필리핀 여성과 ‘런치박스’에서는 인도네시아 여학생과 ‘앵그리맘’에서는 나이 차가 꽤 났던 김희선과 ‘발칙하게 고고’에서는 남자배우 이원근과의 케미가 상당했다. 국적, 나이, 성별을 초월한 호흡을 잘 이루고 있는데, 그건 자신의 어떤 매력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나.
지수 : 솔직히, 아직까지 난 케미가 뭔지 모르겠다. 내 눈으로 볼 땐 더 모르겠고. 내가 다른 사람과 있을 때 어떤 부분이 좋아서 케미가 좋다고 하는 걸까? (웃음)
Q. 지극히 한국적인 외모라고 생각했는데 외국인과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훗날 외국에서 활동한다고 해도…
지수 : (불쑥) 좋은 말씀이다! (인터뷰 중 가장 환하게 웃으며) 감사하다.
Q. 잘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외 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나.
지수 : 아직은 없지만 먼 훗날 내가 나이도 먹고 연기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을 때 쯤에는 새로운 문화/환경에서 작업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Q. 배우를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 같나.
지수 : 노력? 그리고… (“유연한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되뇌다가) 유연함? (웃음) 왜냐하면 내가 지금 가진 것들은 사실 영원히 유지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결국엔 내 본질의 그 어떤 것이 계속 나를 유지시켜 주지 않을까. 정상에 있는 배우들만 봐도 그렇고. 그러니 지치지 않고 계속 공부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롱런 할 수 있을 거 같다.
Q. 마음 속에 새기며 살아가는 말이나 문장이 있나.
지수 : 정말 많은데, 어떤 상황에 처하면 딱 떠오른다. 지금 생각나는 건, 유연함에 대해 말씀하셔서 얘기해보면, 나는 회색을 좋아한다. 검정과 회색을 합친 회색이 유연함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 항상 ‘회색 빛으로 살자’ 했지. (웃음) 어떨 땐 검은 색도 되고 어떨 땐 흰색도 되고, 그 경계를 넘나들며 유연하게 살자. 그게 완벽함이라고도 봤고. 한 쪽에 치우쳐져 있는 것은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 한 쪽으로 치우치면 잃는 게 많을 테니깐. 예를 들면, 열심히 하되 지금을 즐기자, 같은 게 유연한 것이고 좋은 삶의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Q. 지수가 배우로서 두고 있는 목표와 인간 지수가 갖고 있는 목표, 두 가지를 말해본다면.
지수 : 배우 지수로서는, 계속 이렇게 좋은 작품을 해 나가면서 나중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떠올렸을 때 “(감탄하듯이) 지수라는 배우가, 그래 그 배우가 청춘을 대변했지”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인간 지수로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거. 숙제 같은 거다. 좀 포괄적인 말인데, 가족, 친구, 모든 인간 관계 속에서의 지수가 항상 잘하는 거. 계속 포괄적으로만 말하게 되는데,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이 있잖아. 결국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게 가장 크다. 그렇게 되면 내 삶의 질도 높아질 거고, 행복해 질 테고. 그렇기에 작품 속 역할들처럼 계속, 성장해 가고 있는 거 같다.
Q. 여러 인터뷰를 보니 지수란 이름 앞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타이틀로 삼더라. ‘남자 지수’, ‘성장 지수’, ‘청춘 지수’ 등등.
지수 : 하하하. 맞다!
Q. 지수란 단어에 여러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잖아. 지금은 어떤 걸 붙이고 싶나.
지수 : 그니깐. (웃음) 성장 지수, 코스닥 지수, 물가 지수… 하하하. 팬 카페 이름도 사랑 지수다.
Q. 러브 인덱스(Luv Index)?
지수 : 맞다, 맞다. 지수란 이름엔 뭘 붙여도 잘 어울린다. 이름 케미 요정이다! (웃음) 음, 뭐가 있을까. 여태까지 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키워드들만 붙여주셔서 이제 딱히 남아 있는 게…
Q. 딱 하나만 더 말해보자.
지수 : (한참 생각하다 아이처럼 웃으며) 아, 아시아 지수! 세계 지수! (웃음) 아이고, 죄송하다. 하하.
이정화 기자 lee@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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