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가수 김동률은 지난 9일부터 10일, 11일 총 3일 동안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더 콘서트(THE CONCERT)’를 열고 팬들을 만났다. 7년 만에 오른 체조경기장에서 약 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소통했다.

음악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등 방송을 통해서는 도통 만나기 힘든 김동률은 주로 공연장에서 팬들을 만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을 알리기는 하지만 직접 눈을 맞추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자리는 콘서트 때뿐이다. 그래서 더욱 팬들은 노래와 노래 사이, 많이도 아니고 할 말만 하는 김동률의 목소리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1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체조경기장에서 관객들은 김동률의 노래뿐만 아니라,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빚이 있는 게 아닌가, 아니면 결혼을 하는 건가라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웃음).”

지난 9일 ‘더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첫날, 김동률은 ‘다시 떠나보내다’ ‘귀향’ ‘고독한 항해’를 연이어 부르고는 “올 1월 ‘동행’ 투어를 마무리했는데, 또 콘서트를 열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새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연이어하는 그를 두고 혹자들은 ‘빚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을 정도.김동률은 웃으며 “지난 콘서트는 전국 투어로, 가장 열악한 공연장에 맞춰서 레퍼토리 구성을 해야 했다. 아쉬운 부분도 많았는데, 이번엔 모든 걸 쏟아부었다”고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사실 주로 집에 있어서, 실감은 잘 못했어요.”김동률은 지난해 10월 6집 음반 ‘동행’을 발표하고, 음악사이트는 물론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타이틀 넘버를 포함해 10곡 모두 음악사이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명불허전, ‘믿고 듣는 김동률’임을 입증했다.

단연 타이틀곡 ‘그게 나야’는 계속해서 회자되며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김동률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는 것.

김동률은 ‘그게 나야’를 부르기에 앞서 “제가 생각하는 히트곡은 길거리 곳곳에 그 노래가 흘러나와 알 수밖에 없게 되는 곡인데, 그래서 저에게 최근 히트곡은 ‘강남스타일’ 정도인데(웃음). 주로 집에만 있어서 (‘그게 나야’의 인기를) 실감은 잘 못했지만, 적어도 여기에 와 주신 분들에게는 사랑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목소리 키가 낮아서요.”

이번 김동률의 콘서트에는 가수 이적이 게스트로 참여해 카니발의 감동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은 ‘축배’에 이어 ‘거위의 꿈’도 불렀다.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성을 이끌어내기 전, 그는 “이적씨보다 목소리 키가 낮아서”라며 혼자 부르기엔 버거운 곡으로 소개했다. ‘키가 낮다’는 설명 앞에 ‘목소리’를 거듭 강조하며 “혹시 다른 키라고 생각하실까봐”라고 덧붙여 관객들을 웃게 했다.

“‘취중진담’은 빼려고 했는데…”

‘축배’를 부르며 등장한 이적은 ‘거위의 꿈’까지 김동률과 환상의 호흡을 맞췄다. 이어 “김동률이 옷을 갈아입는 동안 한 곡을 더 혼자 불러야 한다”고 ‘하늘을 달리다’를 열창했다.

이적이 퇴장, 옷을 갈아입은 김동률이 선택한 곡은 바로 ‘취중진담’. 김동률의 주옥같은 곡 중에서도 단연 ‘대중성’까지 확보한 유명한 노래 중 하나.

관객들의 환호 속에 ‘취중진담’을 마친 김동률은 “사실 ‘취중진담’은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라며 “‘하늘을 달리다’를 부른 다음이라 이 곡밖에 없었다”고 말해 관객들을 웃게 했다.

“우리 막내 곽진언입니다.”

‘동행’의 수록된 ‘어드바이스(Advice)’는 김동률과 가수 존박의 듀엣곡으로, 지난 공연에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존박의 부상으로 ‘슈퍼스타K6′ 출신 곽진언이 무대를 대신했다.

김동률은 큰 무대에 얼어 있는 곽진언을 두고 “우리 회사의 막내”라고 소개, 진행자가 돼 “근황을 알려달라”, “새 음반은 언제쯤 나오느냐” 등을 물으며 긴장을 풀어 줬다.



“아직도 무대에서 떨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7년 만에 찾은 체조경기장 공연은 팬들뿐만 아니라, 김동률도 남다른 의미를 갖게 했다. 회당 약 1만 명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관객들은 곡마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 때 즈음 김동률은 “7년 만에 체조경기장에 다시 서게 됐다. 여러분들은 김동률은 콘서트를 하면 매진되니까 계속하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늘 내일 없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늘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큰 곳에서 또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노력했다. 모든 방면에 투자를 했다”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공연 인지도 알렸다.

김동률은 “떨리기도 했다. 아직 무대에서 떨 수 있다는 게, 무대가 일상이 되고 노래가 습관이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늘 긴장하고 욕심내면서 하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동률은 지난해 내놓은 새 음반부터 전국 투어, 라이브 음반 발매, 이번 체조경기장 공연까지 쉼 없이 달려온 탓인지 “이 공연을 끝으로 오랫동안 모습을 비추지 않아도 어딘가에서 음악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달라”며 ‘휴식’을 예고하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
사진. 뮤직팜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