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보는 사람만 없다면 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 – 기타노 다케시

또 가족예능이다. 그런데 뭔가 다르다. “현실은 감동이 아니다”라며 억지로 행복함과 훈훈함, 감동을 전해주지 않겠다고 말한다. 오늘(26일) 오후 11시 10분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위대한 유산’의 이야기다.2014년 초, MBC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가족 리얼리티 예능의 붐이 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빠! 어디가?’처럼 어린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가족 리얼리티 예능이 유행을 주도했고, 이어 청소년기의 자녀, 고부관계, 장서관계, 부녀관계 등 가족 내 다양한 관계를 비추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서툰 가족들이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찾고, 감동도 얻었다.

그러나 가족 리얼리티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잡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연예인 가족들의 일상이 현실 속의 모습과 전혀 달라 공감하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부 시청자들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나 방문하는 행사 등 전반적인 아이템들이 집안의 환경이 현실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며, 시청자들의 판타지만 자극한다고 말한다.

‘금수저 논란’ 또한 가족 리얼리티 예능의 부정적인 측면이다. SBS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한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조혜정이 케이블채널 MBC에브리원 ‘상상고양이’에 유승호의 상대역으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혜정은 하루아침에 ‘금수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조혜정이 이 논란에서 탈출할 방법은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연기력뿐이나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가족 리얼리티 예능을 대하는 온도차가 달라졌다. 이처럼 어려워진 환경에서 ‘위대한 유산’ 제작진은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직업’과 ‘가족의 형태’를 키워드로 삼았다. 26일 오후 열린 ‘위대한 유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은 “모든 가족들이 부모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고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세상에 화목한 가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텐데. ‘징글징글한’ 가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제작진의 말처럼 ‘위대한 유산’에 출연하는 가족들은 기존 가족 예능에서 보기 힘든 유형들이다. 김태원은 자폐아 아들과 함께 출연하며, 배우 강지섭은 40년 동안 허름한 중국집을 운영 중인 아버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AOA 찬미는 이번 프로그램으로 이혼모 밑에서 자란 맏딸이라는 것을 공개했다. 또한 거장 임권택 감독과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싶지 않아 성씨를 바꿔가며 8년 째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권현상이 최초로 예능에 출연하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위대한 유산’의 제작진은 “가족들에겐 모두 ‘멍’이 있다. 하지만 그 멍의 진통제도 결국 가족인 것 같다”며 “그런 마음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시청자들이 연예인들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가족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부끄러운 부모도, 자랑스러운 부모도, 어렵게만 느껴지는 부모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위대한 유산’의 김명정 작가는 “내가 20년 동안 예능 작가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조미하는데 선수다. 그런데 ‘위대한 유산’에는 전혀 편집이나 아이템으로 장난을 치지 않았다. 흰죽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러나 보도 프로그램이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전혀 다룰 수 없었던 부분을 예능적인 감각으로 채워 ‘가족의 다양성’을 보여줄 것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위대한 유산’의 기획의도가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까. 출연자들에게 뿐만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위대한 유산’을 남길 수 있길 기대해본다. ‘위대한 유산’은 오늘(26일) 오후 11시 10분 첫 방송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MBC, 조슬기 기자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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